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부가가치 큰 말 산업의 미래

이종구 한국마사회 말산업 본부장

지난 2월 국회에서 말 산업 육성법이 만장일치로 통과되면서 말 관련 산업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말 산업 육성법이 통과됨에 따라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말 산업의 지속적·체계적 발전을 위해 5년마다 말 산업 육성종합계획을 수립하게 됐다.

이는 국가 차원에서 말 산업을 육성한다는 의미다. 이번에 통과된 육성법을 보면 말 산업에 대한 통계·실태조사, 말 등록기관 지정, 말 산업 정보시스템 구축 등의 기초자료 확보를 통해 효율적인 종합계획이 수립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아울러 말 산업 육성 전담기관을 지정해 종합계획의 세부시책 및 말 관련 연구·개발(R&D)을 주관하게 된다.

이밖에도 말 산업 육성을 선도할 전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인력 양성기관을 지정하고, 말조련사, 장제사, 재활승마지도사 등 국가자격제도도 도입된다.

말의 원활한 수급과 가격 안정을 위해 말의 수급 조절, 자조금 조성, 말 시장 개설 및 유통 활성화 등도 정책적으로 지원하게 된다.

특히 ‘말이용업’과 ‘농어촌형 승마시설’의 근거를 마련해 농어촌 지역에서 소규모로 말을 이용한 제반 영업활동들이 가능하게 된다. 그간 스포츠로서 승마와 축산으로서 말 사육업 이외의 범주에 있던 제반 활동들이 말 산업 분야에 포함되고, 이를 육성, 지원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됨으로써 향후 농어촌 관광 활성화 및 새로운 소득과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게 됐다.

이종구 한국마사회 말산업 본부장과 2011년 9월 10일 시행 예정인 말 산업 육성법의 국회 통과 의의와 말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말 산업 육성법 통과 후 말 산업에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요.

“그간에는 농식품부와 한국마사회 차원에서 말 산업 육성·지원 사업이 개별적으로 추진됐으나, 향후에는 지방자치단체, 교육 및 연구기관 등으로 참여 폭이 확대됩니다. 나아가 민간 기업 등의 참여도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말 산업 육성법을 기반으로 현재 구상하고 있는 제반 사업이 원활하게 추진된다면, 2015년경 국내 말 두수가 약 4만6000두, 승마 인구가 3만5000명 수준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에 따라 말 관련 산업분야에 약 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뿐만 아니라 승마가 학교와 지역으로 폭넓게 보급되고 말을 이용한 관광이 농촌의 대표적인 관광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것입니다. 이처럼 추가적인 말 수요를 창출하는 선순환적 발전구조가 구축되면 말 산업이 농촌의 새로운 소득원으로 정착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이전부터 한국마사회는 말 산업 육성에 힘써 왔는데, 그간의 성과를 간략하게 설명해 주십시오.

“한국마사회가 말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해 온 것은 오래전부터입니다만, 경마와 승마를 포함한 종합적 말 산업 육성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것은 2009년부터라 할 수 있습니다.

2009년 1월 말 산업 육성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말 산업 인프라 구축, 전문 인력 양성, 제도 개선 및 이용 활성화 등 말 산업 전반에 대한 육성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했습니다.

승마에 대한 인식 개선 및 보급을 위해 ‘전국민 말타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추진해왔습니다. 그 결과 소수 엘리트의 고급 스포츠로 인식되던 승마의 저변 확대에 기여했습니다.

또한 지자체나 민간의 승마장 설치 지원을 통해 2008년 200개소에 불과하던 승마장이 2010년 290여 개로 대폭 늘어났습니다. 또한 말 생산 및 육성, 승마교관 등 전문 인력 양성과정을 통해 배출된 우수한 인력들이 각 분야에서 말 산업 활성화를 선도하고 있습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말 산업이 새로운 ‘블루오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여러 지자체나 민간 기업이 말 산업 육성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말 관련 고등학교나 대학 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도 고무적인 일입니다. 무엇보다 말 산업 육성법이 제정돼 향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말 산업을 육성할 기반이 마련된 것이 가장 큰 성과라 할 수 있겠습니다.”

“말 산업 육성법 통과로 산업의 기반은 마련됐다. 이에 따라 종마산업과 승마산업 등에 대한 투자가 늘어날 것이다.”

현재 국내 말 산업의 규모는 어느 정도이고, 주요 산업은 어떤 분야입니까.

“최근 규모가 증가하고 있지만, 국내 말 산업은 아직 맹아(萌芽) 단계입니다. 2009년 기준으로 약 1700여 농가에서 약 2만8000두의 말이 사육되고 있으나, 경마나 승마에 직접적으로 활용되는 말은 50%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활용률이 낮다 보니 사료나 장제(裝蹄), 진료, 용품, 운송, 보험 등의 파생 산업도 영세한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최근 서울대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현재 말 산업의 시장규모는 2조8700억 원, 말 산업으로 창출된 부가가치는 총 2조3000억 원 수준입니다. 이는 2009년 기준 국가 전체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0.22%, 농림어업 GDP의 9.2%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 향후 말 산업이 활성화되면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효과는 더욱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외국 사례는 어떤가요. 말 산업 선진국이라면 어떤 곳을 들 수 있고, 어떤 과정을 거쳤나요.

“전 세계적으로 약 5500만 두의 말이 사육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말을 다양한 용도로 활용하면서 산업으로서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과 유럽의 몇몇 국가들에 한정됩니다.

세계 최대 말 산업국가인 미국은 말 두수가 920만 두, 말 관련 고용인구가 143만 명, 경제기여효과도 126조 원에 달합니다. 승마강국인 독일도 승마인구가 170만 명, 승마장 수가 7600여 개에 달합니다.

특히 독일은 승마를 청소년의 체육활동으로 꾸준히 장려하고 있습니다. 경마와 승마가 고르게 발전한 프랑스에서는 승마가 축구와 테니스에 이어 셋째로 선호하는 스포츠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영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의 국가에서 말이 국민생활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들은 넓은 초지 등 자연 조건을 바탕으로 다양하게 말을 이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말 산업이 발전했습니다. 물론 지속적인 품종 개량과 전문 인력 양성, 기술 개발, 이용 활성화 등 말 산업 육성을 위한 부단한 노력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지금도 농촌경관 유지, 청소년 심신단련 및 농가소득 창출 등 다양한 목적에서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차원에서 말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정책 지원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국내 말 산업의 발전 방향과 그 가능성에 대한 전망을 부탁드립니다.

“말이 다른 축종과 구별해 별도의 산업으로 육성 가능하다고 보는 것은 말 자체가 소나 돼지, 닭 등 다른 가축과 차별화된 특징을 갖기 때문입니다. 일반적으로 축산 생산 비중의 90%를 점유하고 있는 3대 축종(한육우·돼지·닭)은 모두 식용 소비를 전제로 생산, 사육되는 반면에 말은 경마나 승마, 관상, 관광, 재활치료, 반려동물로까지 살아있는 채로 활용되면서 다양한 연관 산업과 부가가치를 창출합니다.

말은 초식가축이지만 비반추(非反芻) 소화특성으로 인해 질소·메탄가스의 배출이 적어 환경오염에도 비교적 유리합니다. 또한 가축화가 늦게 진행된 탓에 인간과 공통 전염병이 비교적 적고, 구제역 등 전염병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안전합니다.

흔히들 고급 스포츠의 진행 단계가 골프, 승마, 요트라고 하는데, 선진국의 사례를 보면 국민소득이 늘어나는 시기와 맞물려 승마 등 말을 이용한 레저 활동이 급속하게 늘어납니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국민소득이 2만 달러를 달성한 1987년 시점에 승마가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국내의 말 사육농가가 전체 축산농가의 2.2%에 불과하고, 경마 이외에 승마 부문이나 연관 산업 부문이 아직 미미합니다. 그러나 말이 갖는 축종상의 특성과 소득 수준 증가에 따른 선진국 사례에서와 같이 향후 말 산업은 무한한 성장 잠재력이 있습니다.

친환경적인 녹색성장 산업일 뿐만 아니라, 말 3마리가 늘어나면 일자리 1개가 늘어나는 등 일자리 창출에도 탁월합니다.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위기에 처한 농어촌의 대체 소득원으로, 장애인과 게임중독 청소년을 치료하는 재활승마로, 신체의 균형적 발달과 정서순화를 도와주는 학교체육으로 말 산업은 경제적 가치 그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글 신규섭 기자·사진 제공 한국마사회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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