[Report] 왕족의 결혼, 그리고 비하인드 스토리

영국 로열 웨딩 ‘후광’으로 주목받는 브랜드 탄생

지난 4월 29일 런던에서는 영국 왕실 뉴 제너레이션인 왕위 계승 서열 2위의 윌리엄 왕자와 평민 출신의 대학 동창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거행됐다. TV는 물론 ‘유트브’의 로열 채널(The Royal Channel)을 통해 전 세계로 생중계된 실로 세계적인 결혼식이었다.


그동안 즐거운 뉴스에 목 말랐던 사람들에게 로열 웨딩은 엄청난 엔터테인먼트가 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의 이목이 영국 왕실과 전통에 쏠리면서 영국 왕실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는 ‘브랜드 브리튼(brand britain)’의 국가 마케팅 효과를 얻었다.

결혼식장인 1000년 역사의 웨스트민스터 사원(Westminster Abbey) 주변에는 좋은 자리를 잡아서 로열 커플이 지나가는 것을 보기 위해 결혼식 사흘 전부터 사람들이 몰려들어 텐트를 치고 캠핑을 시작했다. 런던에서만 약 100만 명이 거리에서 로열 웨딩을 축하했고, 집에서 TV로 결혼식을 시청한 사람만도 24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곳곳에는 대형 스크린이 설치되고 사람들은 유니온 잭 깃발과 샴페인을 들고 영국적 행사를 축하했다. 지난 3년 동안 불경기와 실업, 긴축 재정으로 지친 영국인들에게 왕실의 로맨스와 화려한 결혼식은 파티를 할 만한 훌륭한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영국 전체에는 ‘영국인임이 자랑스럽다’는 무드가 넘치면서 애국심이 고취되는 계기가 됐다.

그동안 현대사회에서 왕실은 더 이상 의미가 없을 뿐 아니라 연간 670억 원의 국민세금이 드는 왕실을 폐지해야 한다는 캠페인이 있었으나, 로열 웨딩 후 당분간 그 캠페인은 지지 기반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첩보전’을 방불케 했던 로열 웨딩드레스‘사수’

서양에서는 신랑이 웨딩드레스를 미리 보면 불길하다는 미신이 있어서 신부들은 식장에 들어가기 전까지 절대로 신랑에게 웨딩드레스 입은 모습을 보이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런 믿음과 관련 있는 것인지 아니면 웨딩드레스에 대한 언론의 관심을 피하고 싶어서였는지 케이트 미들턴은 결혼식 당일까지 웨딩드레스에 대한 모든 사항을 비밀로 하는‘신비주의’를 택했다.

일반인은 물론 영국 패션계의 궁금증은 극에 달했고, 패션 저널리스트들은 누가 웨딩드레스 디자이너인지를 점 치기에 바빴다. 드디어 결혼식 당일 미들턴은 알렉산더 매퀸의 그레이스 켈리를 연상시키는 클래식하고 우아한 손자수로 장식된 레이스 웨딩드레스를 입고 식장에 들어왔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여러 장소에서 따로 제작한 드레스의 각 부분을 맨 마지막에 옷으로 만든 것은 물론, 디자이너 사라 버튼은 20명의 자수사와 샘플사들에게 “사극용 영화 의상”이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또한 사람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 버튼은 미들턴과 스카이프(Skype)를 통해 드레스에 대해 커뮤니케이션을 했으며, 약 8번의 가봉이 필요한 웨딩드레스 제작을 위해 로열 커플이 기거하던 웨일즈의 작은 시골의 코티지 하우스를 방문했다고 전해진다. 웨딩드레스의 가격은 알려지지 않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약 4억4000만 원(25만 파운드)으로 추정한다.


중산층 출신의 현대형 프린세스, 케이트 미들턴

세인트 앤드루스 대학(St. Andrews University)의 클래스메이트에서 연인으로 발전한 뒤 지난해 11월 윌리엄 왕자가 청혼할 때까지 8년 동안 미들턴의 이름은 끊임없이 영국의 미디어에 오르내렸다.

항상 우아한 매너를 잃지 않은 미들턴에 대해 영국인들은 품위 있고, 예쁘고, 총명한 현대형 프린세스라고 환영하고 있다. 아직도 귀족이 존재하는 영국에서 미들턴은 ‘평민’이지만 연간 학비가 1년에 5400만 원인 사립 보딩스쿨에 다닌 걸 보면 부유한 집안 출신인 것은 확실하다.

미들턴의 부모는 어린이 대상 파티 상품을 판매하는 비즈니스로 성공한 사업가로서 열심히 일해서 물질적인 풍요를 얻고 거기에서 오는 자신감을 가진 영국 중산층의 상징이다. 특히 결혼식 후 영국 언론들은 로열 웨딩에서 보여준 미들턴 가족의 스타일과 매너는 로열 패밀리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고 평했다.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과제는 ‘현대적인 왕족’

미들턴이 버튼에게 웨딩드레스를 의뢰할 때 그 핵심은 ‘전통과 현대의 믹스’ 였다. 이처럼 왕실이라는 오래되고 어찌 보면 낡은 아이디어를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적용하고 국가의 상징으로서 미래지향적으로 진화시킬 것인가는 영국 왕실의 신세대인 윌리엄 왕자와 미들턴의 미션이다.

특히 위엄을 가진 존재로서의 왕족은 엘리자베스 여왕 세대에서 마감할 것으로 보이며 이제는 자연스럽고 평범한 일상적인 로열패밀리의 모습이 사람들에게 어필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그런 측면에서 럭셔리 브랜드의 옷이 아닌 ‘자라(ZARA)’ 같은 하이스트리트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타나는 미들턴은 접근 가능한 왕족의 모습을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과연 중산층 출신의 평민 미들턴과 윌리엄 왕자의 결혼이 일반인과 왕족 사이의 거리를 좁히고 답답한 영국 왕실에 현대성을 추가하는 계기가 될 것인지에 세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대판 프린세스 학교 말보로 컬리지(Marlborough College)

‘말보로 컬리지’는 미들턴의 출신 학교로 현재 영국 수상과 재무상의 아내 역시 모두 이 학교 출신이라서 영국에서는 ‘모던 프린세스 스쿨’이라는 별칭이 붙었다. 영국 상류층과 귀족 자녀가 많이 가는 남녀 공학으로 대상 연령은 13~18세다.

이곳은 ‘이튼(Eton)’이나 ‘해로(Harrow)’처럼 엘리트적인 가치에 집중하기보다는 자유롭게 개인이 잘 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교육으로 정평이 나있다. 영국 사립학교 톱 20위권으로 학교 주변 환경이 아름답고 16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데, 보딩스쿨의 학비는 연간 약 5300만 원(3만 파운드) 에 달한다. www.marlboroughcollege.org

“Thank you, Princess!” 로열 웨딩 ‘후광’ 얻은 브랜드 & 디자이너

알렉산더 매퀸(Sarah Burton for Alexander McQueen) 케이트 미들턴의 웨딩드레스, 이브닝 드레스 디자인

템펄리 런던(Temperley London) 미들턴의 엄마와 여동생의 이브닝 드레스 디자인. 알리스 템펄리(Alice Temperley)가 디자인하는 이 브랜드는 런던의 노팅힐과 첼시에 주거하는 트렌디한 부유층이 웨딩드레스와 드레스를 주문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필립 트레이시(Philip Treacy) 세계적인 모자 디자이너로 윌리엄 왕자 결혼식의 하객 중 36명이 필립 트레이시의 모자를 착용했다. 가격은 약 100만 원대.

로빈슨 펠럼(Robinson Pelham) 미들턴의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비롯해 미들턴 가족의 주얼리를 제작했다.


영국 런던=글 정해순 프리랜서·사진 한국경제haesoon@styleintelligenc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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