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 아파트 시장의 기상도] 분양가 대비 약 50% 상승 당분간 현 수준 유지할 듯

판교는 2006년 동시분양 당시 부동산 투자자와 무주택자들에게 가슴 설레는 투자처이자 기회의 땅이었다. 입지 면에서 강남불패 신화를 이끌었던 강남권과 30분이면 닿을 수 있고, ‘천당 다음 분당’이라는 분당과 마주한 지역이다.

입지상의 장점과 함께 신도시라는 메리트도 판교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를 부추겼다. 특히 판교는 신도시 중에서도 낮은 용적률과 높은 녹지율을 자랑한다.


투자가치 면에서도 판교의 중소형 면적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서 주변 시세보다 낮은 분양가가 적용됐기 때문에 ‘로또’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관심을 끌었다. 그 결과 봇들마을 1단지 109㎡는 1순위 청약경쟁률이 최고 1088.4 대 1이라는 초유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대부분의 면적이 수십~수백 대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형 면적에 대한 투기수요를 대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대형 면적의 투기수요를 줄이기 위해서 분당 아파트 시세의 90%까지 국민주택채권을 매입하게 했다. 이로 인해 대형 아파트들은 중소형 아파트보다는 투자메리트가 다소 떨어졌지만, 분양가격의 기준이 된 분당이 당시 성숙단계를 넘어섰기 때문에 판교 부동산의 가치가 분당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입주 2년, 동판교 vs 서판교 아파트

이처럼 많은 투자자들의 기대 속에 건설된 판교 신도시는 2009년부터 입주가 본격화됐다. 그렇다면 현재 판교 아파트 시장은 어떤 상황이며 어떤 아파트들이 인기를 끌고 있을까.

우선 판교는 경부고속도로를 기준으로 동판교와 서판교로 나뉜다. 동판교는 중소형·임대아파트 위주로 개발되고, 올 9월 개통 예정인 신분당선 판교역도 가까워서 교통환경이 좋다. 또 아직까지 개발이 완료되거나 상권이 활성화되지는 않았지만 백현동 일대에는 업무·상업시설 등이 자리 잡아 분당의 기존 상업지역과 함께 신흥 상권을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

동판교가 중소형 중심의 편리한 생활환경이 강점인 만큼, 인기 아파트 역시 판교역과 인접한 봇들마을 1·2·9단지다. 봇들마을 1·2·9단지는 또한 초·중·고등학교가 가깝고 편의시설도 풍부해 동판교에서 가장 인기가 높다.

특히 특성화 초등학교인 봇들초등학교 주변은 젊은 부부들 사이에서 선호도가 높다. 다음 달부터 전매제한이 풀리는 봇들마을 1·2단지의 106~109㎡는 7억5000만 원 정도, 144㎡는 12억~13억 원대에 매물이 나와 있다.

반면 서판교는 중대형 아파트와 고급형 타운하우스, 단독주택을 중심으로 개발된 지역이다. 대중교통 여건은 동판교보다 다소 떨어지지만 청계산, 운중천 등의 자연환경과 함께 풍부한 녹지율을 바탕으로 쾌적하고 고급스런 주거지역의 면모를 갖췄다.

서판교에서는 운중천과 공원 조망이 가능한 판교원마을 2·3·5단지가 가장 인기 아파트다. 분당의 초입에 위치한 판교원마을 11·12·13단지도 인기 단지다. 판교원마을 2단지 143㎡의 시세는 11억~12억 원 정도, 5단지 190㎡는 17억 원 수준에 거래가가 형성돼 있다.


판교, 정말 로또였을까?

판교의 분양가격은 2006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1200만 원 선이었다. 면적별로는 전용면적 85㎡ 이하 중소형은 1100만 원대, 85㎡를 초과한 대형은 1300만~1400만 원대에 분양됐다. 2006년 당시 인근 분당의 아파트 시세가 1800만 원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가격에 분양됐다.

전용면적 85㎡를 기준으로 볼 때 분양가격은 3억8000만~3억9000만 원으로 4억 원을 밑돌았지만, 2011년 2월 현재 매매가격은 7억5000만 원 선을 형성하고 있다. 아직 대부분 전매제한 기간이지만 대체로 분양가격 대비 3억~4억 원의 프리미엄이 붙었다. 입주 2년 만에 분양가격의 2배가량 올랐다는 점을 보면 과연 로또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다. 지금은 전매제한이 풀리더라도 소유권 이전 등기 이후 3년 미만이기 때문에 양도세 부담이 있어 중소형 아파트의 매물이 많지 않다.

입주 후 전매가 자유로웠던 전용면적 85㎡ 초과인 중대형 아파트의 가격은 3.3㎡당 2100만~3000만 원 정도로 형성돼서 채권입찰제를 감안하더라도 분양가격의 약 30~50% 정도 매매가격이 올랐다.

판교원마을 1단지 127㎡는 채권을 38% 할인율로 적용할 경우, 분양가격이 6억2500만 원 선이었지만 현재 시세는 9억5000만~10억 원에 형성돼서 약 3억5000만 원이 올랐다. 봇들마을 9단지 144.7㎡도 채권 포함, 7억9000만 원대에 분양됐으나 현재는 12억~13억 원으로 분양가 대비 4억5000만 원 올라서 대형 아파트도 대체로 3억~4억 원 이상 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금이라도 구입하면 투자가치가 있을까?

통상 신도시처럼 대규모로 개발되는 택지개발지구는 개발 후 10년 정도가 돼야 당초 계획했던 인프라가 갖춰지고, 상권이나 편의시설 등이 자리를 잡게 된다. 1기 신도시 역시 1990년대 중반에 입주한 후 2006년까지 상승곡선을 그렸고 경기도 평균적인 상승률보다 높은 가격 상승을 기록했다.

그런 측면에서 판교는 성장성이 있는 도시다. 수요 측면에서도 인접한 분당의 입주가 20년을 앞둔 상황에서 분당의 대체 지역으로서, 신흥 부촌으로서 서울 강남권 수요를 흡수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1기 신도시를 거치면서 생긴 학습효과로 인해 이미 판교의 아파트 가격은 미래가치가 반영됐다고 보는 것이 맞다. 판교의 아파트 매매가격은 면적별로 3.3㎡ 당 2500만~3000만 원 수준으로 분당보다는 40%가량 높고, 강남 송파구 아파트보다 비싸다.

또 국내 최고의 아파트 가격을 형성하는 강남구와도 면적별로 500만~800만 원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전세가격 역시 송파구보다 높고, 분당보다는 30~40% 정도 높다. 그만큼 추가 상승여력이 높지 않다고 볼 수 있다.

수급 측면에서도 상황이 그리 긍정적이지는 않다. 2000년 이후 강남권은 대규모 재건축을 통해 고가의 대형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섰다. 굳이 판교 신도시를 가지 않더라도 강남권에서도 입지여건과 생활환경이 우수한 대형 아파트를 선택할 수 있다는 말이다. 중소형 아파트도 보금자리주택지구가 공급되면서 강남권에서 생활환경이 우수하고 투자성 있는 아파트들의 공급이 증가하고 있다.

인구구조 변화와 국내 경제의 성장성 둔화라는 측면에서 아파트 가격의 상승여력도 제한적이다. 물가 상승과 가계 부채, 금리 인상 등 불안요인도 아파트 가격의 발목을 붙잡고 있다. 특히 고가의 아파트는 신규 수요가 받쳐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2010년 판교의 전세가격은 평균 35.5% 상승한 반면 매매가격은 1.16% 상승에 그쳤다. 매매 대비 전세 비중도 35.4% 수준이어서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판교는 지역의 발전, 성장과 함께 현재의 가격 수준은 유지하겠지만 당분간 급격한 가격 상승이나 투자가치가 높아질 가능성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김혜현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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