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과 투자의 최대 변수는 ‘환율 움직임’이다

세계와 한국 경제가 각종 ‘리스크’ 국면에서 벗어날 조짐을 보이자 곧바로 ‘환율 움직임’이 최대 복병으로 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현상은 3월 말 일본 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자마자 엔화 약세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올 들어 90엔 밑에서 움직여 왔던 엔·달러 환율이 4월 이후에는 95엔대로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때 ‘미스터 엔’으로 불렸던 사카키바라 등이 당초 80엔 밑으로 떨어질 것으로 봤던 엔·달러 환율이 4월 이후 빠르게 상승하는 것은 3월 말 일본 기업들의 회계연도 결산을 앞두고 비관론자들이 단골 메뉴로 들었던 엔캐리 자금을 비롯한 엔화 송금이 적었기 때문이다. 주요 예측기관들은 3월 말 회계연도 결산이 끝나자마자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엔화 약세 국면이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앞으로 엔화 약세 국면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종전처럼 원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은 적다. 최소자승법 등으로 엔화와 원화 간의 동조화 계수를 구하면 0.02로 추정된다. 이 계수는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0.02%만 떨어진다는 의미다. 오히려 위안화 평가절상이 진행되는 시기에는 엔화 가치가 1% 떨어지면 원화 가치는 0.01% 오르는 것으로 나온다.

엔화 약세에 이어 위안화 평가절상도 점차 가시권에 들어와

엔화 약세와 함께 올해 최대 세계 경제 현안은 위안화가 과연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대부분 예측기관과 금융사들은 올해 안에 위안화 가치가 최대 5% 절상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위안화 절상이 가시권에 들어옴에 따라 대중국 수출 비중이 큰 국가들의 통화가치도 동반 상승하고 있다. 이 경우 우리 수출과 경기에 미치는 충격이 가장 먼저 우려된다. 하지만 통계기법상 요인분석을 통해 우리 수출의 가격(환율) 효과와 소득(세계경기) 효과로 나눈다면 후자가 약 70%를 좌우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경기 회복만 계속된다면 위안화 절상에 따라 원화 가치가 오르더라도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우리 수출 구조다.

오히려 제3국 시장에서 중국과 한국 제품 간의 수출경합지수(ESI)가 가장 높게 나오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경쟁국인 중국의 위안화가 절상되면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개선 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

가장 우려해야 할 것은 중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부담을 어떻게 완화시켜 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미 한계상황에 달한 한국 기업들은 중국 내에서 서비스 쪽으로 업종 전환을 하거나 인도네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에티오피아 등으로 생산기지를 옮기는 이른바 ‘화전민(火田民)식 글로벌 경영’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오래됐다. 위안화가 절상된다면 이런 기업들의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적응하지 못한 기업들은 국제 미아(迷兒)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올 하반기 이후 원·달러 환율이 크게 요동을 칠 가능성이 높아 주목

올 하반기 이후 환율 움직임에 있어서는 각국이 출구전략을 어떻게 추진할 것인가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미국이 언제부터 출구전략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인가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통화가치에 큰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모든 정책의 시차를 감안하면 위기가 어느 정도 마무리돼 가는 상황에서 출구전략을 논의하고 마련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빅 스텝’ 금리 인하, 양적 완화정책, 뉴딜식 재정정책 등으로 상징되는 이번 대책이 워낙 강도가 있었던 만큼 위기 극복 이후 상황이 닥쳐서 마련할 경우 늦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출구전략이 마련됐다고 해서 곧바로 추진한다면 더 큰 화(禍)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월가의 시각이다. 이제 막 회복의 ‘싹이 돋는 단계(green shoots)’에서 한 나라 경제의 거름에 해당하는 돈을 거둬들일 경우 노랗게 질려 ‘시든 잡초(yellow weeds)’로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예로 1930년대 세계 경제 대공황, 1980년대 미국 경제 스태그플레이션, 1990년대 일본 경제 잃어버린 10년을 들고 있다.

이 때문에 미리 마련된 출구전략을 언제 추진하느냐를 결정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추진 시기를 결정하는 데에는 여러 기준이 있으나 전기비와 전년동기비로 산출되는 성장률이 2분기 연속 ‘플러스’로 돌아서고 그 수준이 잠재성장률에 근접할 때를 택해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경우도 인플레와 자산 부문의 거품이 우려될 때다.

앞으로 출구전략을 추진할 경우 기준금리를 곧바로 올리는 방안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통화정책에 있어서 기준금리를 변경하는 것은 급진적인 정책에 해당한다. 경제주체들이 처한 개개의 사정과 책임에 관계없이 기준금리를 변경할 경우 경제 전반에 동일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대규모 금융위기 이후 거론되는 출구전략은 과잉 유동성에 따른 인플레와 부동산 등 자산 시장에 낄 거품 우려를 불식시키는 곳에 목표를 둬야 한다. 보통 때처럼 경기 과열에 따른 부작용을 방지하는 것이 아닌 만큼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가장 큰 목표는 훼손돼서는 안 된다는 배경에서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단계별 출구전략이 예상된다. 먼저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 요인 등과 같은 위기 대책과 관계없이 출구전략을 빨리 가져가게 할 수 있는 국가들은 착시적인 여건부터 걷어내는 것이 우선적인 수순이다.

그 후 계속해서 인플레와 자산 시장에 거품이 우려된다면 이 단계에서는 기준금리를 올리기보다 소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이나 ‘리버스 오퍼레이션 정책(reverse-operation policy)’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개 시장을 조작할 때 장기채 매입을 통해 장기금리를 내려 기업의 설비투자 증대 등을 통한 실물경기 회복과 지속 가능한 성장 기반을 마련해 나가돼, 그 과정에서 풀린 유동성은 중앙은행이 보유한 단기채를 매도해 흡수해 나가는 것이다.

이런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출구전략이 계속 필요한 상황이 된다면 그때 가서 기준금리 인상과 같은 적극적 의미의 출구전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참고로 미국처럼 금리체계가 잘 잡혀 있는 국가에서는 기준금리를, 중국처럼 은행 위주의 금융 산업 구조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지급준비율을 올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 판단된다.

현재 각국이 이행하는 출구전략이 왜 차이가 있고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추진될 것인가도 이런 시각에서 보면 이해되고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출구전략은 ‘위기 극복과 경기 회복’이라는 본질은 흐트러뜨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올 하반기 들어서도 미국 금리가 갑작스럽게 인상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하지만 올 하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와 올해에 걸친 한차례 커다란 파동 뒤에 이어지는 ‘잔물결 효과(riffle effect)’로 환율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더욱이 당분간 믿고 맡길 만한 중심통화가 없는 이른바 ‘중심통화의 카오스(혼돈)’ 시대를 맞을 가능성도 높다. 달러 위상이 약화되는 상황에서 새로운 중심통화로 거론되고 있는 유로화와 위안화, 국제통화기금(IMF)의 준비통화인 특별인출권(SDR), 제3의 통화인 ‘테라(Terra)’등이 달러화를 대체하려면 앞으로 상당기간을 거쳐야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만큼 기업들이 효과적인 환위험 관리 방안을 마련해 놓지 못하면 올 하반기에는 환위험으로 또 한 차례 어려움을 당할 가능성이 높다.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할 때다.

한상춘 한국경제신문사 객원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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