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CI 선진국지수 편입 150억 달러 유입 효과


MSCI 선진국지수 편입 150억 달러 유입 효과

최근 국내 주식시장의 이슈는 단연 외국인들의 움직임이다. 올 들어 4월 9일 현재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 규모는 7조1205억700만 원(1억4317만 주)이며 코스닥 순매수 규모는 1994억6600만 원이다. 같은 기간 기관이 3조8221억7700만 원(4827만8000주, 코스피 기준)어치를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이다. 외국인들이 이처럼 ‘바이 코리아’에 나선 것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이 다른 이머징 국가에 비해 우수한 데다 원화 가치도 상승 압력이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증권·채권시장은 올 상반기 중요한 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바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과 시티그룹(Citigroup)의 글로벌국채지수(WGBI) 편입이다. 두 지수 모두 글로벌 투자기관들의 막대한 자금 흐름에 방향타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한국 금융시장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MSCI 지수부터 살펴보자.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지수,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지수와 함께 3대 투자 지수로 꼽히는 MSCI 지수는 모건스탠리의 자회사 바라(Barra)가 만든 투자 지수다. FTSE 지수가 주로 영국 등 유럽계 자금이 활용하는 지수라면 MSCI 지수는 미국계 자금이 주로 활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추종 자금 규모는 MSCI가 4조 달러로 FTSE(2조 달러)를 크게 앞선다. 특히 MSCI는 전 세계 49개국 3000여 업종을 지수로 분류해 세계 증시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MSCI 지수가 중요한 것은 주요 글로벌 투자 펀드들이 이 지수를 토대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글로벌 펀드는 상당수가 MSCI 지수를 벤치마크로 삼는다. 다시 말해 MSCI 지수 상승률보다 높으면 그만큼 운용을 잘했다는 얘기다.

MSCI 지수는 선진국·이머징·프론티어지수로 구분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브라질, 중국, 러시아, 대만 등과 함께 이머징지수에 편입돼 있었다. 선진국지수에는 미국, 영국, 호주 등 24개국이 편입돼 있으며 아시아 국가로는 일본, 싱가포르, 홍콩 등이 편입돼 있다.

안전성을 추구하는 글로벌 펀드 특성상 이머징 국가보다는 선진국지수를 선호하게 마련인데 관련 업계의 추정에 따르면 선진국 추종 자금이 이머징 국가들에 비해 8~9배가량 많다. 추종 자금을 4조 달러로 가정할 때 이머징 국가에서 선진국지수로 옮겨가면 약 120억~150억 달러의 순유입 효과가 기대되며 원·달러 환율 1100원을 적용할 경우 순유입 금액은 14조 원에 달한다. 추종 자금이 5조 달러 정도 되면 약 20조 원의 외국인 자금이 국내 주식시장으로 흘러들어오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한국 증시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이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2008년 6월부터다.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글로벌 경기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는 가운데 당시 MSCI가 한국과 이스라엘의 선진국지수 편입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한 것.

그동안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했지만 글로벌 지수에서는 여전히 이머징 국가로 분류돼 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명목상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15위를 차지했으며 주식시장의 거래 대금은 전자거래 기준으로 8위, 파생상품 거래 대금은 세계 2위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MSCI는 이스라엘만 선진국지수에 편입시켰을 뿐 우리나라는 탈락시켰다. 오는 6월 대만과 함께 재평가를 받는 한국이 지난 2007년 S&P, 2009년 FTSE에 이어 MSCI 선진국지수에 편입된다면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시장으로 발돋움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동안 MSCI가 우리 증시를 선진국 시장으로 분류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 원화 교환의 제약 둘째, 통합결제계좌·장외 대량 거래·현물 인수도 등 주식시장의 실시간 데이터 사용권 부분 셋째, 반경쟁적 조치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같은 MSCI의 지적에 대해 정부는 외환 거래 시스템을 국제 기준에 맞추는 쪽으로 개선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외국 기관들의 시각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경제 규모 등 여러 가지 면에서는 합격점을 줄 수 있지만 환율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당일 결제(확인)가 어렵고 증권 거래를 위한 절차가 복잡하다는 것은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의 커다란 과제다. 또 코스피(KOSPI) 200지수 선물·옵션과 같은 유사한 상품을 만들기 위해선 한국거래소(KRX)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이에 대해서도 MSCI 측은 전면 규제 철폐를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만약 한국거래소의 허용 없이 MSCI가 코스피 200지수와 유사한 상품을 해외에 상장하면 옵션 부문 세계 1위, 선물 부문 6위의 우리 파생상품 시장에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실제로 지난 1997년 MSCI 타이완 인덱스 선물이 싱가포르에 상장되면서 외국인 투자자 80%가 싱가포르에서 거래를 해, 대만 선물 거래가 크게 위축된 사례가 있다. 하지만 경쟁 지수인 S&P와 FTSE가 이미 우리나라를 선진국 시장에 포함시킨 점, 유럽 국가 상당수가 재정 위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선진국지수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대두되고 있는 점 등은 한국에 청신호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김정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5월 트리니다드토바고, 파키스탄 등은 격상시켰지만 아르헨티나는 등급을 낮춘 것을 볼 때 시장 상황에 따른 지수 재구성은 불가피하다”면서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그리스가 선진국지수에서 이탈하게 된다면 이를 우리나라가 대신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선진국지수 편입에 따른 효과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외국인 자금 유입에 대해서는 편입과 동시에 150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올 것이라는 의견과 그리스, 포르투갈의 경우처럼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편입 시 수혜 종목에 대해서는 ‘시가총액 비중이 선진국 평균보다 작은 업종’이 수혜를 볼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본다. 톰슨로이터 조사에 따르면 한국 증시에서 선진국, 이머징 국가와 비교해 볼 때 섹터별 시가총액 비중이 낮은 분야는 에너지·필수 소비재·의료 부문이다.

가령 에너지 섹터의 비중이 선진국의 경우 10.93%, 이머징 국가는 14.55%인데 비해 한국은 2.28%에 불과하다. 의료 섹터의 비중 역시 선진국 10.34%, 이머징 2.40%인데 비해 한국은 0.52%로 턱없이 작다. 이들 종목과 함께 자동차, 정보기술(IT) 등 대형주도 역시 수혜가 예상된다.

이경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FTSE 편입 이후에 외국인들의 주식 매수가 주로 대형주에 집중된 것도 참고할 부분”이라면서 “통신 서비스, 소재, 유통, 운송 등의 종목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시티그룹의 WGBI 편입 여부도 비슷한 시기에 판가름 난다. 정부는 외국인 국채 투자에 대한 면세 조치를 발표하면서 WGBI 편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시티그룹 내에서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만약 편입이 이뤄질 경우 국내 채권시장에는 인덱스형 투자자금(passive fund)이 최소 120억 달러가량 유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WGBI를 추종하는 펀드 규모는 약 1조 달러로 그중 한국 국채 편입 시 비중은 전체 잔액 대비 한국 국채 잔액인 1.2~1.7%로 추정된다. 단순 계산을 해도 120억~170억 달러가량은 충분히 유입될 수 있다는 얘기다. 김상훈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여기에 액티브 펀드 유입액까지 감안하면 400억~500억 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들어오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송창섭 기자 real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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