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5주년 특별인터뷰] “금융위기 후에도 투자의 대세는 이머징마켓”

1. Mark Mobius


지난 4월 21일 한국경제TV 주최 ‘세계 경제·금융 컨퍼런스’ 참석차 내한한 마크 모비우스(Mark Mobius)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은 MONEY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템플턴 이머징 펀드는 브라질에 대한 투자 비중이 가장 크고 다음으로 인도, 중국, 태국, 터키, 러시아 순”이라며 “한국의 비중은 10~11위인데 올해는 그 비중을 다소 늘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난 1980년 한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 한 인사동 여관에서 잠을 잔 것이 기억에 남는다”며 “겨울철 방 한쪽은 차갑고 반대편은 너무 뜨거웠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글로벌 경제 지형이 바로 그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앞으로는 프론티어 마켓(이머징 국가 중에서도 성장 속도가 빠른 국가) 시대입니다. 위험도는 크지만 시장규모가 매우 빠르게 커지고 있고 무엇보다 수익률이 좋습니다. 얼마 전 프론티어 마켓에 대한 보고서를 펴냈는데 연 50%의 수익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도 마크 모비우스 회장이 주목하는 투자처는 역시 이머징 국가다. 이머징 국가는 제대로 된 통계나 정보가 부족한 게 최대 걸림돌로 지적되고 있지만 모비우스 회장은 이를 특유의 ‘발 빠른 조사’로 해결하고 있다.

‘고위험 고수익(high risk high return)’에서 ‘고위험’ 부분을 이런 방식으로 해결하다 보니 그의 펀드 수익률은 다른 펀드에 비해 월등히 높다. 이머징마켓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그가 지난 4월 21일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글 ‘루마니아 실체 이해하기(Demystifying Romania)’에 잘 나타나 있다.

“루마니아는 지난 2007년 유로 존에 가입했다. 하지만 다른 동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최근 금융위기로 유로 존으로부터 200억 유로(29조5568억 원)를 지원받아야 할 정도로 경제 사정이 좋지 않다.

하지만 루마니아 정부의 개혁 정책이 효과를 거두면서 새로운 도약이 예상된다. 루마니아 투자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인프라 관련 종목이다.

건설, 자재는 물론 전기 등 에너지 관련 주식이 좋은 투자 상품이다. 일부에서 지나치게 낙관적이지 않느냐는 지적이 있지만 우리 회사의 투자 원칙은 최소 5년 이상의 장기투자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인내심이다. 지나친 단기투자로 패닉 버튼을 성급하게 눌러선 안 된다. 우리는 루마니아에서 엄청난 투자 성공을 기대한다.”

이런 관점에서 모비우스 회장은 글로벌 경제 위기 가운데서도 이머징 국가 투자에 대한 비중을 늘렸다. 그는 올해 선진국 시장이 국내총생산(GDP) 기준 1.7% 성장하는 반면 이머징 국가는 5.4%로 3배 이상 상승률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통상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 이상인 국가를 선진국, 1만 달러 미만인 국가를 이머징 국가로 분류한다. 그가 예측한 이머징마켓 성장률을 지역별로 살펴보면 아시아가 8.4%, 아프리카 4.3%, 남미 3.7%, 동유럽 2.1%다.

“2008년 1인당 GDP는 미국이 4만7496달러, 프랑스가 4만6010달러인데 중국은 3325달러, 인도는 1070달러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성장 속도를 놓고 보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2003년 대비 2008년 1인당 GDP 성장률은 이머징마켓이 평균 126%인 반면 선진국 시장은 32%에 불과하죠.”

중국 500대 기업 순이익 미국 추월

모비우스 화장은 지난해 상반기 중국기업연합회(CEC)와 중국기업가연합회(CEDA)가 발표한 보고서를 기준으로 중국 500대 기업의 순이익이 1706억 달러로 같은 기간 989억 달러를 기록한 미국 500대 기업을 앞질렀다는 것을 예로 설명했다.

“중국 경제는 당분간 빠르게 성장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흐름을 잘 파악해야 합니다. 그러나 너무 가파르게 성장하면 상황에 따라서 그 기세가 꺾일 수 있습니다.

원론적인 말 같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값이 내릴 때 투자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다른 사람들처럼 투자하지 마십시오. 그들과 다르게 움직여야 돈을 법니다.”

중국은 재정건전성의 바로미터인 공공부채 비율도 선진국에 비해 월등히 낮으며 단기 이자율도 지난해 초 7%대 말까지 치솟았다가 지금은 4%대 중반으로 빠르게 내려갔다는 게 모비우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 2월 펴낸 자료를 토대로 설명을 이어갔다.

“2008년 GDP 대비 공공부채 비율이 일본은 333%, 미국은 258%인데 비해 중국은 123% 심지어 러시아는 48%에 불과합니다. 대부분의 이머징 국가들의 공공부채 비율은 150% 미만입니다. 한국도 146% 정도에 불과하죠. 다만 인플레이션 압력은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습니다. 자금이 한꺼번에 풀리면서 지난해 3월 이후 상승곡선이 가파릅니다.”

1988년부터 올해까지 22년간 글로벌 경제는 1998년 아시아 경제 위기, 2001년 정보기술(IT) 버블 붕괴, 2008년 리먼 브러더스 사태 등 세 번의 경제 위기를 겪었다. 이 기간 동안 이머징 국가 증시가 약세장을 기록한 시기는 12~17개월에 불과하다.

나머지 기간에는 이머징 국가 증시가 모두 강세장을 기록했다는 게 모비우스 회장의 분석이다. 그는 큰 사이클상 이머징마켓은 이미 바닥을 친 지 오래며 세계 주요 국가들이 여전히 출구전략에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다시 주가가 곤두박질치는 ‘더블 딥’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고 지적했다.

한국 ‘이머징+선진국’ 더블효과 기대

모비우스 회장이 투자 기준으로 중요시하는 점은 기업의 미래 주당순이익(EPS)이다. 아울러 유행에 휩쓸리기보다는 자신만의 고유한 투자 원칙을 확립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에 대한 과세율 등 제도적인 부분은 물론, 해당 국가의 부패 정도 등도 중요 참고 자료다. 이처럼 다양한 투자 기준으로 이머징 국가를 분석하는 데는 다양한 시장조사가 필수적으로 요구된다.

“우리는 각국의 문화와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우리의 기준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됩니다. 현지 기업인을 만나 서로 정보를 나누다 보면 남들이 보지 못하는 틈새시장이 보입니다. 경우에 따라 좋지 않은 사람을 만날 수도 있겠지만 다양한 사람들과 접하다 보면 해당 정보가 ‘유익하다’, ‘그렇지 않다’라는 정도는 금세 파악할 수 있죠.”

모비우스 회장은 한국 증시에 대해서도 비교적 긍정적으로 예상했다. 그는 “소득 수준으로 볼 때 한국은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의 중간 위치에 있다”며 “이는 한국이 선진국과 이머징 국가들의 매력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한국 기업들은 일반적으로 지나치게 성장만을 고집합니다. 새로운 투자를 계속 이어나가 몸집을 더 키우려는 경향이 큽니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이익 환수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이 막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지만 이것이 바로바로 주가에 반영되지 않아 주주들의 이익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점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주된 이유입니다. 앞으로 한국 기업들은 주주들에 대한 배당금에도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합니다.”

마크 모비우스는 누구?

이머징 국가 투자에 관한 한 마크 모비우스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다. 비즈니스 위크 등 세계 주요 외신들이 ‘개척자(global pioneer)’라고 칭할 정도로 그가 이룬 실적은 눈부시다.

독일계 아버지와 푸에르토리코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모비우스 회장은 보스턴·위스콘신·뉴멕시코대를 거쳐 1964년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그가 이머징 국가 투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1987년 템플턴에셋매니지먼트에 합류해 템플턴 이머징마켓 펀드 대표를 맡으면서다. 당시 템플턴에셋은 뮤추얼펀드 운용을 중단하고 설립자인 존 템플턴 경의 투자 원칙에 입각한 ‘장기 가치투자 종목’을 찾고 있었다.

바로 그때 그가 주목한 종목은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머징 국가였다. 1987년 세계 최초로 설정된 ‘템플턴 이머징마켓 펀드’로 그는 일약 스타덤에 올랐으며 지난 20년간 이 펀드로 3만6000%라는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다. 1억 달러(순자산 기준)에 불과했던 펀드 규모도 20년 만에 200억 달러로 커졌다.

이머징 국가 투자에 관한 한 그는 세계 최고수로 꼽힌다. 그 비결은 발 빠른 시장 조사에 있다. 2010년 현재 템플턴에셋 리서치팀은 한국, 홍콩, 싱가포르 등 세계 15개 국가 내 사무실을 개설해 놓고 있다.

그의 주된 업무는 각 이머징 국가를 돌며 시장의 변화를 발 빠르게 파악해 투자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때문에 연간 스케줄 중 200일 이상이 해외 출장으로 채워져 있다. 72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다.

전용 경비행기를 이용해 세계 어디든 찾아가 현장 상황을 펀드 운용에 빠르게 적용하기로 유명하다. 실제로 그의 개인 블로그(mobius.blog.franklintempleton.com)에는 브라질, 칠레(3월 27일), 태국(4월 16일), 루마니아(4월 21일)를 직접 찾아가 시장조사한 결과와 데이터가 자세하게 실려 있다. 그러다 보니 전 세계 기관투자가들 사이에서 그는 ‘대머리 독수리’로 통한다.

자신의 경비행기를 타고 어디든 다닌다는 뜻에서 붙여진 별명이다. 내전 국가에서 비행기가 불시착하는가 하면 포탄을 뚫고 현장을 누비고 다닌다고 해 ‘펀드계의 인디아나 존스’로도 불린다.

그는 타임과 월스트리트 저널 등이 선정한 ‘가장 영향력 있는 100대 인물(2006년)’, ‘최우수 이머징마켓 주식매니저(2001년)’, ‘20세기 톱10 펀드매니저(1999년)’ 등에 뽑혔으며 <마크 모비우스 파이낸셜 시리즈>(2008년)와 <국제투자로 가는 길> (1999년) 등의 저서를 냈다. 현재 세계은행(WB)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지정 글로벌 기업지배구조포럼 공동 의장을 맡고 있다.


모비우스의 4대 투자 원칙

머니 창간 5주년 축하 메세지를 쓰고 있는 마크 모비우스 회장
마크 모비우스 회장은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그렇게 투자를 잘하느냐는 질문을 하는데 사실 요즘과 같이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돈을 벌거나 또는 유지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다”라며 “어찌 보면 뻔 한 얘기로 들릴 수 있겠지만 투자의 성공은 남들보다 얼마나 더 많이 발품을 팔고 다니며 좋은 정보를 빨리 얻느냐에 달려 있다”고 투자 요령을 설명했다.

대신 자신감 결여, 지나친 정부 규제, 보호무역론 대두, 시장경제 철학 포기 등을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가장 경계해야 할 점으로 꼽았다. 모비우스 회장이 말하는 올 4대 투자 원칙을 소개한다.

1. 분산투자 (diversification)

많은 사람들이 학창시절에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마라”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당신이 특정 회사의 경영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면 집중 투자해도 괜찮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절대 한 종목이나 국가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

2. 리스크를 회피하지 말라 (don’t be afraid of risk)

리스크 없이 높은 수익을 거두기는 힘들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은 룰렛이나 스카이다이빙과는 다르다. 나는 철저하게 계획하고 조사해 리스크를 줄여나가고 있다. 주식시장은 변화의 연속이기 때문에 투자자도 끊임없이 리스크를 연구해야 한다.

3. 변동성을 친구로 삼아라 (make volatility your friend)

글로벌 투자 시장은 가연성물질(combustible material)처럼 변화무쌍하다. 가령 가솔린 연료는 어느 시점까지 따뜻해지다가 그 시점을 넘어서면 불이 붙고 폭발해버리는 성질이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시장의 폭발력은 투자자 입장에서 볼 때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팔 수 있는 기회다. 시장에서 전해오는 뉴스에 일희일비하는 것보다는 변동성을 즐겨라.

비관적인 심리가 극에 달할 때 사서 낙관론이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파는 것이 최상의 투자라는 것을 명심하라. 만약 당신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잘 활용한다면 당신은 이미 성공 투자자 반열에 올라서 있을 것이다.

4. 장기투자 (take a long-term view)

만약 단기 수익을 기대하고 있더라도 시각은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장기적인 투자는 감정적인 투자로 인한 투자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정치ㆍ경제적인 움직임과 이에 따른 시장의 패턴이야말로 단기 투자자들이 절대 볼 수 없는 투자의 성공 비결이다.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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