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도 주식투자 통해 M&A시장에 참여

SPAC, 3월 주식 시장에 상장

2010년 3월 한국 주식 시장에 ‘스팩’이 등장한다. 학점 영어점수 어학실력 등의 취업 스펙(spec)이 아니라 기업인수목적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SPAC)가 그것이다.

스팩이 증시에 상장되면 일반 투자자들도 스팩을 통해서 인수·합병(M&A) 시장에 참여,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셈이다. 특히 일반 개인투자자들은 M&A에 따르는 높은 위험(리스크)을 부담하지 않고 투자를 할 수 있어 스팩은 매력적인 투자 상품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대우증권의 그린코리아 스팩이 유가증권시장에 3월 3일 상장되는데 이어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코스닥시장 최초로 스팩 청약일정(3월 3일, 4일)을 확정했다. 이 밖에도 여러 증권사가 추가로 스팩 상장을 추진하고 있어 스팩이 증권투자의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팩의 스펙은?

‘스팩(Spac)’이란 기업인수를 목적으로 투자자로부터 일정 규모 이상의 자금을 공모방식으로 모집해 설립한 일종의 명목회사(paper company)다.

스팩의 투자구조를 살펴보면 먼저 스팩 투자의 주체인 스폰서(증권사)가 발기인(재무적 투자자)들과 함께 회사를 미리 설립한 뒤 기업공개(IPO)를 통해 자금을 조달한다.

스팩은 상장 후 3년 내에 비상장회사를 인수 합병하는 방식으로 기업가치를 창출해 투자자에게 수익을 안겨주게 된다. 비상장회사의 경우 스팩에 피인수되면서 우회상장이 되는 셈이다.

투자자(기관과 개인)들이 수익을 얻게 되는 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보면 투자자들은 먼저 스팩의 공모에 참여하거나, 상장된 스팩의 주식을 매입함으로써 투자에 참여할 수 있다. 이 때 투자자는 스팩의 투자분야와 경영진에 대한 정보만을 알 수 있다.


스팩이 구체적으로 어떤 기업을 인수하게 될지는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스팩은 일종의 블라인드 펀드와 유사한 성격을 갖는다. 투자자는 스팩이 특정 기업을 인수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언제라도 주식 시장에서 매매를 통해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스팩이 인수 합병하는 기업은 1개사로 제한된다.

투자자들은 스팩이 구체적인 인수대상 기업을 정하게 되면 주주총회에 참석해 인수합병에 관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리고 합병 후 기업의 가치 상승을 통해 장내에서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다.

다시 말해 스팩 설립 후 3년 내에 비상장 회사 1개사를 인수한 뒤 가치가 상승하면 합병기업의 주식을 투자자들이 주식 시장에서 매각해 이익을 회수할 수 있게 하는 구조로 돼 있는 것이다. 스팩이 3년이 지난 시점까지도 M&A를 하지 못했을 경우에는 상장이 폐지되며 남은 자금을 투자자에게 배분한 뒤 해산하게 된다.

개인투자자 보호에 역점

스팩의 장점은 투자자들이 M&A에 참여하면서도 언제든지 주식을 매매할 수 있는 장내 확보된다는 것이다. 특히 M&A와 같은 리스크가 큰 시장에 투자하면서도 투자자보호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먼저 스팩의 스폰서로는 국내 증권사만이 참여할 수 있다. 또 스폰서로 참여하는 증권사는 일정 책임을 지기 위해 반드시 자본금의 5% 이상을 투자하도록 되어 있다.

M&A가 실패할 경우에도 투자자들은 별다른 손실을 보지 않는다. 스팩은 상장 후 운영비용 일부를 제외한 대부분의 공모자금을 금융기관에 예치하게 된다. 따라서 만일 M&A가 이루어지지 않아 상장이 폐지될 경우 주주들의 손실은 아무리 커봐야 스팩의 운영비용으로 제한된다.

예를 들어 대우증권이 3월3일 상장하는 그린코리아 스팩의 경우 공모자금의 96%를 M&A가 이루어질 때까지 증권금융에 예치한다. 따라서 이 스팩이 M&A에 실패하더라도 증권금융 예치금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감안하면 투자자들은 원금은 보존되는 셈이다.

특히 동양종금증권의 스팩 ‘동양밸류오션’의 경우 36개월 이전에 청산이 이뤄져 원금에 못 미칠 경우 발기주주의 투자금으로 공모주주의 원금을 보전토록 정관에 명시했다.

또 스팩이 인수하는 회사가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주주총회에 참석해 매수청구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 스팩은 또 일반 상장법인과 똑같이 주요 경영사항에 대해서는 공시를 해야 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회사와 관련된 주요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다.


주식 시장의 새바람

스팩을 도입하게 되면 주식 시장에서는 어떤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먼저 경기침체로 인해 IPO(기업공개) 시장이 위축됐을 때 유망 비상장기업의 자금조달을 가능하게 한다.

차입금융을 활용하는 PEF(사모투자펀드)활동이 상대적으로 위축됐을 때도 대규모 공모자금을 바탕으로 우량기업을 인수하는 노력을 계속함으로써 M&A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게 된다.

스팩 제도의 도입은 투자자와 기업, 금융투자업자로 구성되는 국내 자본시장 참여자 모두에게도 혜택을 줄 수 있다. 일반투자자들은 스팩 투자를 통해 투자의 안정성, 전문성, 투자회수의 편의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스팩은 국내 IB(투자은행)가 단순한 중개업무(brokerage)중심에서 IPO(기업공개), M&A(인수 합병), PI(자기자본투자) 등 다양한 IB업무로 수익구조를 다변화시킬 수 있는 수익 기반을 제공한다.

또 비상장기업은 스팩의 대상기업으로서 상장 편의를 제공받을 수 있고 IPO시장의 침체기에도 항상 상장 기회가 열려 있다는 점에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상장예정인 스팩은?

국내 1호 스팩은 지난해 12월15일 설립된 ‘대우증권 그린코리아 기업인수목적회사’다. 대우증권이 스폰서로 참여했으며 녹색성장과 신성장 동력업체를 인수 합병할 계획이다. 지난 2월22~23일 공모를 했으며 3월3일에 상장된다.

액면가 1000원인 주식을 3500원에 공모를 받았다. 그린코리아 스팩은 영국 헤지펀드(Arrowgrass)와 산업은행 그린손해보험 사립학교교직원연금공단 신한캐피탈 등 다양한 발기인 그룹과 우수한 역량의 스팩 경영진 확보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도 최근 제1호 스팩의 청약 일정을 확정했다. 이 스팩은 대우증권의 스팩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는 것과는 달리 코스닥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미래에셋증권 스팩은 3월 3~4일 일반인과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청약을 받는다.

이 스팩의 자본금은 3억 원이며 공모를 통해 200억 원(주당 예정공모가 1500원)을 조달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의 스팩 ‘현대PwC드림투게더’는 3월 10~11일 공모를 거쳐 19일 코스닥시장에 상장할 예정이다.

이 스팩은 333만4000주의 공모로 모두 200억 원을 조달해 녹색성장 기업 등을 M&A할 계획이다.공모 희망가격은 주당 6000원(액면가 100원)이다.

동양종금증권 스팩 ‘동양밸류오션’은 내달 16~17일 공모 청약을 실시해 2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다. 공모예정주식수는 450만 주이며 공모 희망가액은 주당 1만 원(액면가 500원)이다.

한편 스팩이 제시한 공모가는 발기인들에게 나눠준 신주 가격의 2∼3배에 이르는 금액이어서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고평가 됐다”는 불만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발기인들은 일반주주와 달리 투자금의 원금보존이 안되고,합병주총에서 의결권이 없으며, 받은 신주는 합병후 6개월까지 매매를 할 수 없다”며 “이런 차이를 감안하면 투자자보호 측면에서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정현영 한경닷컴 기자 jh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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