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gh Society] Yacht Club

GDP 3만 달러 시대의 레포츠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시대의 레포츠로 흔히 요트를 지목한다. 미국, 유럽, 호주 등에서는 요트가 상류층의 레포츠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국내에서도 최근 요트클럽을 중심으로 마니아층이 형성되고 있다.

유럽이나 호주인들이 내 집 다음으로 갖고 싶어 하는 것이 요트다. 미국에서도 요트는 상류층을 중심으로 일반화된 레포츠다. 그들에게 요트는 부의 상징일 뿐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나타내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요트의 인기는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서 실감할 수 있다. 4년마다 열리는 크루즈급 요트대회인 오션은 참가하는 데만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요트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현지에서 이 대회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밖에도 볼보 오션 레이스, 시드니-호바트 요트 경기 등은 세계 요트인들의 축제다.

국제 경기에 참석하는 선수들의 면면 또한 요트의 대중성을 보여준다. 요트 선수들 중에는 어린시절부터 요트를 접한 후 요트의 매력에 빠져 선수가 된 경우가 많다. 2007·2008년 WMRT(World Match Racing Tour) 2연패를 달성한 이안 윌리엄스가 변호사 출신이라는 사실은 요트가 얼마나 유럽에서 인기 있는 레포츠인지를 보여준다.

요트의 인기는 각종 국제대회를 통해 실감할 수 있다. 아메리카컵 볼보 오션 레이스등은 세계 요트인의 축제다.

700요트클럽 레이싱팀 올 1월, 호주 데이 요트대회 우승

공교롭게도 국내 요트클럽 문화를 이끌고 있는 심영식 700요트클럽 회장 또한 변호사다. 서울 상암동 한강 난지지구에서 2006년 문을 연 700요트클럽은 국내 최대 국제요트클럽이다. 문을 연 지 4년 만인 올 초 700요트클럽은 큰 사고를 쳤다. 올 1월 국제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심영식 변호사 등 5명이 팀을 이룬 700요트클럽 레이싱팀이 호주 데이 요트대회(Australia Day Regatta) 제일 큰 크루저 클래스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 최초로 국내 요트 레이싱팀이 외국에 있는 메이저 크루저급 요트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진기록을 남겼다.

호주 데이 요트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요트경기로, 유럽인들이 처음 시드니에 도착한 날을 기념해 매년 1월 26일 개최된다. 1837년에 시작해 오늘날까지 단 한해도 빠짐없이 경기를 해온 역사적인 행사다. 경기 수역에서 지켜보는 수백 척의 관람정들이나, 바닷가에서 지켜보는 관람객들의 규모 등에서 세계적인 수준의 요트대회다.

“700요트클럽 레이싱팀은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세계 각국에 있는 메이저급 요트대회에 정기적으로 출전하는 아마추어 세일러들이에요. 2007년에 창단해 국내 요트대회는 물론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태국, 캐나다 등 각국에서 열리는 큰 요트대회에 출전했습니다.

올 가을에는 세계에서 제일 큰 요트대회인 이탈리아의 바르콜라나 레가타(Barcolana Regatta)에 출전할 예정이에요. 요트 1900여 척이 동시에 출발하는 바르콜라나 레가타는 1만6000여 명의 선수들이 출전하는 메머드급 경기예요.”


외국인 중심으로 요트문화 보급, 최근 국내 마니아도 많이 늘어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은정 대표는 레이싱팀을 그렇게 소개했다. 초기부터 700요트클럽을 맡고 있는 그 자신이 요트 마니아다.

그가 요트의 매력에 빠지게 된 것은 클럽 회장이자 제부인 심 변호사의 영향이 컸다. 지금은 한국 요트의 메카가 된 전곡항에서 요트를 접한 그는 그 후 캐나다 등에서 정식으로 요트를 배우기도 했다.

요트의 매력에 빠져 비즈니스도 자연스럽게 이쪽으로 생각하게 됐다. 2005년 요트에베뉴를 설립하고, 미국 ‘헌터 마린 그룹’과 요트·보트 총판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시기가 너무 빨랐다. 요트 문화을 보급해 요트 인구를 늘리는 게 우선이었다.

요트 문화 보급을 위해 문을 연 것이 700요트클럽이다. 700이란 이름은 700명의 회원을 모집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현재 700요트클럽에는 현재 총 11대의 요트가 있다. 크루즈급인 33피트와 30피트가 총 3대, 나머지가 21피트와 25피트다.

올해로 5년째 클럽을 운영하는 이 대표는 가장 기억에 남는 회원으로 컨설팅 업체 액센츄어코리아의 마커스 본 엥겔 전무를 꼽는다. 엥겔 전무는 700요트클럽의 첫 회원으로 지금까지 회원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엥겔 전무가 회원에 가입한 것은 클럽이 문을 열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다. 클럽에 전화를 건 그는 한강변에 떠있는 요트를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했고, 지금은 출장을 떠나는 터라 다녀와서 클럽에 가입하겠다고 했다. 그로부터 며칠 뒤 엥겔 전무는 약속대로 공항에서 회사로 돌아가는 길에 들러 회원에 가입했다.

“클럽 회원들 사이에 함장을 뽑거든요, 엥겔이 함장이에요. 그는 요트에 굉장한 애정을 가진 분이에요. 그처럼 초기에는 외국인 회원들이 많았어요. 그 뒤로 유학을 다녀오신 CEO분들이나 변호사, 의사같이 전문직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이 가입했죠.”

회원은 개인과 법인회원으로 나뉜다. 개인은 1년과 3년 회원으로 나뉘는데, 사용선납금은 각각 480만 원, 1000만 원이다. 3년 기간의 법인회원에 가입하면 기명 1인, 무기명 1인에 한해 사용이 가능하다. 사용선납금은 서비스에 따라 2000만 원, 4000만 원, 6000만 원 등 세 가지로 나뉜다.


고객 행사, 클라이언트 접대용으로 그만인 요트

회원들의 직업을 보면 전체의 90%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이고, 나머지가 전문직 종사자들이다. 개인 회원 중에는 마니아에 가까운 이들도 적지 않다. 이상현 KCC정보통신 대표, 정희승 AIG모기지보험 한국대표 등이 대표적이다.

요트는 취향에 따라 친구 혹은 가족과 선상에 오른다. 경우에 따라서는 혼자 즐기기도 하는데, 마니아일수록 혼자 타는 경우가 많다. 조용히 클럽하우스에 들러 와인이나 맥주 캔 하나만 챙긴 뒤 요트를 몰고 강으로 향하는 것이다. 그들은 강 한가운데 홀로 서서 바람과 맞서다 보면 일상에서 받은 시름은 금세 잊게 된다고 말한다.

물론 법인회원도 적지 않다. 법인회원은 CEO가 개인적으로 요트를 즐기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 요트클럽을 클라이언트 접대용으로도 활용한다. 이 대표는 최근 이런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700요트클럽 이은정 대표
“접대용으로 골프를 많이 치잖아요. 그런데 골프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워낙 일반화돼서 클라이언트들에게 특별한 감동을 못 주는 듯해요. 반대로 요트는 서울 시내에 있어서 퇴근 후 1, 2시간만 있으면 접대가 가능하잖아요.

거기다 아직은 대중적이지 않아서 차별화된 접대가 가능하다고 봐요. 실제로 많은 분들이 저희 클럽에서 고객 행사를 한 후 반응이 좋았다고 해요. 그래서인지 최근 고객 행사나 접대용으로 클럽을 찾는 분들이 늘고 있어요.”

이 대표는 현재는 클럽이 요트를 대여하고 있지만 조만간 개인이 소유한 요트를 위탁하고 관리하는 진정한 의미의 요트클럽이 정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국의 대부분 요트클럽은 그렇게 운영되고 있다. 이 대표는 그날이 멀지 않았다고 했다. 실제로 최근 두 명의 회원이 요트를 구입했다.

“사람들은 주변에서 많이 접한 후라야 어떤 일이든 실행을 하는 듯해요. 저희가 한강에 요트를 띄우고 3년째 국제 요트대회인 서울 인터내셔널 레가타(Seoul International Regatta)를 여는 이유가 여기 있어요.

올해도 대회를 치렀는데, 국제적인 선수들이 많이 참석했어요. 한국에도 요트 문화가 서서히 자리를 잡는 듯해요.”

이 대표의 말처럼 형형색색의 요트가 한강을 수놓을 날도 머지 않은 듯하다.

글 신규섭·사진 이승재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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