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ssue] ‘고공행진’하는 그룹주 펀드 업종 분산 , 업황 전망 잘 살펴야
입력 2010-12-10 13:53:38
수정 2010-12-10 13:53:38
FUND Issue
특정 그룹의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되는 그룹주 펀드는 일반 섹터 펀드보다는 분산이 잘 된 편이지만 그래도 변동성이 높은 편이어서 보완 투자 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현대차그룹주 펀드를 선두로 한 그룹주 펀드들이 주목받고 있다. 현대·기아차의 사상 최고가 질주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SK, LG화학 등 주요 그룹 계열사들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그룹주 펀드의 원조 격인 삼성그룹주 펀드는 조금 주춤하는 양상이다. 삼성그룹을 대표하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고점을 찍은 후 7개월째 75만~85만 원 사이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고 삼성전기, 삼성SDI 등도 횡보세를 보이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최근에는 계열 운용사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주 펀드를 속속 선보이고 있다. 그룹 사정을 속속들이 아는 만큼 운용을 잘 할 것이라는 점을 내세운 펀드다.
전문가들은 그룹주 펀드 투자 시 업종별 투자 비중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업황 전망을 고려해 투자할 것을 주문했다. 또한 여러 그룹주 펀드에 투자해서 업종이 집중되는 위험을 줄이거나, 일반 주식형 펀드의 보완 상품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현대차그룹주 펀드의 해
펀드평가업체인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ETF(상장지수펀드)’는 연초 이후 61.98%(11월 10일 기준)의 대박을 터뜨렸다.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14.27%)보다 4배가량 높은 수익률이다.‘현대현대그룹플러스1A’도 올해만 39.59%의 수익률로 남부럽지 않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그룹주 펀드 수익률에서 선두권을 형성한 이들 펀드는 현대차그룹 주식에 집중 투자한다. ‘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ETF’는 현대모비스를 전체 자산의 26.01% 편입하며 현대차(24.47%), 기아차(23.60%) 등에 주로 투자했다.
이들 세 종목은 서로 엎치락뒤치락하면서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현대현대그룹플러스1A’는 현대차그룹주뿐 아니라 옛 현대그룹 계열사까지 포함하는 범 현대그룹주에 투자한다.
SK그룹주와 녹색 관련주에 집중 투자하는 ‘NH-CA SK그룹녹색에너지A’는 연초 이후 28.74%, ‘신한BNPP3대그룹주플러스1A1’,‘한국투자현대차그룹리딩플러스’,‘K스타 5대그룹주’,‘KB한국대표그룹주C ’ 등도 20%를 웃도는 수익률을 올렸다. 이들은 펀드 명에 나온 주요 그룹주뿐만 아니라 업종 대표주를 편입해 특정 업종 쏠림을 막는 펀드들이다.
삼성그룹주 펀드는 주춤
삼성그룹주 펀드는 연초 이후 17.23%로 국내 주식형 펀드 평균을 웃돌지만 최근 들어선 다소 부진하다. 최근 3개월 수익률은 6.04%로 평균(8.69%)에 다소 못 미친다. 삼성그룹주 펀드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정보기술(IT)주들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그룹주 펀드 중에선 ‘한국투자킨덱스삼성그룹주SW ETF’가 연초 이후 21.45%로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렸다. 이 펀드는 종목별로 해당 업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져 투자 비중을 결정하기 때문에 다른 삼성그룹주 펀드에 비해 삼성중공업 투자 비중이 높은 편이다. 삼성중공업이 ‘턴어라운드’에 대한 기대로 강세를 보인 덕을 본 셈이다.
이 밖에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1(A)’는 19.01%,‘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A)’도 17.77%로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는 기존 인덱스펀드들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운용된 데 비해 자산총액, 순자산, 매출액, 현금흐름, 배당금 등 시가총액 외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운용되는 점이 특징이다. 반면 ‘삼성코덱스삼성그룹주ETF ’(14.70%), ‘한국투자삼성그룹1(A)’(16. 36%) 등은 연초 이후 수익률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계열사 운용 그룹주 펀드 잇달아 출시
그룹 계열 자산운용사들이 자신이 속한 그룹의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그룹주 펀드도 늘어나고 있다. 효시는 삼성자산운용의 ‘삼성당신을위한삼성그룹밸류인덱스’다. 지난해 2월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법적인 제약이 풀려 지난해 5월 29일 처음으로 나왔다.
이 펀드는 증권정보업체인 와이즈FN에서 50여 개 분석 요인에 따라 종목별 가중치를 부여해 산출하는 ‘와이즈삼성그룹밸류인덱스’를 벤치마크로 삼고 있다.
현대자산운용은 ‘현대현대그룹플러스’를 운용 중이며 한화투신운용도 지난 9월 ‘한화한화그룹목표배당형(주식혼합)’펀드를 출시했다.‘현대현대그룹플러스’는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상선, 현대증권 등 현대그룹을 비롯해 현대자동차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그룹 계열사에 주로 투자한다.
‘한화한화그룹 목표배당형(주식혼합)’은 한화그룹 계열사가 발행한 주식과 채권, 기업어음(CP) 등에 주로 투자해 시세차익과 장기적인 이자 및 배당수익을 추구한다. 주식은 90% 이하로 투자할 수 있으며 이 중 그룹 소속 계열사 주식을 최대 50%까지 편입할 수 있다. 나머지는 인덱스펀드와 섹터 ETF 등에 투자해 업종을 분산한다.
동부자산운용은 ‘동부동부그룹플러스1(채권혼합)’의 출시를 앞두고 있다. 주식은 전체 자산의 30% 이하로 투자하며 채권을 90% 이하로 편입한다. 박희봉 동부자산운용 마케팅본부장은 “주식의 절반 이상은 동부그룹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대형 우량주나 저평가 가치주를 편입해 운용한다”고 설명했다.
분산투자 차원 접근 바람직
전문가들은 자신의 펀드 자산 중 지나치게 많은 비중을 그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서동필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그룹주 펀드는 소위 업종(섹터) 펀드라고 생각하면 된다”며 “일반 업종 펀드보다는 분산이 잘된 편이지만 그래도 변동성이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배성진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기본적으로 투자 전에 업종별 투자 비중을 확인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그룹 특성상 업종의 쏠림이 있을 수 있어 해당 업황에 따라 수익률의 변화가 클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대신자이언트현대차그룹ETF’는 현대차그룹 삼인방이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할 정도여서 사실상 자동차 업종 펀드인 셈이다. SK그룹은 IT와 소재 업종, LG그룹은 IT와 산업재 비중이 높은 점이 특징이다. 반면 삼성그룹은 IT, 금융, 산업재 등이 비교적 골고루 포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반 성장형 펀드에 대한 보완 투자 차원에서 그룹주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만약 그룹주 펀드에 많은 금액을 투자하려면 업종이 비교적 분산된 ‘삼성그룹주펀드’나‘KB한국대표그룹주’,‘미래에셋맵스5대그룹주’,‘삼성당신을위한코리아대표그룹’ 등 다양한 그룹 계열사에 투자하는 펀드를 골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