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Special] 남성 성 기능 치료, 화두는‘지속 시간’
입력 2011-01-14 16:18:27
수정 2011-01-14 16:18:27
한국얀센 프릴리지
11년 전 '비아그라'로 포문을 연 남성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변화를 맞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은 화이자 제약의‘비아그라’와 릴리의 ‘시알리스’, 동아제약의 ‘자이데나’가 3강 체제를 형성한 데 이어, SK케미칼의 ‘엠빅스’, 바이엘의 ‘레비트라’, 종근당의 ‘야일라’ 등 다양한 치료제가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꾸준한 성장세에 비해, 성장율은 점점 더뎌지고 있어 조루증 치료제가 발기부전 치료제의 뒤를 이어 남성 성 기능 치료제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것으로 전망된다.
성 접근 방식 바꾼 경구용 조루 치료제 등장
최초의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의 탄생에 대해 학계는 단순한 성 기능 치료제 이상의 의미를 부여한다. 기존의 발기부전 치료제와 달리 남성의 입장이 아닌, 여성 파트너와의 교감도와 만족도를 높여주는 ‘관계’에 중점을 둔 약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의사들은 조루증은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라고 역설해 왔지만, 심리치료와 행동요법 등의 효과가 제한적인 이유로 임상적으로 널리 쓰일 수 없는 치료법만이 있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피임약과 발기부전이 약물로 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시되면서, 성 기능 장애문제 대부분을 정신과나 정력, 테크닉의 문제가 아닌 기질적 원인으로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의학적 접근이 시작됐다.
1990년대 이후 중추 내 신경전달물질이 조루증 치료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기질적인 원인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뤄졌다. 먹는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는 이처럼 성에 대한 접근 방식을 바꾼 연구의 산물이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비뇨기과 이성원 교수는 “조루증은 단순히 사정에 이르는 시간이 짧은 일시적 증상이 아니라 남성의 자존감과 자신감, 여성 파트너의 만족감 등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심각한 의학적 질환”이라며 “프릴리지의 등장으로 조루의 근원적 치료가 가능해져 앞으로 전문적인 상담과 치료가 보다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성인 남성의 약 30%가 조루증 환자로 추정되는 만큼,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의 등장으로 성 기능 치료제 시장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는 중이다.
‘비아그라’가 노년에도 성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남성들에게 중년의 성을 되돌려준 역할을 했다면, 프릴리지는 젊은 사람들도 비뇨기과에서 성 기능 문제를 상담할 수 있게 하는 장을 마련 해줬다. 1967명의 성인 남성을 대상으로 한 BMK마켓 리서치의 조사에 따르면 프릴리지 발매 후 비뇨기과에 방문하는 20~30대 젊은 남성 환자의 비율이 25.4%에서 39.8%로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서울 신촌 소재 임일성비뇨기과 임일성 원장에 따르면 “최근 들어 젊은 부부들이 성 기능 장애에 대한 상담을 위해서 비뇨기과를 같이 찾는 경우들이 늘어나고 있다”라고 전했다. 프릴리지는 비뇨기과 방문을 주저하던 젊은 남성들을 위해 비뇨기과 문턱을 낮춤과 동시에 배우자와 함께 비뇨기과를 방문하는 등 새로운 진료 문화를 만들었다.
또한, 프릴리지로 인해 남성 성 기능 치료제 시장에서 ‘시간’이 화두가 되고 있다. 특히 짧은 사정 시간으로 스트레스를 받는 조루 환자는 물론 발기부전 환자 또한 발기 지속 시간이 성생활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시간’에대한 남성의약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국릴리의 발기부전 치료제 ‘시알리스(Cialis)’는 36시간의 긴 지속기간으로 ‘위크엔드 필(Weekend Pill)’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인기를 모았고, 바이엘 헬스케어의 ‘레비트라’도 기존의 ‘강직도’ 콘셉트를 포기하고 ‘발기 지속 시간 연장’에 포커스를 맞춰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발기부전 치료제에서 중요시 한 초기 강직도와 발기력 중심의 접근에서 ‘시간’으로 강조 포인트가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학계에서도 발기부전 연구에 집중했던 과거와 달리, 조루증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다뤄졌다. 대한남성과학회 관계자는 "지난해 9월 말 코엑스에서 개최된 세계 성의학회(ISSM)에서 새로운 조루증 가이드라인이 발표되는 등 발기부전보다 조루증에 대한 논의가 더 활발했다"며 “전 세계적으로 발기부전 보다 조루증이 대표적인 남성 성기능 장애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루증 치료제 시장 규모 약 3000억 원 예상
조루증 치료제 시장은 현재 세계시장 50억 달러, 국내 잠재시장 약 3000억 원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의 약 3배 정도의 어마어마한 규모다.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이 비아그라를 비롯한 다양한 약들이 경쟁하는 것과 달리 조루증 치료제는 현재 한국 얀센의 프릴리지가 유일하다는 점에서 더욱 매력 있는 시장이다.
대한남성과학회에서 2008년 8월 국내 성인 남성 2037명을 대상으로 한 조루 유병률 관련 역학조사 결과, 전체의 27.3% (560명)에 해당하는 남성이 자신 스스로를 조루라 여기고 있었다. 이는 대한민국 남성의 3분의 1이 조루증을 겪는다는 애기이다. 특히 발기부전이 중년 이후 남성에게서 나타나는 것과 달리 조루는 젊은 층에서도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루증 치료제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김세웅 가톨릭 서울성모병원 비뇨기과 교수는 "바르는 조루 치료제가 국내에서만 연간 500만 개 이상이 팔릴 정도로 잠재된 시장규모는 어마어마하다"며 "비아그라가 발매된 후 4년 새 발기 부전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 수가 8배 가량 늘었던 점을 고려할 때 최초의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가 통용되면 치료받는 조루증 환자들도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루증 치료제 시장에 두 번째로 뛰어든 회사는 동아제약이다. 동아제약은 5월 초에 조루증 치료제 후보물질 DA-8031에 대한 임상시험에 들어갔으며, 2014년 정도에 출시 예정이다. 중견 제약사인 씨티씨바이오에서도 조루증치료제 임상시험 중이어서 향후,조루증 치료제 시장의 경쟁이 예상된다.
조루증은 일시적인 증상이 아니라 심각한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이로 인해 삶의 질을 저하시켜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최근 조루증 환자의 경우 이혼률이 일반인보다 최대 두 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결과로 인해 조루증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부쩍 높아졌다.
하지만 조루증에 대한 높은 관심과 대조적으로 낮은 치료율을 보이는 점을 이용해 경구용 조루증 치료제, 프릴리지의 불법유통이 온라인을 중심으로 퍼지고 있다. 불법 유통업체들은 스팸 메일을 통해 가짜 제품으로 추정되는 프릴리지를 유통하고 있고, 일부 사이트에서는 개인적으로 프릴리지를 사고팔고 있어 더욱 문제다. 프릴리지는 전문의약품으로 전문의의 처방전이 있어야 약국에서 구입 가능한 제품이기 때문이다.
프릴리지 판매사 한국얀센의 홍보팀 관계자는 “프릴리지는 불법제품이 많은 남성 성 기능 치료제의 특성을 고려해 봉합용 씰 포장 기술을 도입, 상자 재활용이나 위조가 더욱 힘들도록 제작했지만, 최근 불법 제품에 대한 제보를 받고 있다”고 설명하면서 “처방 받지 않은 약은 유통과정에서 훼손되거나 이물이 첨가되었을 수 있으므로 반드시 처방을 받아 약을 복용하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장헌주 기자 c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