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장에서 뭉칫돈 들어오는 자유적립식 투자펀드


사례1.서울에서 대기업에 다니고 있는 서모 씨(39)는 올 들어 증시가 조정 국면에 들어가자 틈만 나면 펀드를 가입한 증권사 지점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펀드에 돈을 추가로 넣었다. 해당 펀드는 국내 주식형인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

이 펀드 외에도 7개 펀드를 보유하고 있는 서 씨는 “어차피 오래 들고 있을 펀드인데 증시가 하락하면 저가에 주식을 더 살 수 있으니 기회가 아니겠느냐”며 “나머지 펀드들도 자금 사정과 증시 상황을 보고 마찬가지로 대응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례2. 7년차 직장인인 김모 씨(34)도 올 들어 ‘한국투자네비게이터펀드’에 추가로 넣은 돈만 70만 원이 넘는다.

매달 10만 원을 자동이체로 계약하고 나머지는 원하는 시기에 넣을 수 있는 ‘자유적립식’으로 펀드에 든 그는 “코스피지수가 40포인트 이상 급락한 날이나 크게 하락한 날에 HTS(홈트레이딩시스템)를 이용해 추가로 돈을 넣었다”고 말했다.

그는 올 들어 증시가 많이 빠졌지만, 자신의 펀드 수익률은 플러스를 기록하고 있다고 자랑했다.

펀드 투자자들이 원하는 시기에 돈을 넣을 수 있는 자유적립식 투자가 올 들어 유행하고 있다. 매달 계약한 금액(정액적립식) 외에 투자자들이 증시 상황을 보다가 돈을 추가로 넣는 등 자유롭게 펀드에 돈을 납입하는 투자가 늘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최근 전반적인 환매분위기 속에서도 자유적립식 비중이 높은 펀드에는 뭉칫돈이 몰리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해당 펀드들은 주가 조정기에도 들어온 자금으로 저가 매수에 나설 수 있어 향후 수익률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펀드자금 동향과 수익률 등을 분석하는 펀드평가사들에 따르면 올 들어 2월18일까지 ‘한국투자네비게이터1펀드’엔 무려 1900억 원이 넘는 신규 자금이 들어왔다. 두 달도 안 된 사이에 웬만한 중형 펀드의 전체 규모 이상의 돈이 몰린 것이다.

같은 기간에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에도 900억 원에 가까운 자금이 순유입됐으며, ‘KB코리아스타’와 ‘교보악사파워인덱스1’ 역시 각각 700억 원 이상의 새 자금이 생겼다.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는 500억 원을 훌쩍 넘는 투자금이 흘러 들어왔다.

같은 기간 증시에 상장돼 매일 주식처럼 거래가 가능한 상상지수펀드(ETF)를 제외한 국내 주식형 펀드에선 5000억 원가량이 순유출된 것과는 딴판인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이들 펀드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두 가지 이유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작년 한해 이들 펀드가 증시의 움직임보다 수익을 많이 내며 두각을 나타낸 것이 신문 등 언론매체와 입소문 등을 통해 알려진 것이 첫째 이유다.

실제 올 들어서만 2000억 원 가까운 자금을 추가로 유치한 ‘한국투자네비게이터1펀드’는 작년 한해 71% 이상의 수익을 내며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 상승률(49%)보다 22%포인트가량 초과수익을 냈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와 ‘트러스톤칭기스칸펀드’도 작년에 각각 64%, 78%의 수익을 올리며 증시평균 수익률을 크게 뛰어 넘었다.

이런 현상은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에서는 올 들어 벌써 1조 원 가까이가 순유출됐다.

그러나 투자성과가 우수한 펀드에는 새로운 투자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다. 해외 주식형 펀드 가운데 올 들어 500억 원 이상의 순유입을 기록한 ‘블랙록월드광업주펀드’의 경우 지난해 수익률이 87%나 됐다. 이는 해외 주식형 펀드의 평균수익률(56%)을 크게 앞지른 것이다.

둘째는 이 펀드들이 자유적립식 투자비중이 높다는 것이다. 자유적립식이란 매달 일정한 날에 일정 금액을 불입하는 정액적립식과는 달리 매달 일정 금액을 넣고,원하는 시기에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넣을 수 있는 투자 방법이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1’의 경우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투자금에서 자유적립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59%나 된다. 이와 함께 원하는 시기에 큰 자금을 넣을 수 있도록 한 임의거치식 투자 비중도 30%에 육박하고 있다.

반면 거치식 비중은 5%에 불과했으며,매달 일정 금액을 넣도록 돼 있는 정액적립식 비중도 6%에 그쳤다. 돈을 마음대로 넣을 수 있는 투자 비중이 전체 가입자의 90%가량에 달하면서 이 펀드엔 증시가 1700선 위에서 나흘 연속 떨어진 지난 달 27일 200억 원의 자금이 저가 매수세로 유입됐다.

‘한국투자삼성그룹적립식2’와 ‘트러스톤칭기스칸’도 자유적립식 비중이 50~60%나 된다. ‘KB한국대표그룹주’ 역시 절반 이상의 자금이 자유적립식 투자분이라고 회사 측은 전했다.

가입 시 뭉텅이 돈을 한꺼번에 넣는 거치식 투자도 자유적립식과 유사한 투자방식이다. 임의거치식이 이 경우에 해당된다. 임의거치식으로 가입할 경우 가입과 동시에 통상 큰 금액을 넣고 원하는 시기에 다시 큰돈을 넣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자유적립식 투자를 하기 위해선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 시 자유적립식으로 하겠다고 상담원에게 밝혀야 한다. 기존 정액적립식 투자자의 경우 자유적립식으로 바꾸려면 판매사마다 달라 직접 문의를 해봐야 한다.

예컨대 미래에셋증권은 지점에 전화해 정액적립식을 자유적립식으로 변경을 요청하면 되지만 대신증권처럼 자유적립식으로 바꾸려면 아예 펀드를 새로 가입해야 하는 증권사도 있다.

주가하락기에 자금이 들어온 이들 펀드들은 최근 주가 조정을 기회로 저가 매수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어 향후 수익률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대형 운용사의 펀드 매니저는 “길게 보면 증시는 오르기 마련인데 주가가 크게 떨어질 때 저가에 주식을 많이 살 수 있다면 수익을 더 높일 수 있다”며 “반대로 환매가 많은 펀드들은 저가 매수보다는 주식을 팔아야 해 전체 수익률에도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돈이 하루에 1억 원씩이라도 들어오는 것과 빠지는 것은 기간이 지나고 보면 성과 면에서 큰 차이를 초래한다”며 “특히 최근 조정장에서 자금이 들어온 펀드들은 우량주들을 저가에 매수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기 때문에 장기 수익률이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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