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칼럼] 녹색성장 시대를 준비하자

세계는 지금 기후변화로 상징되는 환경 위기와 고유가로 대표되는 자원 위기에 동시에 직면해 있다. “2014년이면 북극의 빙하가 다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는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의 경고처럼 기후변화 문제는 연이은 기상재해는 물론, 생태계 질서를 근본적으로 뒤흔들며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지금과 같은 에너지 다소비체제가 지속될 경우 치러야 할 기후변화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매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5~20%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2006년·스턴보고서)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선진국들은 자원의 효율적이고 환경 친화적인 이용에 적극 나서고 있다. ‘녹색산업’과 ‘녹색기술’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아 가는 것과 상통한다. 기존의 자원 의존형 성장 방식은 환경을 해칠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한계에 도달했다. 자원과 에너지 가격이 치솟으면서 이들의 대량 투입에 의존하는 경제 시스템은 지속 가능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녹색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그 규모를 키워나가고 있다. 실제 1997년 교토의정서에서 온실가스 감축 목표와 일정이 합의된 이래,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는 2005년 110억 달러에서 2008년에는 무려 11배인 1263억 달러 규모로 성장했다.

탄소배출권 거래가 아직 초기 단계인 것을 감안할 때 미국이나 중국 등 에너지 주요 소비국이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배출 기준이 강화되면 시장규모는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산업의 세계 시장규모도 연평균 약 3.1%의 성장을 거듭해 금년 말에는 약 7000억 달러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의 확대는 새로운 투자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 태양광, 풍력발전 등 신·재생에너지와 발광다이오드(LED), 바이오연료 등의 기업에 투자한 일부 투자가는 이미 상당한 수익을 실현하고 있다.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녹색 시장에 조기 진입해 주도권을 확보하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다. 이미 우리 정부는 녹색기술과 녹색산업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하는 녹색성장에 정책 목표를 두고 범국가적 노력을 통해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를 기회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천명한 바 있으며, 이를 지원하기 위해 녹색성장기본법을 마련해 시행에 나서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도 정부의 녹색성장 정책에 부응하고 녹색산업에 대한 미래 투자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관련 인프라를 정비하고 신상품을 개발해 KRX를 동북아 최고의 녹색 금융 중심으로 육성해 나가고자 한다.

이와 관련해 KRX는 우선, 온실가스의 총량 제한 또는 자율적 감축 계획으로 생성되는 탄소배출권 거래를 위한 탄소배출권 시장의 개설을 준비하고 있다. 또한 녹색산업 위주의 신 성장 동력 기업에 자금조달 기회를 제공하고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녹색인증 기업의 상장을 활성화할 예정이다.

더불어 저탄소, 에너지 절감 등 녹색성장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녹색금융 주가지수를 개발하고, 이를 기초로 상장지수펀드(ETF)와 결합파생상품 등 녹색 금융상품을 개발·상장해 녹색금융에 대한 투자 수요에 부응해 나갈 계획이다.

과거 우리는 기업의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벤처정신과 정부의 강력한 정책의지,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효율적인 금융지원 인프라를 바탕으로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도약했던 좋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이제는 녹색성장을 준비할 때다. 머지않아 한국이 세계적인 녹색 강국의 위상을 떨칠 날을 기대해본다.





김봉수

한국거래소 이사장
키움증권 부회장
고려대 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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