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속 기회 만드는 유망 펀드
Smart investment with 'Fund Trio'최근 펀드 시장에서 선전하는 상품이 있다. 바로 퀀트 펀드다. 이 펀드는 퀀트란 수학 모델을 활용해 만드는 금융상품을 가리키는데 변동성 등 재무적인 요소를 분석해 그 결과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것이다. 퀀트 펀드는 금융 공학기법을 활용해 매매 전략을 수립한다. 따라서 펀드매니저의 자의적인 판단은 최대한 줄게 된다.
펀드 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지난 3월에 출시한 KB자산운용의 ‘KB 퀀트액티브 펀드’가 5월 6일 퀀트 펀드로는 최초로 설정액 100억 원을 돌파했다. 5월 17일 현재 이 펀드의 설정액은 118억 원이다.
기관투자자가 아닌 일반인 대상인 공모형 펀드로 100억 원 이상의 설정액을 기록한 퀀트 펀드는 KB 퀀트액티브 펀드가 유일하다. 나머지는 설정액이 50억 원 미만이지만 변동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되면서 퀀트 펀드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점차 높아질 전망이다.
삼성자산운용이 판매하고 있는 삼성스마트플랜 펀드 1호는 시황에 따라 매월 적립되는 주식 투자 비중이 자동으로 바뀌고, 이미 설정된 기간 내 목표수익률에 도달하면 자연스럽게 투자 금액이 국공채 등 안전자산에 투자하도록 설계돼 있다.
대신 액티브퀀트 주식형 펀드는 시가총액이 아닌 기업의 펀더멘털 지표 크기에 따라 투자 비중을 조절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펀드가 중시하는 것은 순이익, 자본총계, 현금흐름 등 세 가지다.
수익률도 괜찮다. GS자산운용이 지난 3월 설정한 GS 스코프퀀트 펀드는 5월 14일 현재 누적수익률이 1.42%로 같은 기간 벤치마크지수인 코스피200지수 누적수익률(0.15%)을 크게 앞서고 있다.
지난 2008년 10월에 설정한 대신 액티브퀀트 주식형 펀드의 누적수익률도 42.12%(올 5월 13일 기준)로 같은 기간 코스피200지수 수익률 33.77% 대비 초과 수익을 기록하고 있다.
물론 한계도 있다. 퀀트 펀드의 생명은 상품 구조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 결국 어떤 수학적 모델을 사용하느냐에 따라 수익률이 큰 폭의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또 펀드 규모가 커지기 위해서는 퀀트에 대한 투자자들의 이해도도 지금보다 높아져야 한다.
김석규 GS자산운용 대표는 “펀드 투자자가 대박을 노리는 것이 아니라 안정적으로 운용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어, 금융공학을 이용해 위험을 관리하는 유형의 펀드는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변형 상장지수펀드(ETF)인 인버스, 레버리지도 최근 주목받고 있다. 남유럽으로 대표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국내 주식시장이 하락 내지는 약보합세를 이어가면서 이들 ETF에 대한 관심은 앞으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상품은 기본적으로 일반 ETF와 비슷하지만, 지수 변동의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 강점이다.
인버스 ETF가 추종하는 기초지수는 F-코스피200이다. 이는 코스피200지수 선물가격을 변형해서 만든 것이다. 따라서 인버스 ETF는 주가지수보다 주가지수 선물가격에 의해 연동된다. 현재 한국거래소(KRX)는 지난해 9월부터 F-코스피200 인버스지수를 별도로 발표하고 있다. 레버리지 ETF는 코스피200 레버리지지수를 추종하고 있다. 인버스 ETF가 지수와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다면 레버리지 ETF는 지수 변동의 두 배를 적용받는다는 것이 차이다.
구조상 레버리지는 상승장, 인버스는 하락장에서 강세를 띤다. 내일 지수 상승이 예상되면 레버리지 ETF를 매입하고 반대로 하락이 점쳐지면 인버스 ETF를 사들이는 전략이 일반적이다. 선물 투자와 방식은 비슷하지만 선물에 비해 투자 금액은 적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단기투자를 즐기는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지수 변화를 미리 예측해 베팅한다는 점에서 적절히 사용할 경우 투자 수단으로 유용하다. 지난 5월 17일 장 마감 결과 코스피200지수는 2.59% 하락했다. 같은 날 코덱스(KODEX) 인버스 ETF는 2.53% 상승, 반대로 코덱스 레버리지 EFT는 4.91% 하락했다.
최근 거래 규모는 벤치마크지수인 코덱스200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5월 14일 기준 코덱스 레버리지 ETF의 1개월 평균 거래량은 184만9207주, 일일 평균 거래대금은 203억1400만 원으로 같은 기간 코덱스200(1개월 평균 거래량 149만8603주, 일일 평균 거래대금 228억4300만 원)과 비교해 볼 때 거래 금액은 적지만 거래량은 오히려 많다.
그러나 이들 상품은 어디까지나 위험 회피(리스크 헤징)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장기투자에 익숙한 투자자가 활용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지수 변화를 반대로 예측할 경우에는 손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버스 ETF의 수익률은 지수가 한 방향으로 연속해서 움직이는 경우 지수보다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면서도 “주가가 매일 등락을 반복할 때는 수익률이 코스피200지수보다 낮게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울러 “헤징을 목적으로 인버스 ETF를 매수, 보유할 경우에도 일반적인 선물 투자와 수익률상 오차가 발생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구조상 하루를 넘기면 기초지수와 수익률 괴리가 발생하기는 레버리지 ETF도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레버리지 ETF는 원금의 100%를 전날 차입해 200% 자금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다.
차입에 따른 이자가 발생하기 때문에 장중에는 비교적 정확하게 코스피200지수 수익률을 두 배로 추적하지만 ‘일별’로 계산하면 정확히 두 배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자 차감에 복리 효과까지 더해져 기초지수와 수익률 괴리가 커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이들 상품은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미국 등 해외 증시와 연관 지어 투자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 중 하나다. 만일 인버스 ETF를 보유한 상태에서 미국 증시가 반등한 것을 확인했다면, 오전 중에 해당 펀드를 청산해야만 손실을 최소화시킬 수 있다. 레버리지 ETF 역시 미국 증시가 하락한 사실을 확인한 뒤 오전 중에 청산하면 어느 정도 손실 보전이 가능하다.
오광영 신영증권 연구원은 “이들 변형 ETF에 투자할 때는 장기간 트렌드를 읽어가면서 투자를 결정하되 매수, 매도는 가급적 짧게 가져가야 한다”면서 “홈런(장기, 대규모 수익)보다는 안타(단기, 소규모 수익)를 친다는 생각으로 투자에 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