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 기본으로 돌아간다’…리딩뱅크 안착할 것

김정태 하나은행장

신묘년 벽두부터 은행권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글로벌 금융위기 후 취했던 지난 2년간의 ‘방어 모드’에서 벗어나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영업 강화에 나설 전망이기 때문이다. 그중에도 특히 주목받는 은행은 하나은행이다.

하나은행은 지주사(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를 계기로 대대적인 공격경영에 나설 태세를 가다듬고 있다. 그 최전방에 서 있는 인물은 김정태 하나은행장이다. 30여 년 은행 경력의 대부분을 영업 현장에서 보낸 김 행장은 국내 뱅커 중 첫손에 꼽히는 ‘영업의 달인’이다.

은행장 취임 이후에는 ‘한국의 HSBC(하나·서울·보람·충청은행의 영문 머리글자)’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다국적 군’으로 구성된 하나은행 조직을 격의 없는 의사소통으로 일사불란하게 이끌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하나은행을 젊고 역동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는 김 행장으로부터 ‘금융 리더’의 비결을 들어봤다.


30년 전 행원으로 시작해서 은행의 최고경영자(CEO)까지 오르셨습니다. 비결이 있을까요.

“저는 은행에 들어온 이후로 어떤 자리나 직위를 바라거나 목표로 삼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제게 주어진 일들을 즐기며, 제가 가진 열정과 관심을 모두 쏟아서 일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자기 일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직위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좌우명이 있다면.

“평소 ‘일일삼성(一日三省)’, 즉 매일 스스로 뒤돌아보고 하루를 반성하는 시간을 소중히 여기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간을 가지면 작은 일에 얽매이기보다는 좀 더 넓은 생각과 즐거운 마음이 생기게 됩니다.”

김 행장께도 삶의 고비가 있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 시절이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가장 힘들었습니다. 당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모님의 사랑’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유년 시절 부모님과 친지들의 사랑을 유별나게 많이 받고 자란 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언제든 ‘잘될거야’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힘든 시기를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헤쳐 나오고 나니 그 다음부터는 모든 것들의 좋은 면만 보이더군요.”

금융인으로서 중시하는 덕목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저는 사회에 진출하기 전에 딱히 은행원이 되겠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금융계에 뛰어든 이후로는 맡은 부분의 전문가가 되려고 했고 즐겁게 일했습니다. 금융인이 되기 위해 특별한 자질은 필요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다만 ‘도덕성’은 그 어떤 직종보다 높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금융업은 고객의 자산을 불리는 ‘서비스업’일뿐더러 항상 돈을 만지고 있는 직종이기 때문입니다. 덧붙이자면 금융인은 ‘실력’도 갖춰야 합니다. 실력 없는 금융인의 조언은 고객에게 ‘민폐’일 뿐입니다.”

하나은행장이 되고 난 후 성과라면 어떤 게 있나요.

“글로벌 금융위기의 어려움 속에서도 하나은행의 장점인 철저한 리스크 관리(RM)를 통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건설, 조선업 등의 위험 업종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 다시 당기순이익 1조 원대로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대외적으로는 세계적인 경제지 유러머니(Euromoney)로부터 ‘6년 연속 베스트 프라이빗 뱅킹(PB)’을 수상해 PB명가로서의 자부심을 지켰습니다. 또 한경비즈니스가 선정하는 ‘베스트 PB센터’ 조사에서도 2010년 은행부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습니다.

한발 앞선 정보기술(IT)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진행한 차세대 시스템을 성공적으로 구축한 것도 성과입니다. 이들 성과는 하나은행 직원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이었다고 봅니다. 저는 우리 직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돕고 응원하는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은행장으로서 평소에 강조하는 경영철학은 무엇입니까.

“무엇보다도 직원들이 스스로를 위해 즐겁게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리더란 직원들이 즐겁게 일해서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헬퍼(helper)’가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또 조직 내에서는 원활한 소통 역시 중요합니다. 구성원 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이루어질 때에 비로소 최고의 회사가 된다고 믿고 있습니다.”

“금융업은 항상 돈을 만지는 직종이므로 그 어떤 직종보다 도덕성이 요구됩니다.”
올해 하나은행이 화두로 삼고 있는 ‘고객 속으로’의 의미가 궁금합니다.

“우리의 초심을 되짚어보고 고객 속으로 들어간다는 의지의 표현입니다. ‘고객 속으로’에는 고객이 어떤 생각을 하며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읽어내어 같이 호흡할 수 있는 하나인의 모습이 담겨있습니다.

제 취임 첫해의 화두는 ‘조이 투게더(joy together)’였습니다. 2009년은 ‘최고입니다. 남다릅니다’였고, 2010년은 ‘점프 투게더(jump together)’였습니다. 즉 첫해에는 즐겁게 일하며 실력을 기르자는 의미였으며 둘째 해에는 기른 실력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르자는 의미였습니다. 2010년은 최고의 자리에 오른 실력을 바탕으로 한 번 ‘뛰어올라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이제는 뛰어올랐으니 그 실력으로 고객의 마음속으로 파고들자는 것이죠.”

올해 하나은행의 경영전략과 목표는 어떻게 되나요.

“2011년 경영의 핵심키워드는 고객 확대를 통한 영업기반 강화와 경영효율성의 지속적 추구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시장 성장에 부응해 우량자산 위주로 자산을 증가시킬 예정이며 자산성장 과정에서 예대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여수신의 균형 성장에 초점을 맞출 예정입니다.

2010년 말 기준 예상 예대율은 105%인데 올해 목표는 100% 미만입니다. 또 리스크 관리를 강화해 2010년 성과를 초과하는 당기순이익을 달성하면서 업계 최고 수준의 자산건전성을 유지할 계획입니다.”

최근 온라인에 주목하고 있는 게 눈에 띕니다.

“은행들의 오프라인 채널 경쟁은 거의 포화상태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금융은 모바일 뱅킹을 비롯한 온라인에서 새로운 고객의 니즈를 충족해야 합니다. 2010년 하나은행은 국내 최초로 스마트폰 뱅킹 애플리케이션을 제공해 고객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받고 있으며, 인터넷 온라인 영업점을 통해 예금, 대출 등 금융상품을 상담하고 거래하는 고객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유러머니가 선정하는 최우수 PB로 6년 연속 선정됐습니다. PB부문의 경쟁력은 어디에서 오는지요. 그리고 다른 은행과의 향후 차별화 전략은 무엇인지요.

“PB 영업은 하루아침에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기간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인정받아야 안정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는 특징이 있습니다. 하나은행은 국내외서 고객의 신뢰를 인정받고 있는 점에서 다른 은행과 차별화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의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PB 고객의 니즈와 특성에 맞는 전용상품을 더욱 강화하고, PB 전담시스템을 통해 최고의 솔루션을 제공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PB에 대해서는 철저한 교육과 최신 금융정보 제공을 지속해 고객의 신뢰가 더 깊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0년 말 단행한 조직개편은 어떤 의미를 담고 있는지요.

“이번 조직개편의 핵심은 모든 역량을 영업에 집중하는 데 있습니다. 모든 채널은 시장과 고객에 집중하도록 하고, 본부부서는 고객에게 최상의 상품과 서비스를 적절하고 신속하게 제공할 수 있도록 재편했습니다. 또한 PB, RM 등 전문가 채널이 더 많은 고객에게 최상의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도록 배치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하나금융그룹은 ‘매트릭스 조직’을 취하고 있는데 그간의 성과와 문제점, 향후 개선방안은 무엇입니까.

“매트릭스 조직은 고객의 특성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기 위해 구성됩니다. 개인, 소호, 중소기업, 대기업 등 다양한 유형의 고객 특성에 맞추어 좀 더 전문적인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번 조직 개편도 영업조직과 지원조직이 매트릭스 방식으로 조합됐습니다. 이러한 조직 구성의 중심은 고객이며, 고객을 중심으로 모든 채널에서 다양한 금융 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위기 이후 은행업 전반이 위축됐는데 올해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하는지요.

“올해는 은행권 구조재편에 따라 선두은행 간 영업 확대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각 은행별로 글로벌 시장 진출 움직임이 더욱 강화될 전망입니다. 아울러 올해 우리 경제는 상저하고의 성장세가 예상됩니다.

특히 상반기에는 유럽 재정위기 지속, 환율전쟁 가능성 부각, 미국과 중국 등 세계 경제의 회복세 둔화 등과 같은 글로벌 불확실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강력한 회복세가 시험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대외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또 국내 기업 구조조정과 같은 부담들이 완화되는 하반기부터는 우리 경제가 비교적 견실한 회복세로 복귀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금융회사의 해외 진출과 관련, 하나은행은 어떤 계획을 갖고 있습니까.

“현재 하나은행은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을 통해 현지화 전략을 추진 중이고 이를 포함해 9개국 42개의 해외 영업망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외환은행도 22개국에 총 49개의 자회사, 지점, 사무소 등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습니다.

특히 중국에서는 홍콩-베이징(北京)-칭다오(靑島)-선양(瀋陽)-창춘(長春)-하얼빈(哈爾濱)을 연결하는 중국 내 금융벨트를 구축 중이며, 동북 3성을 집중 공략해 이 지역의 리딩뱅크로 자리 잡을 계획입니다.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 뱅크 하나(PT BANK HANA)는 현재 19개 영업점에서 인도네시아 현지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역점을 두고 있으며 2011년에는 지점망 및 자동화기기 시스템 확충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호찌민 사무소는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지점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고 인도 뉴델리 사무소, 아랍에미레이트 두바이 사무소도 비즈니스 분석 및 지점전환 시점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후, 하나은행의 포지셔닝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두 은행의 고유 경쟁력을 유지하고 고객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독립된 법인 체제를 유지할 계획입니다. 또한 영업망이 서로 중복되는 곳도 많지 않고 고객층도 다양하게 구성돼 있어서 기존의 영업전략이 크게 바뀌거나 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룹 차원에서는 후선 지원 업무의 효율적 운영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양 은행의 상호 문화 및 조직 간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기업문화의 점진적 융화를 추진할 것이며 인력 배치 시 소속에 구애됨이 없이 해당 포지션에 가장 적합한 인재를 두루 등용할 계획입니다.

전산은 기술적 요소를 고려할 때 당장의 통합은 어렵지만 단계적으로 IT 운영 시스템의 통합을 실행해 비용절감과 고객이용의 편리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입니다. 신용카드 부문은 통합을 고려할 수 있으나, 모두 주총 사항으로 주주 간 이해관계의 조정 등이 수반돼야 하는 등 현실적 어려움이 있습니다.

따라서 카드사업의 경우 통합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인프라의 공동 운영이 가능하고 공동 상품개발 및 프로모션, 마케팅 자원의 공동 활용 등을 통해 상호 간 시너지 창출이 가능한 효율적 운영 방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해외 중복 네트워크가 일부 있으나 주요 영업 방향과 지역이 달라 통합 필요성은 크지 않습니다. 해외 진출 전략은 그룹의 장기 비전에 맞춰 해외 네트워크의 운용 효율성을 제고할 예정이며, 그에 따른 해외 투자는 중복 투자를 지양하고 성과가 높은 방향으로 추진할 계획으로 동일 지역의 이중 브랜드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은행은 태생적 특성으로 인해 조달 비용 면에서 다른 시중 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입니까.

“하나은행이 상대적으로 조달 비용이 높다는 지적이 있습니다만, 이를 개선하고자 저금리성 예금 비중을 높이는 등 다양한 노력을 해오고 있습니다. 올해 가장 중요한 영업전략인 고객 수 증대를 통해 영업기반을 마련하고, 결제성 예금을 유치하는 데 중점을 둘 것입니다. 또한 리스크 관리 활동을 통한 거래기업 유치에 박차를 가해 기업 활동자금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김 행장께선 금융계에서 대표적인 ‘영업의 달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특별한 영업의 비결이 있을까요.

“영업은 먼저 고객을 아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지런히 고객에 대한 정보를 모아야 합니다. 아주 작고 기본적인 것부터 세심하게 살펴보고 분석해야 합니다. 그리고 나서, 고객의 마음을 얻기 위해 자신의 열정과 정성을 다해야 합니다.

자신의 성과를 위해서가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고객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고,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고객의 신뢰를 얻고 인정을 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은행장으로서 경영 아이디어를 얻는 방법이 있다면.

“매일 새벽 일찍 일어나 깊이 생각하거나 명상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기도 하고, 출장을 갈 때에는 5, 6권씩 책을 읽으면서 늘 새로운 지식을 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 각종 보고서나 미디어를 접할 때 경영에 도움이 될 만한 내용은 그때그때 수첩을 꺼내 기록하는 습관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건강관리는 어떻게 하십니까.

“족욕이나 반좌욕을 통해 스트레스를 많이 풀고 있죠. 운동은 대부분 걷기를 많이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모두 공감하시겠지만 음식 관리는 좀 힘들어요. 워낙 밖에서 고객과 함께 식사를 하는 일이 많다 보니. 무엇보다 좋은 건강관리법은 마음을 편하게 가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정태
현 하나은행장
성균관대 행정학과
서울은행 입행
하나은행 부행장
하나금융지주 부사장
하나대투증권 사장


대담 = 김상헌 한경비즈니스 편집장
정리 =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사진 서범세 기자 c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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