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의 고급 주택] 신흥 부촌 여건 구비 강남 대체에는 한계

“2010년 11월 말 이후 단독주택 매수 문의가 증가해 판교 단독주택지 거래가 증가했습니다. 특히 1~2월은 비수기인데도 단독주택필지 20여 건을 거래했습니다. 매수자들 대부분은 기존의 강남과 분당지역의 아파트에 거주한 40대 중반의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 종사자들이 많습니다. 아무래도 기존의 아파트 생활을 탈피하고 싶어 하는 경향이 강한 사람들이죠.”

판교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중개업자의 이야기다. 판교 신도시 고급 주택 시장은 2009년 7월 용인~서울 고속도로가 개통되고, 2011년 9월 신분당선 개통에 대한 기대감과 학교, 상가, 공원 및 운중천 조성 등 판교 신도시의 입지적 장점이 부각되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월든힐스와 SK아펠바움 등 고급 타운하우스 속속 분양

지난해 6월 LH공사의 월든힐스(Worlden Hills) B5-1블록 127~224㎡ 규모 98가구의 청약 결과 40.5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청약경쟁률로 2010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에는 판교 최고의 고급 주거지인 E5블록 북사면에 전용 176~310㎡ 규모 34가구의 SK 산운 아펠바움이 3.3㎡당 2300만~3300만 원에 분양에 들어갔다. 월든힐스와 산운 아펠바움 등 최고급 입지에 중대형 평형의 고급 타운하우스가 본격 공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서울에서 가까우면서도 넓은 공원과 하천 등 쾌적한 환경에 대한 프리미엄으로 판교 신도시 일대가 고급 주택지로 부각되고 있다. 고급 주택지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면서 3.3㎡당 800만~900만 원 수준에 분양했던 231~264㎡ 규모의 단독주택지의 프리미엄이 입지에 따라 5000만~ 5억 원까지 형성되고 있다.


아파트 가격은 분양 초기 예상보다는 그리 높지 않다. 판교지역 165㎡ 이상 아파트 매매가격은 2월 현재 3.3㎡당 2500만~3000만 원으로 잠실지역 신축 아파트 가격 수준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최초 채권 할인가격을 반영한 분양가격에 비하면 3.3㎡당 450만~1200만 원의 프리미엄이 형성됐다.

여기서 판교 신도시가 과연 과거 분당지역의 고급 주택지와는 달리 지속적으로 순항할지 아니면 대도시 외곽에서 도심으로 회귀하는 부동산 시장의 장기적 트렌드의 영향으로 향후에 그 힘이 약화될지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최근 들어 도심의 성냥갑 같은 아파트 문화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개인의 사생활 보호나 삶의 질에 대한 관심 증대로 쾌적한 교외지역의 고급 주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특히 도심 내 고급 단독주택 지역의 상당수가 상가주택이나 다세대주택 등으로 용도 변경되는 등 점차 거주환경이 악화되고 있다.

또한 그동안 고급 주택의 상징이었던 타워팰리스 등 초고층 주상복합의 가격 상승세가 예전 같지 않고, 좁은 전용면적과 환기문제 등의 불편으로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교외 고급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교외 주거에 있어 쾌적성만을 추구해 나 홀로 전원주택이나 소규모 단지의 단독주택, 타운하우스를 찾는 이들은 그리 많지 않다. 대신 주거의 쾌적성과 함께 쇼핑, 레저, 교육, 문화 등 생활의 편리성을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특히 대규모 고용, 교육, 문화, 쇼핑의 집결지인 서울지역과의 근접성은 쾌적성 못지않게 주택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같은 요인으로 강남의 대안으로 판교의 고급 주택을 선호하는 이들이 생기는 것이다.


고급 주택지로서 판교 부동산의 매력과 한계

이 같은 조건을 기준으로 고급 주택지로서 판교를 평가해볼 필요가 있겠다.

첫째는 입지다. 판교는 서울 강남~판교~분당으로 연결되는 개발축상에 위치해 강남 지역 접근성이 매우 뛰어나다. 경부고속도로 판교IC와 서울~용인 고속도로 서판교IC가 인접해 있고, 분당~수서 고속도로, 분당~내곡 도시고속도로 등을 통해 강남권까지 약 15~20분 정도면 진입이 가능하다. 특히 2011년 9월 개통예정인 신분당선 전철이 개통할 경우 15분 정도면 강남역에 도착할 수 있다.

둘째는 생활 편의성이다. 판교 신도시는 현재 개발 중인 상업지역뿐 아니라 분당 신도시의 교육, 문화, 의료, 쇼핑시설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동시에 향유할 수 있다. 자동차로 5분이면 판교 및 분당지역의 다양한 편의시설 등 인프라를 이용할 수 있다.

셋째는 거주환경의 쾌적성이다. 가장 최근에 개발된 신도시답게 판교의 주거환경은 여느 신도시에 비해 우수하다. 판교 신도시의 녹지율은 37.3%로 분당(28.9%), 일산(22.5%)보다 월등한데, 특히 서판교 지역은 운중천을 중심으로 북쪽에 청계산과 금토산 공원, 남쪽에 남서울CC가 감싸고 있어 주거환경이 매우 쾌적하다.

반면 인구밀도는 헥타르당 95명으로 분당(198명), 일산(176명)보다 낮다. 서판교지역은 헥타르당 인구밀도가 69.4명에 불과해 동판교지역(105명)보다 개발밀도가 매우 낮다. 중대형 아파트, 고급 단독주택, 저밀도 연립주택 등 운중천 북측에 위치한 서판교 고급 주택은 성북동과 평창동, 삼성동 등 서울의 대표적인 고급 주택지처럼 배산임수(背山臨水)에 기초한 남향의 힐사이드에 위치하고 있다.

넷째, 근무지와의 근접성 또한 우수하다. 서울 강남지역의 테헤란로 업무중심지까지 자동차와 대중교통 모두 접근성이 매우 양호하다. 또한 판교 신도시 내에 여의도 오피스 면적의 50% 수준인 연면적 약 80만 평 규모의 판교 테크노밸리가 조성돼 첨단 정보기술(IT)과 벤처기업의 메카로 육성될 예정이므로 향후 도시의 자족 기능이 더욱 증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위와 같은 측면에서 판교 신도시는 부유층이 모여들 수 있는 고급 주거지로서의 여러 여건을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 신흥 부촌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판교 신도시가 강남 수준의 가격을 형성하는 고급 주거지가 되기에는 몇몇 한계가 있다.

서울 도심이나 강남지역에는 오랫동안 형성되고 집적된 대규모 업무시설, 다양한 전통 및 최고급 소비문화, 대규모 편의시설 등 고급 주거지에 어울리는 최고의 인프라를 갖추고 있다. 점차 증가하는 교외 지역의 출퇴근 비용과 시간, 도심재개발과 복합개발 등 서울의 재생으로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인구의 도심 회귀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한 판교 신도시 내 공급되는 단독주택의 경우 필지 규모가 대부분 231㎡ 정도로 서울 성북동, 평창동, 삼성동이나 분당 구미동(380㎡ 이상) 등 고급 단독주택지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점이 걸림돌이다. 서판교지역에 공급되고 있는 중대형 평형의 저밀도 연립주택(타운하우스)의 경우도 내부 인테리어 측면에서 강남권 최고급 빌라에 비하면 아직 미흡한 부분이 많다.

결과적으로 판교 신도시는 부유층이 모여들 수 있는 고급 주거지로서의 여러 여건을 갖추고 있어 대한민국 신흥 부촌의 하나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강남지역을 대체하기에는 여러 가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어 강남지역을 상회하는 가격 형성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지은용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