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nner with PB] "투자의 원칙은 첫째도 둘째도 ‘돈을 절대 잃지 마라’"

최준영 SC제일은행 도곡PB센터 팀장

최준영 SC제일은행 도곡PB센터 팀장은 시티은행, 삼성증권 등을 거치는 동안 PB(Private Banker)로만 일했다. 13년간 PB로 일하며 얻은 폭넓은 지식은 고객 상황에 맞는 맞춤 컨설팅의 기반이 되고 있다. 2010년을 마감하고 2011년을 준비하며, 그에게 새해 자산관리의 길을 물었다.

최근 주가가 2000선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은행 고객이라도 이런 시기에는 주식시장에 많은 관심을 보일 텐데, 현 시점에서 고객들에게 어떻게 투자컨설팅을 하시는지요.

“주식시장을 보는 고객의 관점과 투자 성향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2000선에 근접한 현 시점을 부담스러워하는 고객들이 있는가 하면 주식 비중 확대를 조심스럽게 고려하는 고객들도 있습니다.

내년도 주식시장의 컨센서스를 보면 상승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데, 대부분의 고객들이 2008년 금융위기 때 크고 작은 손실을 경험해 본 터라 선뜻 투자 결정을 하기는 어려운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고객의 투자 성향에 맞는 철저한 분산투자와 기대수익 대비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고 상담하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주식시장이 지금의 활황을 이어갈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향후 주식시장을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유동성 장세로 인한 상승세는 당분간 좀 더 지속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지난 3일 미국의 추가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 정책이 발표되면서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는데요.

선진국에 비해 양호한 경제성장률과 우수한 재정건전성을 보유하고 있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 자금 유입이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으로 봅니다. 이 추세는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그러나 자금유입의 규모가 점점 더 커질 경우 환율 방어를 위한 외환 규제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어 버블 형성에 대비한 방어적인 접근도 필요할 것입니다. 다만, 최근 선진국의 양적완화 정책이 경기 회복을 이끌어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 경기의 회복 징후가 뚜렷해지고,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도 선행지수의 반등이 일어난다면 유동성 장세로 인한 시장 상승이 실적 장세로 이어져 좀 더 장기적인 주식시장 상승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추가 상승이 가능하다는 말씀인가요.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세적인 상승이 가능하다고 봅니다. 주가지수 2000포인트 시도는 2007년에 이어 두 번째인데, 그때와 지금 상황과는 다른 점이 있습니다.

지수가 2000을 찍었던 2007년에는 경기가 정점에 있었던 반면 현재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상승을 시작한 국면이라는 점과, 2007년에는 외국인과 기관은 팔고 개인은 사자 열풍이 불었던 반면, 2010년에는 개인은 팔고 외국인은 엄청난 매수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2007년보다 크게 웃도는 올해 기업실적 및 긍정적인 향후 실적 전망도 앞으로 주식시장의 추가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는 이유입니다. 또 지난해 한국 증시가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선진국지수에 편입되면서 내년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될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는데 장기적으로 보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부동산 시장도 조금씩 살아나고 있는 듯합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시장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근 부동산 시장에 온기가 돌기 시작한 것은 8·29 부동산대책의 영향도 있지만 가장 큰 이슈는 전세가 상승이 이어지면서 매매에 대한 압력이 어느 때보다 강하게 표출되고 있는 데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 같은 예상은 금융위기 이후 민간 및 공공부분의 주택 공급물량이 대폭 감소하고 분양가 상한제 실시로 더욱 공급이 줄면서 그 여파가 내년부터 발생할 예정이라 전세대란도 예상되는 심각한 수준에 와 있습니다.

실제로 현장에서는 매수 고객들의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고 전세 물량도 없고 가격 하락에 대한 두려움도 아직 상존해 있어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는 분위기지만 중소형 아파트 및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매수 의지는 어느 정도 살아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부동산 전문가들 사이에는 시장이 살아난다 하더라도 차별화가 심화될 거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투자자라면 어떤 부동산에 관심을 가져야 할까요.

“첫째로 일본의 사례처럼 최근에는 1인 가구의 증가세로 인해 도시형 생활 주택이나 소형 아파트, 오피스텔을 통한 임대주택 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둘째로 이미 고가 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자산가치가 더 이상 증가할 가능성이 높지 않기 때문에 무수익 자산을 현금화시켜서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의 소형 상가 빌딩이나 오피스 빌딩에 투자해 임대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연금상품 등으로 전환해서 수익을 창출하는 것도 방법이겠죠.”

2010년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2010년 자산 시장을 정리하면서 가장 큰 변화나 특징을 꼽자면 무엇입니까.

“2010년 국내 자산 시장의 가장 큰 특징을 들자면 주식과 채권이 모두 강세였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역의 상관관계라고 알고 있던 주식과 채권 가격이 올해는 동반 상승했습니다. 같은 움직임을 보인 이유에는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유입이 큰 몫을 차지했는데, 외국인이 올해 들어 10월 말까지 17조 원 이상을 상장주식에, 21조 원 이상을 상장채권에 순매수했습니다.

이는 이머징 경제의 빠른 회복으로 인한 주식시장 상승 및 선진국 경제의 예상보다 느린 회복으로 인한 투자심리 불안, 그로 인한 채권 매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원화 강세가 지속됨에 따라 환차익을 얻으려는 외국인의 의도 또한 깔려 있다고 봅니다.

그로 인해 주식과 채권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우리가 이론적으로 알고 있었던 주식과 채권의 역의 상관관계가 깨지는 현상이 나타났던 거죠. 이런 상황이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적어보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의 현명하고 빠른 대처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별 상품은 시장 상황을 선행할 수 없을 텐데, 그런 의미에서 2011년 투자 환경을 전망해주십시오. 상품별 목표수익률을 어느 정도 선에서 정해야 할까요.

“2011년은 정부 정책에 따라 변동성은 있겠으나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이 글로벌 시장을 리드하고 선진국의 경제 회복이 뒤따라가는 한 해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선진 시장 대비 여전히 저평가돼 있는 국내 및 중국을 비롯한 이머징마켓에 투자하는 주식형 펀드는 내년에도 유효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국내 및 이머징마켓 주식형 펀드는 대략 20%, 원자재 또는 농산물 관련 펀드는 15%, 글로벌 채권 펀드는 8~10%의 목표수익률을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해 보입니다.”

오랫동안 PB 업무를 담당해 오셨습니다. PB가 처음 도입되던 10여 년 전과 지금은 환경이 많이 바뀌었을 텐데, 최근 PB업계의 주된 관심은 어떤 것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지요.

“저도 PB 업무를 시작한 지가 어느덧 10년이 넘었습니다. 처음에는 PB 업무를 단순히 VIP 뱅킹으로만 생각했었는데 이제는 훨씬 더 많은 것들을 요구하는 듯합니다.

제가 몸담고 있는 SC제일은행 더 프라이빗 뱅크는 세계적인 스탠더드차타드은행의 PB 서비스를 국내에 도입해 글로벌 포트폴리오 자산관리와 전문가 그룹을 통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학생 자녀 대상 ‘글로벌 파이낸셜 리더스 프로그램’과 중·고등학생 대상 ‘주니어 글로벌 리더스 프로그램’ 등 PB 고객의 자녀들을 위한 금융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차세대 마케팅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자산가들이 그런 서비스를 원한다고 들었습니다. 성과는 어떻습니까.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습니다. 이제는 그간의 성과를 기반으로 단순 상품 위주의 관리가 아닌 체계적인 포트폴리오 자산관리는 물론 부동산 자문, 미술품 컬렉션과 와인 등 고객의 취미, 자녀의 교육 및 진학 프로그램까지 다방면의 컨설팅을 필요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를 포함한 SC제일은행 동료 PB들은 이 모든 것들을 잘 제공할 수 있도록 각각의 서비스를 전문가들과 함께 잘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 역할을 하는 셈이죠. 아직 국내 PB 시장은 선진국에 비해 성장 초기 단계이지만 향후 발전할 수 있는 기회는 그만큼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동안 수많은 고객을 상담했을 텐데, 자산관리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가장 효과적인 자산관리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고객자산 관리에 있어서 고객의 다양한 니즈(needs)와 원츠(wants)를 충족시켜 드리기 위해서는 그 대안도 여러 가지가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공통적인 원칙으로 삼아야 하는 것은 철저한 위험관리입니다.

특히 은행 PB 고객은 수익성보다 안정성을 더 중요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희 SC제일은행에서는 고객에게 투자 포트폴리오를 제안할 때 PB들의 주관적인 판단이 아니라, 기대수익과 위험(변동성)의 상관관계를 고려해 기대수익률을 달성하는 데 따른 위험을 최소화하는 작업을 자체적으로 개발한 시스템을 통해 제안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적어도 1~3개월에 한 번은 고객과의 미팅을 통해 포트폴리오 점검 및 필요에 따라 재조정을 실시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산 규모와 투자 성향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나올 것으로 보입니다. 50억 정도의 자산가라면 어떤 포트폴리오를 제시하시겠습니까.

“고객의 투자 성향이나 자금의 사용 목적에 따라 다양한 포트폴리오가 나오겠습니다만 향후 시장 전망과 상품의 특성을 고려한 포트폴리오를 제시한다면 국내 주식형에 10억, 중국을 포함한 이머징마켓 주식형에 10억, 채권 또는 안정적인 주가연계증권(ELS)에 17.5억, 원자재 및 농산물 등 대안투자에 2.5억, 나머지 10억은 시장 상황에 따라 새로운 투자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단기예금으로 보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투자자 성향별 자산배분 모델 중 PB 고객의 대표 성향인 ‘안정성장형’ 고객을 기준으로 그는 주식 40%, 채권 35%, 대안투자 5%, 현금 20%를 제시했다).”
실제로 어떻게 투자를 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또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투자 대상이 있다면 함께 밝혀주십시오.

“적립식 및 거치식 주식형 펀드에 40%, 채권형 펀드와 파생상품에 30% 정도를 투자하고 있습니다. 나머지는 새로운 투자 기회가 올 때를 대비해 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제가 관심을 가지고 있는 투자 대상은 국내보다는 해외 이머징마켓입니다. 그리고 이미 성숙한 시장보다는 아직은 미약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이머징마켓의 주식에 장기투자하는 것을 선호합니다.”

MONEY 독자들에게 2011년 투자 팁을 주신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2011년 증시도 크고 작은 변동성을 겪게 될 것입니다. 많은 전문가들이 대세 상승을 전망하고 있지만 이럴 때일수록 돌이켜봐야 하는 투자 원칙이 있습니다. 본인의 투자 성향을 정확히 파악해 반드시 그에 맞는 투자 포트폴리오 내에서 투자하기를 권유합니다.

지나친 욕심에 의한 무분별한 투자를 변덕스런 시장은 가만히 놔두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유혹을 느끼는 투자자에게 저는 벤자민 그레이엄의 투자 철학을 꼭 말씀드립니다. 워런 버핏의 스승이자 가치투자의 창시자인 벤자민 그레이엄은 다음과 같이 두 가지 투자 원칙을 말했습니다. 투자 제1원칙는 ‘돈을 절대 잃지 마라’이고, 제2원칙은 ‘제1원칙을 항상 명심해라’입니다.”

장소 VERRAZZANO(02-517-3274)·와인 WINENARA(02-586-1460)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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