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rst Ladies’ Fashion] 진정한 ‘패션 이노베이터’ 미셸 오바마

미국 최초의 흑인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가 이룬 ‘최초’는 패션에서도 여지 없이 드러난다. 앞서 재키가 ‘미국적인 클래식 룩’을 창시했다면, 미셸은 ‘뉴 클래식 룩’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퍼스트레이디 룩’이란 고정 이미지를 깬 미셸은 영부인이지만 고가 브랜드만 고수하지 않는다. 그녀는 저가 브랜드와 기성복을 매칭할 줄 아는 가장 현대적인 취향을 가지고 있다.


‘대중적’ 브랜드를 수용하는 자신감

현재 패션 시장은 SPA(Specialty store retailer of Private label Apparel: 생산, 소매, 유통까지 직접 책임지는 패션 업체) 브랜드의 강세로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들이 맥을 못 추는 추세다. 똑똑해진 소비자들은 비싸면 좋은 브랜드라는 선입견을 버렸다. 합리적인 가격의 좋은 품질 제품이 선택받는 추세다.


미셸은 공식석상에 고가의 디자이너 브랜드를 선호했던 종전 퍼스트레이디들의 패션 공식을 깨고 현재적 흐름에 발맞춰 SPA의 대표주자 ‘제이 크루(J CREW)’의 340달러짜리 정장을 입고 대통령 선거 기간 한 심야 토크쇼에 출연했다.

잘 발달된 팔 근육을 드러낸 민소매 원피스 차림으로 (아무런 포토샵 처리를 요청하지 않은 채) 당당히 출연한 모습에서는 그녀의 자신감마저 느낄 수 있다. 그녀의 인간미 넘치는 패션, 그리고 대중적인 브랜드를 수용하는 모습은 패션에 있어서의 ‘계층의 장벽’을 허물었고, 수많은 ‘미셸 워너비’를 양산해냈다.

‘미셸 룩’은 화려한 색감의 원피스와 편안한 카디건, 허리선을 돋보이게 하는 벨트, 빅 사이즈 액세서리로 정리할 수 있다. 같은 옷이라도 옷의 재질과 색감 그리고 연출에 따라 느낌이 전혀 다른데, 미셸은 여러 디자이너(설령, 무명 디자이너라 하더라도)와 다양한 스타일링을 시도해보는 진정한 패션 혁신가다.


‘미셸 워너비’ 양산

취임식 당일 날 그녀가 선택한 무명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의 레몬 글라스 색의 스리피스 정장은 엄숙한 취임식 분위기를 밝히는 데 큰 몫을 했다. 그날 미셸은 정장에 지미추의 짙은 그린색 키튼 힐 펌프스(kitten heel pumps)를 신고 그녀의 애호 브랜드 제이 크루의 로덴(Joden) 장갑을 끼고 등장했다.

취임 축하 만찬에서도 미국 디자이너 랄프 로렌이나 다년간 역대 퍼스트레이디 드레스를 제작한 오스카 드 라 렌타의 옷을 뒤로 한 채, 대만 출신의 젊은 디자이너 제이슨 우(Jason Wu)의 흰 원숄더 드레스를 선택한 것에서도 그녀의 대담한 패션 감각을 엿볼 수 있다.

SPA 브랜드 중 하나인 제이 크루, 갭(GAP), 무명 디자이너 이사벨 톨레도(Isabel Toledo), 신인 디자이너 제이슨 우는 미셸 워너비들에게 선망의 디자이너가 됐고, 그들에게 ‘당신들도 미셸처럼 될 수 있다’는 꿈과 희망을 주었다.


벨트 & 볼드한 액세서리의 돋보이는 연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애지중지하는 소품이 블랙베리 휴대전화라면, 그의 와이프 미셸이 사랑하는 소품은 벨트다. 그녀는 다른 퍼스트레이디들에 비해 당당하면서도 체구와 키가 커 자칫 남성성이 강해 보일 수 있는 스타일.

하지만 벨트 하나로 잘록한 허리선을 만들어 ‘모래시계 룩’, 귀여운 ‘벨라인 룩’을 만들어 내는 노하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벨트는 룩을 더 단정하게 만들고 몸매의 굴곡을 강조하는, 미셸이 선호하는 패션 아이템이다.

다음으로 빠질 수 없는 것은 빅 사이즈의 액세서리 연출. 큰 키와 시원스러운 이목구비를 가진 미셸은 퍼스트레이디의 트레이드 마크라는 진주 목걸이를 빅 사이즈로 레이어링 해 그녀만의 스타일로 재창조했다.


1947년 크리스찬 디올은 그의 첫 패션쇼에서 ‘뉴 룩(New Look)’을 발표하면서 몇 시간 만에 수백 년간 내려온 여성들의 실루엣을 바꿔놓았다. 1950년대에는 미국의 퍼스트레이디 재클린이 클래식한 아메리칸 룩을 만들었고, 이제는 미셸이 미국 퍼스트레이디의 ‘뉴 클래식 룩’을 선보일 차례다. 앞으로 그녀가 끼칠 패션계의 영향을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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