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Insight] ‘자산 분산·장기투자’ 펀드 “기본으로 돌아가라”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에서 대거 이탈하고 있다. 2007년 고점에서 밀물처럼 유입됐던 자금들이 이제는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얼마나 많이 빠졌는지, 지난해 국내 펀드 환매 규모가 세계 2위 수준이었다.

미국 자산운용협회(ICI)가 세계 37개 국가별 펀드 자금 유·출입 상황을 집계한 결과 우리나라 펀드 시장은 278억3600만 달러의 자금이 빠졌다. 356억1200만 달러가 줄어든 중국에 이어 둘째로 컸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스페인,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등 8개국이 순유출을 기록한 반면 나머지 룩셈부르크, 브라질, 인도 등 29개국은 순유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국내 펀드 시장의 자금 이탈이 큰 것은 펀드에 대한 막연한 기대에 따른 실망이 컸기 때문이다. 고수익 상품으로 알려지면서 대거 펀드에 뛰어들었다가 예기치 못한 글로벌 금융위기 때문에 많은 투자자들이 수년 동안 극심한 마음고생에 시달려야 했다. 2009년 이후 주가 반등으로 수익률이 어느 정도 회복되자 이제는 기다렸다는 듯 투자자들이 펀드 시장을 빠져나갔다.

투자는 크게 간접투자와 직접투자로 나뉜다. 간접투자란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자산운용사 등에 돈을 맡겨 자산 운용을 대신 해줄 것을 위탁하는 것이다. 이와 반대 개념이 직접투자인데 이는 투자자 스스로 증권 회사의 계좌를 만들고 직접투자할 종목을 골라 투자하는 것이다.
즉 자가용을 직접 운전해서 가는 것이 직접투자라면 운전 전문가가 모는 택시를 이용해 목적지까지 가는 것이 간접투자인 셈이다. 간접투자 상품의 대표가 바로 펀드다.

펀드란 여러 사람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이를 전문가가 대신 주식이나 채권 등에 투자해 그 성과를 다시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금융상품이다. 이때 투자 자금의 운용을 맡은 전문가를 펀드매니저라고 한다.

TV나 영화 등에 종종 등장하는 펀드매니저를 보면 엄청 많은 월급을 받으며 화려한 직업으로 그려지지만 사실 꼭 그렇지 않다. 펀드매니저는 대개 일정기간 동안의 운용 성과를 평가받아 성적이 좋으면 연봉이 올라가지만 성적이 나쁘면 그만둬야 하는 경쟁이 치열한 직업이다.

이렇다 보니 ‘살아남기 위해’ 주말도 없고 편안하게 쉴 시간도 부족할 만큼 열심히 일해야 한다. 특히 주가가 떨어지는 시기에 펀드매니저들이 받는 스트레스는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어찌됐든 우리가 펀드에 투자하고 나면 우리가 맡긴 자산을 늘리기 위해서 펀드매니저는 밤낮없이 고민하고 기업 탐방을 다니며 노력한다. 투자자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엄청나게 노력해야 하는 구조다.

이러한 구조는 반대로 놓고 보면 투자자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즉 펀드에 투자해 놓고 투자자는 자신의 생업에 충실하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취미나 봉사 활동을 할 수 있다.

그 사이에 펀드매니저가 투자자를 대신해 자산을 운용하는 편리한 시스템이 바로 ‘펀드’인 셈이다. 물론 투자 위탁에 따른 대리인 비용(agent cost)이나 펀드매니저(운용사) 선택 문제 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인 펀드 투자의 메커니즘(mechanism)은 이와 같다.

반면 직접투자를 하게 되면 투자자 본인 스스로가 투자할 종목을 찾고 사고파는 시점을 정해야 한다. 시장이 복잡해지면서 열심히 매달리지 않으면 결코 돈을 벌 수 없을뿐더러 오히려 돈을 잃기 쉽다.

여유가 있는 투자자라면 직접 투자를 할 수 있겠지만 생업 등으로 시간적 여유가 없거나 종목 연구를 할 전문 지식 등이 부족하다면 투자에 나서기가 어렵다. 이때 손쉽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간접투자 상품인 펀드인 셈이다.

펀드는 또 적은 돈으로도 여러 종목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 투자 격언 중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이 있다. 이는 자칫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았다가 바구니가 떨어지면 모든 달걀을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수 몇몇 종목에 투자하는 것보다 여러 종목에 나눠 투자하는 것이 큰 손해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다.

펀드에 투자하면 여러 사람으로부터 모은 큰 자금을 다양한 종목에 분산투자해 투자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직접투자할 경우 개인이 동원할 수 있는 자금 규모에 한계가 있어 소수 몇몇 종목에만 투자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 1주만 투자하려고 해도 80만 원(5월 10일 현재) 가까운 자금이 필요하며 심지어 롯데제과의 경우 1주당 120만 원 정도 있어야 한다. 직접투자할 경우 이러한 종목에 투자하기가 쉽지 않겠지만 펀드의 경우 단 10만 원으로도 이러한 종목들에 투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여러 투자자로부터 모은 대규모 자금으로 이들 우량 주식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펀드가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동전에 양면이 있듯 장점과 단점이 있다. 펀드의 우선적인 단점은 각종 비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택시를 이용하면 택시 요금을 내야 하듯 펀드에 투자하면 대신 운용해주는 대가로 운용비용, 판매비용 등을 지불해야 한다. 이에 반해 직접투자하면 이러한 비용을 부담할 필요가 없다.

또 하나 중요한 단점은 원금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러 투자자들에게 ‘좋은 펀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대부분 ‘꾸준히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주는 펀드’ 라고 대답한다.

물론 이런 펀드가 좋은 펀드이긴 한데 불행하게도 이런 완벽한 펀드는 세상에 없다. 만일 이런 펀드가 있다면 누구라도 그 펀드에 가입해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 장점만 있고 단점이라곤 눈 씻고 찾아 봐도 없는, 완벽한 사람이 없듯 펀드 역시 마찬가지다. 또한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다른 성격이나 모양을 가지고 있듯 펀드 역시 투자하고자 하는 자산의 특성과 시장 상황, 운용 전략·철학, 운용 조직의 특성 등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따라서 펀드 투자는 각 펀드의 성격을 알고 자신에게 맞는 여러 펀드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투자해야 한다.

그렇다면 올바른 펀드 투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우리가 계단을 오를 때 한 걸음 한 걸음씩 오르듯 펀드 투자도 올바른 단계를 밟아야 성공할 수 있다.

첫째, 투자 계획을 확실하게 세워야 한다. 많은 투자자들이 투자 계획을 세우기보다는 우선 상품부터 선택하려고 든다. 계획 없이 무작정 펀드부터 고르다 보면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따라 부화뇌동하기 쉽다.

둘째, 전체 자산에서 주식과 채권, 부동산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정한다. 이런 자산 배분 비율은 향후 투자 성과에 있어 매우 중요한 의사 결정이며 이는 상당한 전문성이 요구되는 단계다. 따라서 믿을 수 있는 자산관리 전문가(FP)의 도움을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 주식이나 채권과 같은 각 자산별로 적합한 상품 유형을 정해야 한다. 복잡한 펀드일수록 투자자가 알 수 없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단순한 유형의 펀드가 좋다.

넷째, 이제 비로소 투자할 펀드를 선택한다. 펀드를 고르는 것은 이처럼 가장 마지막 의사 결정 단계다. 펀드를 선택할 때는 과거 높은 수익률만 보기보다는 운용 스타일을 일관되게 지키는 펀드를 선택해야 한다.

펀드 투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유망한 종목을 쫓아가는 투자가 아니라 길목을 잡고 기다리는 투자다. 따라서 한 펀드에만 달랑 투자하는 것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여러 유형이나 스타일로 나눠서 분산투자하는 것이 필수다. 장기적으로 펀드 투자를 통해 자산을 불려나갈 수가 있다.

민주영 미래에셋투자교육연구소 연구위원 watch@miraeasse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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