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턴 보수적 투자 전략 필요… 고액자산가라면 종신·연금보험 필수”
입력 2009-10-12 14:40:27
수정 2009-10-12 14:40:27
송병국 삼성생명 FP센터장
요즘 재테크 전략을 짜기가 전에 없이 어렵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 저금리 기조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지만 주식 시장은 고점 부근에서 움직이고 있고 부동산 시장에서도 거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을 염두에 둔다면 원자재 농산물 금 등 상품 시장이 유망하다고 하지만 실제 투자하기가 만만치 않고 가격 변동도 심해 적지 않은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이런 상황에서 금융자산 10억 원이 넘는 부자들은 어떤 고민을 하고 있을까. 송병국 삼성생명 FP센터장은 “지금은 시장 변동에 대비해 현금 비중을 늘리는 보수적인 투자 전략을 짜야 한다”며 “투자의 기대수익률을 낮추고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또 “향후 시장 상황을 고려한다면 부동산보다는 연금·종신보험 등으로 노후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안정적”이라고 강조했다. 송 센터장은 삼성생명의 퇴직연금 및 보험, 변액보험, 개인연금 등 약 18조 원의 자산을 운용하다가 지난 6월 이후 삼성생명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투자컨설팅을 해주는 FP센터장을 맡고 있다.“리먼브러더스 파산 당시의 주가를 만회했다. 실제 기업의 이익이 많이 좋아졌다. 기업의 구조 조정, 환율, 중국 효과, 대기 수요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또 자동차 IT(정보기술) 등은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이 나아졌다. 단순히 1회성 요소가 아니라 체질개선도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결과라고 본다. 그러나 과거 고점을 기록했던 때보다 나아질지는 모르겠다. 또 지금의 금리가 유지된다는 보장도 없다. 단기간에 많이 올라 상승 피로감도 예상된다. 그래서 4분기에는 조정이 올 것으로 본다. 그러나 우리 증시가 유동성만으로 오른 것은 아니기 때문에 조정의 폭은 크지 않을 것이다. 가격 조정보다는 기간 조정 가능성이 더 크다.”“올해 증시의 특징은 철저하게 외국인 매수, 기관 매도다. 올해 하반기도 이런 추세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들은 올 들어 이미 20조 원어치를 샀다. 그러나 여전히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하고 이머징 시장이 상대적으로 유망하기 때문에 매수 기조는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탄력성은 떨어질 것으로 본다. 반면 기관들은 개인들의 환매로 매도 포지션을 유지할 수밖에 없다. 과거 주식형 펀드로의 자금 유입 추이를 보면 지수 1650부터는 매물 압박이 더욱 커지는 구조다. 연기금 역시 지금보다 이미 주가가 낮은 상황에서 매도를 했기 때문에 지수가 오른 지금 적극적인 매수를 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수급 측면에서 보면 결코 우호적이지는 않다.”“원금을 상당 부분 회복한 펀드 투자자들은 대부분 환매를 하려고 한다. 또 부동산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현장에서 보면 중상위 부자들은 부동산 구매에, 최상위 부자들은 부동산 처분에 더 관심이 있는 것 같다. 또 같은 부동산이라도 사서 장기간 묻어뒀다가 차익을 얻으려는 사람보다는 꾸준히 소득을 창출해주는 부동산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 사실 이번 금융 위기를 겪으며 부동산은 팔기 어려운 자산이라는 점이 다시 부각됐다. 따라서 단기적으로 캐피털 게인을 얻으려는 투자자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개인들의 금융부채가 과도하게 많은데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 순금융자산이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뜻하지 않은 일이 발생해서 현금이 필요하게 되면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금은 부동산 비중을 줄이는 것이 옳다고 본다. 부동산 시장 전망도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부동산 시장의 동향은 강남과 강북이 다르고 서울과 지방이 또 다르다. 강남의 일부 지역은 여전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어서 국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그러나 강남 지역이 전반적으로 더 오를 것으로 보는 것은 무리다. 무엇보다도 정부에서 그대로 방치하기 어려울 것이다.”“지금은 보수적으로 투자 전략을 짜고 현금성 자산 비중을 늘리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이다. 그래야 금리가 오르면 채권을 사는 등 금융 환경 변화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지금 너무 많이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주식 비중을 4∼5%포인트 정도 줄이는 정도면 된다. 주식은 고점이 아니라 어깨 정도에 판다는 생각으로 눈높이를 낮출 필요가 있다. 사실 투자를 어디에 어떻게 할 것인가는 향후 시장의 전망이 아니라 조달 자금의 구조에 따라 결정해야할 문제다. 즉 자금의 성격이 장기냐 단기냐, 자금조달 비용이 어느 정도인가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같은 10억 원이라도 40대의 10억 원과 60대의 10억 원은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10억 원을 맡긴 고객의 연령이 40대이고 연소득이 1억 원 정도라면 주식은 연소득의 변동성 이내인 30% 미만이 적당하다고 본다. 따라서 주식 20∼30%, 채권 10∼20%, 대안 투자 10% 이하, 연금 20∼30%, 예적금 및 단기 자금 20∼30%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바람직하다. 반면 60대에 소득이 거의 없는 고객이라면 원금 손실은 치명적인 만큼 주식비중은 10% 미만으로 가져가야 한다. 반면 연금 비중은 50%로 올리는 것이 좋다.”“섹터 펀드 그 중에서도 원자재 펀드가 괜찮다. 원자재 시장은 2010년에 선진국들의 경기 회복이 가시화될 가능성이 커서 실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별 주식으로 본다면 삼성전자 LG전자 등 IT 대표기업과 현대차와 같이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국내 대표기업이 유망하다. 또 세계적으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는 신재생에너지 2차전지 관련 기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본다.”“종신보험과 연금보험은 반드시 들어야한다고 말하고 싶다. 종신보험은 상속세 관련 이슈를 해결하는 데 아주 유용한 수단이다. 특히 사업 자산 외에 재산이 많지 않은 사람의 경우 종신보험금이 상속세의 납부재원으로 쓰일 수 있어 가업을 승계하는 데 효과적이다.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의 많은 부자들은 노후를 부동산으로 해결하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60대까지는 이런 방식이 괜찮지만 70대로 넘어가면 쉽지 않다. 또 부동산 보유는 자식들 간 분쟁의 소지도 있다. 이런 경우 연금 보험이 아주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송병국삼성생명 FP센터장KAIST 경영과학 석사삼성생명 특별계정 사업부장美선물회사 사쿠라 델셔 파견근무글 김태완·사진 김기남 기자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