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Interview] "동양생명 기업가치 크게 높아질 것"
입력 2010-12-08 15:29:02
수정 2010-12-08 15:29:02
이재우 보고인베스트먼트 공동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토종 사모펀드를 표방하며 설립된 보고펀드가 최근 세 가지 경사가 겹치며 출범 5년여 만에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첫째 경사는 이 펀드의 설립을 주도한 변양호 대표의 송사가 4년여의 법정 투쟁 끝에 대법원에서 모두 무죄로 최종 확정된 것이다. 둘째는 국내 최고의 인수·합병(M&A) 전문가로 꼽히는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사장의 합류다.
이로써 보고펀드는 창업 멤버인 변 대표와 이재우 전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신재하 전 모건스탠리 한국 투자은행(IB) 대표를 포함, 4인 공동대표 체제를 갖추게 됐다. 셋째는 동양생명을 인수한 것이다.
9000억 원이 투입된 이번 ‘빅딜’을 계기로 보고펀드는 금융권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보고펀드의 운용사인 보고인베스트먼트의 이재우 공동대표를 만나 최근의 변화에 대한 배경 설명과 앞으로의 전략을 들어봤다.
먼저 이번 동양생명 인수 내용을 설명해 주시죠.
“보고펀드는 지난 2006년부터 동양생명에 투자해 왔는데 이번에 국민연금 등과 프로젝트 펀드를 조성해 동양종합금융증권, 동양캐피탈, 동양파이낸셜 등 동양그룹 계열사들로부터 동양생명 지분 46.5%를 약 9000억 원에 추가로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입니다.
이번 계약으로 보고펀드는 기존 지분 13.5%와 우호지분 KGF의 3.5%를 포함, 총 63%의 지분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될 예정입니다.”
동양생명에 추가 투자를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항간에는 주당 인수가격 1만8000원이 시세(11월 14일 계약 당일 종가기준 1만2800원)에 비해 너무 비싼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던데요.
“저는 펀드매니저가 갖춰야 할 가장 기본적인 자질이 ‘상황에 따라 시장과는 다른 시각을 갖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시장의 시각과 늘 같은 방향으로만 움직여서는 절대 초과수익을 낼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런 맥락에서 저희는 지금의 주가가 동양생명의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보험회사의 가치는 보험료 수입과 해약률, 보험금 지급률 등을 반영한 내재가치(EV)로 산출하는 데 동양생명의 EV는 2010년 3월 말 기준으로 주당 1만4550원 정도입니다.
그리고 해외 증시의 예를 보면 보험사의 EV 대비 주가는 1.3~1.7배 정도에서 형성됩니다. 얼마 전 홍콩증시에 상장한 AIA의 경우도 1.6배 정도에서 시초가가 형성됐습니다. 이에 비해 동양생명의 EV 대비 현 주가는 0.8~0.9배 정도에 불과합니다.
지금의 주가는 상당히 저평가된 상태인 셈이죠. 게다가 동양생명은 올 상반기에만 830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고 올 회계연도 전체로는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1700억~1800억 원의 순이익이 예상됩니다.
주당 1만8000원은 이런 실적을 반영해 추정한 올 회계연도 말 기준 EV에 1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은 것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결코 비싸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동양그룹 측이 갖는 콜옵션의 조건 등 이번 거래의 좀 더 구체적인 내용이 궁금합니다.
“동양그룹은 보고펀드에 매각한 주식을 3년 뒤 매각 가격에 연복리 11.5%를 가산한 금액으로 다시 사들일 수 있는 권리(콜옵션)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매수권이 행사되면 인수금융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 등을 감안할 때 보고펀드로서는 3년 뒤 현 인수 가격의 50% 가까운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만약 옵션행사 기간을 연장할 경우 연장기간에는 연복리 12.5%가 적용돼 수익은 더욱 확대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런저런 이유로 콜옵션이 행사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 우리는 동양생명 주식을 시장에 매각해서 투자금을 회수해야겠지요.
문제는 매각이 잘 되겠느냐는 건데, 저희는 동양생명이 아주 매력 있는 매물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먼저 대형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동양생명 인수를 통해 은행에 편중된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를 보다 탄탄하게 구성할 수 있습니다.
또 중·소형급 보험사들이 현재 업계 5~6위권인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단번에 대형사로 도약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최근 한국 시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외국계 보험사들도 잠재적 인수자가 될 수 있습니다.
이들이 동양생명을 인수하면 한국 시장에 단기간에 상당히 의미 있는 규모로 진입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결론적으로 저희는 이 회사의 투자 매력이 높다는 데 확신을 가지고 있습니다.”
앞으로 동양생명의 경영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공동경영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요.
“보고펀드는 동양생명에 처음 투자할 때부터 신재하 공동대표가 등기이사로 참여하는 등 경영에 깊이 관여해 왔습니다. 박중진 부회장을 비롯한 현 동양생명 경영진이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변화 없이 끌고 가겠다는 것이 동양그룹과 저희의 공통된 입장입니다.
그리고 향후 경영진의 변화는 서로 합의에 의해서만 가능합니다. 따라서 어느 한 쪽의 의지로 인사를 좌우할 수 없어 회사의 이익만을 최우선시하게 됩니다. 참고로 동양생명은 보고펀드가 투자한 이후 경영의 투명성·독립성이 제고돼 회사의 신용등급도 올라갔고 단 한 번도 감독당국의 제재나 경고를 받은 적이 없습니다.
또한 이번 투자를 계기로 동양생명에 등기 이사 겸 부사장급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새로 선임해 리스크 관리를 더욱 강화할 계획입니다. 보험회사는 보험 계약자의 권익보호와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자율성과 독립성을 보장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게 동양그룹과 저희의 일치된 생각입니다.”
동양생명 외에 그동안 투자한 4개 기업(노비타, 실트론, 아이리버, 비씨카드)의 성과는 어떻습니까.
“아직 투자 회수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투자 성과를 말할 단계는 아니라 봅니다. 보고펀드가 출범한 것은 5년 정도 됐지만 5개 기업의 실제 투자기간은 이제 평균 3년 남짓입니다.
보고펀드의 연한이 9년이라는 점과 회사의 경영권을 인수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시켜 다시 파는 바이아웃 펀드의 성격을 감안하면 3년은 그다지 긴 기간이 아닙니다. 또 펀드 출범 후에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도 영향을 미친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투자 성과가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노비타는 창사 이래 최대의 수익을 내고 있고 이미 여러 곳에서 매수 의사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트론은 1대 주주인 LG그룹의 탁월한 경영 노하우와 반도체 경기의 회복 덕분에 투자 당시보다 생산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렸음에도 물량이 달려 못 팔 정도라고 합니다.
반도체용 웨이퍼 외에 폭발적으로 그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태양광 및 발광다이오드(LED)용 사파이어 웨이퍼의 생산이 곧 가시화될 것이어서 실트론이 상장된다면 시장에서 상당히 매력적인 가격을 받게 될 게 분명합니다.
비씨카드 역시 올해 이제까지와는 확연히 다른 수준의 이익이 날 겁니다. 뿐만 아니라 KT를 위시해서 두세 곳에서 비씨카드 지분에 관심을 나타내고 있어 투자의 성과를 낙관합니다. 마지막으로 아이리버는 적자 규모가 대폭 줄었습니다.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새로운 정보기술(IT) 기기의 등장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 놓여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MP3플레이어, 전자사전 등 기존의 제품 포트폴리오를 뛰어넘어 아이리버라고 하는 브랜드의 강점과 함께 350만 젊은 고객 기반을 바탕으로 새로운 제품군과 서비스를 선보이게 될 것입니다. 아이리버는 그동안 새로운 길을 찾는 일을 해왔습니다. 이제 그 방향이 정해졌고 곧 가시적인 성과가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할 겁니다.”
비씨카드의 지분 추가 매입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보고펀드는 지난해 하나은행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지분을 24.57% 인수했고 보고펀드의 우호지분인 KGF-BCG의 6.11%를 포함해 최대주주의 지위를 확보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그 이후 KT가 우리은행 및 신한카드와 지분인도 양해각서(MOU)를 맺으면서 시장에서는 보고펀드와 KT가 ‘지분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미 ‘옛이야기’입니다. 보고펀드와 KT는 현재 우호적으로 향후 비씨카드의 경영에 대해 대화를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KT 측이 단시간 안에 50%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봅니다.
일례로 신한카드의 경우 지주회사와 관련된 이런저런 이유로 지분매각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고 나머지 소수 지분을 갖고 있는 다른 은행들도 지분을 팔아 얼마 안 되는 돈을 마련하는 것보다는 비씨카드의 지분 보유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합니다.
KT 쪽에서도 이런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따라서 저희와 협업을 해나간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양쪽 모두 이 상황을 긍정적으로 풀어 나가려고 하고 있고 궁극적으로 비씨카드의 기업가치를 극대화하는 방향이라면 공동경영이냐 단독경영이냐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외환은행 매각과 관련해 검찰에 기소됐던 변양호 대표가 얼마 전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회사에는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4년여를 이끌어 왔던 모든 법적인 이슈들이 이번 판결로 완전히 정리됐습니다. 변 대표는 그간 140회 이상 법정에 출석해야 했습니다만 그런 와중에도 회사에 꼭 나와서 열정을 가지고 일해 왔습니다.
보고펀드의 중심인 변 대표의 사법적인 문제가 모두 해소돼 앞으로는 더 활동적으로 움직일 겁니다. 더욱 큰 규모의 딜 소싱과 자금 조성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박병무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가 보고펀드에 합류한 것도 세간에 화제가 됐습니다.
“사실은 보고펀드가 출범할 때부터 박 대표의 참여를 논의했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미뤄오다 이번에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보고펀드는 단순한 지분투자가 아닌 경영 참여를 투자 정책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하나로텔레콤 등에서 뛰어난 경영 능력을 보여준 박 대표의 합류는 투자처의 발굴과 투자 집행뿐 아니라 투자회사를 경영해 나가는 데 큰 보탬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사모펀드의 힘은 ‘파트너십’에서 온다고 저희는 믿고 있습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인 한국의 사모펀드는 대부분 금융사나 대기업에 소속돼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에서는 보고펀드처럼 어느 곳에도 소속되지 않은 독립 사모펀드가 대세입니다.
이 같은 독립 사모펀드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의사결정자가 직접 딜에 참여한다는 것입니다. 의사결정 속도가 다른 거죠. 하지만 이 경우 잘못된 판단이 내려질 수도 있습니다.
이를 수평적 지위를 가진 파트너 간에 스크리닝함으로써 투자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겁니다. 보고펀드 설립을 주도한 변 대표의 개방적인 생각과 적극적인 의지가 있었기에 현재 모습의 파트너십이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M&A 시장은 어떤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이 M&A 시장을 성장시킬 겁니다. 실제로 저희의 예만 봐도 많은 은행들이 인수금융을 통해 실트론, 동양생명, 비씨카드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했습니다. 또 이번 동양생명 프로젝트에도 국민연금 등 여러 연기금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습니다.
확대된 유동성이 M&A 시장의 활성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는 거죠. 기업들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동양생명의 예처럼 기업들이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정비할 시기가 됐습니다.
과거 몸집 불리기 식의 경쟁적 M&A보다는 주력 사업을 강화하고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더욱 전략적이고 스마트한 M&A를 펼치게 될것 입니다.
따라서 기업 오너십의 손 바뀜이 더욱 많아질 것으로 내다봅니다. 이처럼 확대되는 시장에서 사모투자펀드(PEF)는 단순한 재무적 투자자(FI)를 넘어 공동경영 파트너이자 인수 주체로서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PEF업계의 현황이 궁금합니다. 국내 PEF 활성화를 위해 제도를 개선할 부분은 없습니까.
“현재 50여 개의 다양한 규모의 펀드가 설립돼 있으며 가시적으로 좋은 성과를 낸 곳도 꽤 됩니다. 물론 국내의 PEF는 아직 초기 단계여서 세제 등을 비롯해 기존의 법체계나 제도들이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또 피투자 기업은 장기투자를 바라는 데 비해 PEF 투자자들은 단기에 투자를 회수하고 싶어 하는 이해 상충의 문제점도 있습니다. 그리고 자금의 소스 측면에서 보면 금융기관은 자기자본비율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해 PEF에 대한 투자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고 국민연금 등 아주 소수의 연기금 외에는 투자자 수나 그 여력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요즘 외국계 대형 PEF들이 다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돌아다니기 시작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이 금융 주권 수호 차원에서 토종 PEF업계를 육성하자는 쪽이고 시장에서도 차츰 PEF의 순기능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고 있어서 시간이 감에 따라 업계는 더욱 성장해 나갈 것으로 확신합니다.”
이재우
보고인베스트먼트 대표
아이리버 대표(겸직)
리먼브러더스 한국 대표
H&Q AP코리아 대표
조지워싱턴대 MBA
대담=임혁 편집장·정리=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