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 레저 문화 시대…개인 섬에 ‘돈’몰린다

섬 투자 요령

브룩 실즈를 할리우드 슈퍼스타로 만든 1988년 영화 <블루 라군>(The blue lagoon)부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 주연의 <더 비치>(The beach), 밀라 요보비치 주연의 <퍼펙트 겟어웨이>(Perfect getaway)까지를 관통하는 이미지는 무엇일까.

드넓은 해변과 코발트 빛 바다 등이 아닐까. 공교롭게도 이 세 작품에 등장하는 장소는 모두 개인이 소유한 섬들이다.

사람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태곳적 신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개인 섬들은 재충전이 필요한 현대인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휴식처다.

개인 섬은 해외 관광지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도 개인 섬은 얼마든지 있다. 크게 섬은 사람이 사느냐에 따라 유인도, 무인도로 구분된다. 유인도는 육지와 다리로 연결된 섬과 오로지 뱃길로만 연결된 섬으로 나뉜다. 무인도는 배로만 연결된다.

서해안, 남해안에 흩어져 있는 무인도 중 국유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수준이다.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국토해양부의 의뢰로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무인도 중 70%가 몰려 있는 전남 신안군만 해도 국유지가 57%, 사유지가 32%, 공유지가 11%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시 옹진군 내 무인도 중에서도 국유지가 49%, 사유지가 39%, 공유지가 9%를 차지했다.

전국적인 현황이 파악되지는 않았지만 이들 두 지역만 놓고 봐도 전체 무인도에서 사유지의 비중은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사유지 비중이 높다는 것은 개발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다.

경남 통영시만 해도 관내 42개 유인도, 110개 무인도 중에서 사유지는 유인도가 37개, 무인도는 32개다. 유인도는 토지 소유주가 많다는 게 투자의 어려움으로 지적되지만 시간을 두고 땅을 하나씩 매입하면 충분히 개인 섬으로 만들 수도 있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외도는 유인도였던 땅을 20여 년 전부터 매입해 개인이 개발한 경우다.

물론 사람이 살고 있는 섬이라면 값은 훨씬 비싸다. 사람이 거주하고 있기 때문에 섬의 크기도 클 뿐만 아니라 식수, 전기 등 기반 시설들이 어느 정도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육지로 오가는 교통편도 어느 정도 마련돼 있다.

반면 무인도는 크기도 작을 뿐만 아니라 교통수단도 전무하다. 사람이 살지 않고 있다는 것은 기반 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값은 유인도에 비해 훨씬 저렴하다.

더군다나 서남해안의 섬들은 물때를 잘 맞추지 않으면 배를 접안할 만한 장소를 찾기 힘들다는 구조적인 한계를 안고 있다. 따라서 무인도를 구입한다고 해도 별도로 배를 사야 한다. 아니면 섬에 들어갈 때마다 수십만 원씩 내고 배를 빌려야 하는 불편함이 뒤따른다.

섬은 전형적인 장기 투자 상품이다. 투자 비용도 만만치 않다. 성공 사례가 적다는 것도 고민해야 할 사항이다. 아무리 개발 호재가 많은 지역이라고 해도 단기간에 승부가 나는 상품이 아니다.

수요층이 극히 제한적이라는 점도 섬 투자 시장의 활성화에 한계로 지적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해양 관련 산업이 커지고 있다는 것은 투자자들의 관심을 섬으로 돌리게 만드는 요인이다.

여기에 정부와 각 지방자치단체가 해양 산업 활성화에 기치를 들고 나선 것도 긍정적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내륙 관광자원의 한계와 교통수단 발달로 바다까지 갈 수 있는 시간이 크게 단축된 것은 앞으로 해양 레저산업의 대변화를 예고하는 부분이다.

지난 2003년 해양수산부(현 국토해양부)가 해양 관광 참여 인구를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2003년 연간 9206만 명인 해양 관광객 수는 올 2010년에는 1억1643만 명으로 31.4%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요트로 대표되는 수상레포츠 시장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는 것도 주목할 부분이다. 무엇보다 교통수단의 발달로 바다에서 주말을 보내는 일이 그다지 부담스럽지 않게 된 것이 섬에 대한 관심을 높인 결정적인 요인이다.

희소성이 커진 것도 무인도만이 가진 무한 가치다. 비록 투자 대비 수익을 거두는 시기가 비교적 오래 걸리지만 개발에 따른 가치는 무한대다. 대표적인 경우가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자리 잡은 외도다. 지난 1995년 개장한 외도는 이창호(작고), 최호숙(현 대표) 씨 부부가 25년에 걸쳐 가꾼 관광지다.

전망대, 조각공원, 야외 음악당 등 시설과 아열대 식물로 섬 곳곳을 꾸며 한해 100만 명 이상이 찾는 한려해상공원 내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다. 이 섬을 개발, 관리하는 외도 보타니아의 지난 2008년 매출액은 90억6000만 원이며 영업이익은 27억 9000만 원, 당기순이익은 17억4000만 원을 기록했다. 올해 매출 100억 원은 무난히 넘을 것으로 관련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을 통해 섬을 구입할 수 있을까. 개인 소유의 섬들은 일반 부동산 매매와 같이 개인 대 개인 간 거래가 기본이다. 그렇다고 모든 부동산업소가 취급하는 것도 아니다. 섬 관련 부동산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중개업소를 찾아야만 한다. 거래되는 토지 면적이 크기 때문에 대부분 지인을 통해 알음알음으로 거래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황을 파악하기는 힘들다. 개인 소유의 섬들은 ‘~섬’, ‘~도’가 아니라 상당수가 ‘~리’로 지번이 표기돼 있어 거래 여부를 실제로 파악하기 쉽지 않다. 법원 경매로 넘어갔을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간혹 ‘~도’라는 식의 경매물건이 나오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2007년 7월에 감정가 5885만 원에 입찰에 부쳐진 전남 신안군 하의면 간암도에는 41명이 경쟁해 감정가 대비 561%인 3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그러나 모든 섬들이 이처럼 인기를 끄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경매로 나온 섬들은 개발에 따른 가치가 크지 않아 상당수가 50~60%의 낮은 낙찰률을 기록했다.

섬 전체가 통째로 거래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외도도 소유주가 하나둘씩 필지를 구입해가며 개발을 진행했다. 경매나 전문 부동산에서 섬과 관련해서 나오는 부동산은 해당 섬의 일부 필지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해당 부동산을 한두 개 구입했다면 현지 주민들을 설득해가며 나머지 필지를 매입해야 한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은 개발뿐만 아니라 토지 구입도 해당된다. 하지만 해당 섬 토지의 70% 이상을 매입하면 나머지는 강제 수용도 가능하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특히 무인도는 더더욱 심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이다. 공시지가나 감정가가 있지만 이는 참고사항일 뿐이다. 전문 부동산을 이용해야 하는 것도 이 같은 문제 때문이다. 섬의 가격은 사람이 살고 있느냐 식수, 전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무인도라고 해도 사람이 거주하는 섬과 가까워 전력이나 식수를 끌어오기가 편리하다면 사실상 유인도 수준에서 거래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1~2가구만이 살고 있는 유인도를 매매하기도 한다. 태양열발전 기기를 구입해 집을 짓는 것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정부가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섬은 4000여 개로 미등록 섬이 해마다 발견되면서 그 수는 조금씩 늘고 있다. 미등록 섬이 발견되면 무조건 국가 소유지만 해당 부동산을 20년 이상 점유한 기록이 있다면 개인 소유가 될 수도 있다.

이 섬들은 대부분 전남, 경남 등 서남해안 권에 집중돼 있다. 특히 신안군은 관내 섬 829개 중 750개가 무인도다. 이 때문에 경남, 전남도는 유·무인도 개발을 통한 지역 관광 수요 확충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글 송창섭·사진 이승재 기자 realso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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