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China] 국내 증권사의 중국 증시 진출을 위한 제언

중국의 주식시장은 최근 2년여 동안 약세를 면치 못했다. 이는 중국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에서 기인했다고는 보기 어렵다. 지난 5년간 연평균 57%의 높은 상승에 따른 조정에 대형 기업공개(IPO) 등 공급 과잉에 따른 일시적인 약세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따라서 중국 증시는 여전히 매력적이며 글로벌시장에서 톱티어(top-tier)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실제 작년 한 해 신규 공급된 주식물량인 약 1조2000억 위안을 감안하면 상하이종합지수는 연말 기준인 2808이 아니라 3500 이상이라고 한다.

일러스트·추덕영

중국은 또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엄청난 외환보유고와 함께 주요 2개국(G2)으로 급부상하면서 투자대상국일 뿐 아니라 중요한 자본유치국으로 자리매김했다. 실제 중국은 작년 말부터 달러 중심 외환보유의 리스크 상승에 따라 외환보유고를 다양화하고, 아시아권에서 위안화를 지역 결제통화로 만들기 위해 일본, 한국의 채권과 부동산을 매입하는 한편 최근에는 주식투자도 시작했다.

이는 중국이 인 본드(in-bound) 자본유치를 넘어 아웃 본드(out-bound)로 진출하고 있다는 신호다. 이는 2009년 자본시장법을 계기로 글로벌 플레이어, 아니면 과도기적으로 리전 플레이어(regional player)로 도약하려는 국내 증권사 또는 운용사로서는 다양한 비즈니스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특히 최근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및 헤지펀드를 적극 도입하기로 하는 등 자본시장의 또 다른 빅뱅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중국 자본의 진출을 더욱 다양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연평균 60% 이상 성장한 중국 자산운용시장

중국의 주식시장은 1990년 11월 상하이거래소와 이듬해 선전거래소 시장이 개설된 이래, 20여 년 동안 빠른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거래소 유통을 제한했던 비유통주의 유통주 전환 작업을 마무리한 2006년 말 이후 덩치를 키웠다. 2010년 말 기준으로 중국은 상장사 2026개, 시가총액 30조 위안(약 5140조 원)의 세계 3위 주식시장으로 성장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우리나라의 약 5배에 이른다.

자산운용시장도 2001년 시작된 이래 중국 증시의 활황에 힘입어 연평균 60%라는 경이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2010년에 신규로 설립된 펀드만 136개, 모집된 펀드규모는 약 3040억 위안에 이른다. 2010년 말 현재 중국 내 펀드 수는 총 693개, 펀드 운용금액은 2조5000억 위안(약 430조 원)을 상회한다.

특이한 점은 펀드 구성이다. 채권형 펀드 비중이 높은 한국과 달리 중국에서는 주식형 펀드가 전체 운용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자산운용사에 해당하는 펀드운용사의 펀드는 상업은행을 통한 판매가 77%, 펀드운용사 직접 판매가 14%, 증권사가 약 9%를 차지해 한국보다 상업은행 의존도가 상당히 높다.

2010년 말 중국의 펀드운용사는 60개사, 그중 외국사와의 합자 펀드운용사는 중국 금융당국의 합작유도로 절반 이상인 33개사다. 결과적으로 중국 증시는 개방 확대, 새로운 상품 도입, 자산운용시장의 확대 등으로 다양한 비즈니스 잠재력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 경제 및 증시와 밀접하게 관련된 한국의 증권사들이 중국 자본시장에 높은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 증권사들의 중국 진출이 그리 호락호락하지는 않아 보인다. 중국은 2001년 금융시장 개방을 선언하면서도 외국 증권사의 중국 진출에 많은 제약을 두었다. 국내 증권사들도 여러 환경적 제약으로 아직은 중국 진출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여기에는 외국 증권사의 중국 진출 시 중국 자본과 합자형태로만 현지법인 또는 지점을 설립해야 하고, 둘째, 중국 주식(상하이·선전의 A주식)에 투자하려면 외국인적격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획득해야 하는 제한 등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한국의 증권사 입장에서는 그에 대한 준비가 충분하지 않았다. 현재 중국 내 합자증권사는 미국, 유럽 및 일본계 글로벌 증권사들이 참여한 9개사에 이르고 합자 자산운용사는 33개이지만 한국은 아직 합자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가 없다.

현재 국내 증권사들의 중국 주식 접근은 적격국내기관투자가(QFII) 자격을 갖고 있는 9개의 QFII 기관을 통해 간접적으로 하고 있어 그만큼 정보 및 투자 타이밍에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내 증권사 대표처들은 비영업성 업무인 자문, 연락, 시장조사 등을 수행하며 QDII 및 투자은행(IB) 영업은 현지 연락 등 보조적 역할에 머물고 있다.

그러나 상하이 등 중국 증권시장을 세계 금융의 중심으로 하려는 중국 정부의 입장이 확고한 데다, 주가조정 상태에서 중국 기업 IPO 등 급증하는 주식공급에 대응하려면 QFII 인가 확대를 통한 수요 확대가 필수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는 외국 증권사 또는 자산운용사의 중국 진출에 대한 입장이 유연해지고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한국의 증권사들은 보다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진출을 서두를 필요가 있는데, 올해 들어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중국 진출 확대가 언급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다.

2005년을 전후로 중국 증시에 적극 진출한 글로벌 증권사들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나라 증권사들의 중국 진출방안을 간략히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우선 글로벌 증권사들이 그러했듯이 합자증권사를 통해 이제는 중국 증시에 직접 진출해야 한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글로벌 증권사처럼 브랜드 가치와 경험이 풍부하지 못하다. 또한 중국 합자사 중 적어도 1개사는 비교적 강한 경영 관리능력이 있어야 하며, 최근 1년간 진출 업무의 시장점유율이 업계 중등 이상이어야 하는 부담도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 투자한 한국 기업이 이미 4만여 개에 달하고, 한국의 대(對)중국 직접투자 순위가 일본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는 등 중국의 3대 무역상대국으로까지 성장한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기업의 IPO, 증권발행, 상호 증시참여 협력 등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중국에서는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를 증권업의 일종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중국 진출이 보다 용이한 자산운용 분야로 진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자회사 또는 계열사로 자산운용사를 갖고 있는 증권사들은 합자 자산운용사를 설립해볼 만하다.

한국 자산운용사들의 운용규모는 지난 5년간 500% 가까이 늘어났고 수익도 크게 호전돼 상당수의 운용사들이 합자 파트너로서 건전한 재무 상태와 금융자산 운용경험에 충분히 부합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대표사무소 없이 처음 진출하는 경우에는 QDII 및 QFII 투자와 연관된 중국 증권사 및 자산운용사들과의 협력관계 구축,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채권 인수, 투자자문 및 중국 기업의 증시 상장과 관련된 프리보드 상장(Pre-IPO) 및 IPO 등을 수행하면서 먼저 경험을 축적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이는 중국 증시에 대한 조사, 중국당국과 좋은 관계를 만드는 시간이기도 할 것이다.

넷째, 투자자문업으로 진출하는 방안이다. 중국은 투자자문업을 일반 투자자문업과 증권 투자자문업으로 분류하며, 외국사가 증권 투자자문업에 진출하려면 합자증권사 설립으로 증권 투자자문업 면허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문업은 일정한 요건만 만족하면 면허 신청이 가능하다. 현재 미래에셋증권, 우리투자증권, 한화증권 등이 가세해 한국과 중국에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들에게 시장조사, 투자정보 제공 및 자문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이 외에 선물업 또는 창투업 등을 통해서도 진출해 볼 만하다. 선물업의 경우 아직 구체적인 시행세칙이 마련되지 않아 시간이 필요할 수 있으나, 시작한 지 1년 안돼 거래규모가 한국을 능가하는 등 좋은 수익모델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적극적 검토와 사전준비가 필요하다. 창투업의 경우 최근 창업판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중국 벤처캐피털과 사모투자가 활발해지고 있어 시장 잠재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정유신 SC증권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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