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보다 국내펀드에 비중<br>한국네비게이터, 신영마라톤 등 유망

2009년 펀드 시장은 2008년의 반토막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벗어 던지고 화려하게 부활했다. 국내 IT(정보기술) 자동차 관련 주식형 펀드와 해외의 브라질 러시아 펀드에서는 연간 수익률이 100%를 웃도는 ‘더블’ 펀드들도 속출했다.국내 증권사 펀드 전문가 7인은 2010년 펀드 시장은 2009년만큼은 아니지만 투자자들에게 즐거움을 안겨다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에 따라 전체 펀드 자산의 50~60% 정도는 주식형 펀드에 실어 놓을 것을 권했다. 전 세계 경제의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이 전혀 없는 건 아니지만 경기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국내와 해외로 나눈다면 국내에 무게 중심을 둘 것을 조언했다. 지난 2006~2007년 불어닥친 해외 펀드 바람으로 인해 자신의 투자 자산 중 해외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면 연초를 기해 수익이 난 펀드부터 과감히 줄여 가라는 지적이다. 해외펀드 비과세 혜택이 2009년 말 사라지면서 주식매매차익에 대해서도 15.4%(주민세 포함)의 세금을 내야하기 때문이다.실질적인 세후 수익률 면에서 국내 주식형에 미치지 못할 수 있단 얘기다.펀드 자금은 상반기까지 꾸준하게 빠져 나갈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재경 삼성증권 투자컨설팅파트장은 “지난 해 주식형 펀드는 주가 상승으로 순자산은 불어났지만 환매가 꾸준히 이어지며 설정액이 10조 원가량 줄었다”며 “올해도 주가가 오를 때마다 환매 물량은 거세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02년 6월 이후 지수대별 펀드 자금유출입을 볼 때 1700선 위에서 38조 원가량이 들어온 상태여서 원금 회복 수준에 이르면 환매 욕구는 높아질 것이라는 진단이다.하지만 하반기부터는 자금이 재유입될 것이라는 의견이 많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리서치팀장은 “하반기로 가면서 본격적인 경기회복과 퇴직연금 시장 확대 등으로 설정액이 다시 불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추세적인 경기 회복기에 있는 만큼 투자 여건은 좋다는 전망이 많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재무컨설팅부장은 “올해도 증시 상승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주식 자산을 중심으로 자산을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고 말했다.그는 다만 “채권형도 전체 포트폴리오의 안정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일정 비율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은 자신의 펀드 자산 중 주식형 투자 비중을 45%, 채권형을 35%, 나머지 대안투자와 현금성자산을 각각 15%와 5%의 비중으로 투자할 것을 제시했다. 나머지 6명의 전문가들은 주식형 비중을 50~60% 수준까지 늘릴 것을 권했다.주식형 펀드 중 국내와 해외 비중은 국내를 60~70%로 높게 가져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 해외 펀드 비과세 일몰에 따른 세제상 이점에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성장한 국내 기업들의 실적 개선 폭이 클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다. 오대정 대우증권 WM리서치팀장은 “해외 펀드 비과세 폐지로 매력도가 감소했다”며 “해외 펀드 투자의 목표가 분산인지 초과수익인지를 따지고 세금을 감안, 유망한 지역에 선별적으로 투자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성진 현대증권 WM컨설팅센터장은 해외 증시의 경우 “선진국보다 이머징마켓의 빠른 회복세가 예상된다”며 “이머징마켓 내에서는 내수 회복을 통한 독자적인 성장 모델을 갖춘 중국 브라질 등이 유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국내에서는 한국네비게이터가 3명의 전문가들로부터 복수 추천을 받았고 신영마라톤도 2명의 전문가들이 유망 펀드로 꼽았다. 한국네비게이터는 2009년부터 자금이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 장기성과도 우수한 점이 추천 이유였다. 또한 삼성스트라이크 미래에셋디스커버리 하나UBS배당60 현대드림증권 삼성인덱스플러스 유리MKF웰스토탈인덱스 대신액티브퀀트 등도 추천 펀드 명단에 포함됐다.해외에선 동부차이나 신한BNPP봉쥬르차이나 슈로더브릭스 등이 중복 추천을 받았다.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하는 삼성차이나본토2.0과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미래에셋러시아업종대표 미래에셋브라질업종대표 등도 유망 펀드로 꼽혔다. 구희진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세계 경기 회복 과정에서 외국인 참여가 활발한 홍콩H지수의 상승이 예상된다”며 “동부차이나는 홍콩H주에 투자비중이 가장 높은 중국 펀드중 하나”라고 말했다.이 밖에 JP모간천연자원이나 블랙록월드광업, 한화라살글로벌리츠 등도 관심을 가질 만한 펀드로 추천을 받았다. 이계웅 신한금융투자 펀드리서치팀장은 “JP모간천연자원은 경기 회복과 달러 약세로 상품시장의 강세가 예상되는 가운데 자원을 탐사, 개발, 생산하는 기업이나 판매 기업에 직접 투자하는 펀드”라며 “원자재펀드 중 가장 추천할 만하다”고 말했다.우선 기대 수익률을 낮추라는 지적이다. 오대정 팀장은 “올해도 증시가 급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약 15~20% 정도 수익을 얻었다면 포트폴리오 구성을 보수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정환 부장도 “지난해보다 상대적으로 성과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펀드 투자자산 구성 측면에서 지난해보다는 보수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전문가들은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펀드 구성을 조정하는 ‘리밸런싱’을 꾸준히 해 나갈 것을 주문했다.경기 부양정책과 풍부한 유동성에 의해 주도된 지난해 주도 테마의 변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계웅 팀장은 “과잉 유동성을 배경으로 하는 투기적인 테마는 지고 올해는 장기 성장이나 수익의 질과 같은 안정성이 주요 테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자칫 과거와 같은 단기 유행만 좇는 단기투자에 집중한다면 또 다시 뒷북 투자로 부진의 늪에 빠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또한 투자금액이 큰 투자자는 종합과세 해당 여부도 꼼꼼히 따져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이재경 파트장은 “해외펀드 비과세 폐지에 따라 종합과세에 해당되거나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투자자는 세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구희진 센터장은 “펀드 관련 세제 혜택이 줄어든 만큼 펀드 수수료 등 비용 부분도 고려해야한다”며 “펀드 비용 최소화를 위해 온라인으로 펀드에 가입하거나 수수료가 싼 인덱스펀드에 투자하는 전략이 유효하다”고 말했다.서정환 한국경제신문 기자 ceoseo@hankyung.com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