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디자인의 세계
소비자가 물건을 살 때 가장 먼저 고려하는 것은 무엇일까? 기능성, 품질, 가격, 디자인 등 많은 선택의 기준 중에 어떤 요소가 소비의 욕구를 자극하게 될지는 많은 마케터들의 당면 과제다. 구매 결정 요인에 따라 제품의 특징과 포인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요즘 소비자들에게 가장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요소는 바로 디자인이 아닐까 싶다. 심리학 및 디자인 연구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도널드 노먼 교수는 “감각적인 곡선과 선명한 색감의 물건을 보면 가슴이 뛰고 갖고 싶은 욕망이 드는 것은 인간의 본능적 욕구”라고 말하기도 했다. 수 천, 수 만 가지의 새로운 제품이 매일 쏟아지는 현대의 소비자들에게는 제품의 전통적 가치였던 기능이나 품질보다는 디자인과 브랜드가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시대인 것이다.레이블, 병, 포장패키지 등 디자인에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상품 중 하나가 바로 술이다. 특히 위스키는 인테리어 장식용이나 취미로 수집을 하는 경우가 있고, 최근에 취하기 위해 마시는 술이 아닌 즐기기 위해 마시는 술로 음주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바뀌면서 술병의 색깔, 디자인, 레이블 등이 감성과 새로움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레이블의 독특한 디자인으로 성공한 예로는 ‘커티삭(Cutty Sark)’을 들 수 있다. 위스키 레이블 중 가장 아름다운 색상이라는 평가를 받는 커티삭의 경우 우리나라에서는 디자인 측면보다는 박정희 대통령과의 만남을 위해 방한했던 미국의 존슨 대통령이 만찬 자리에서 찾던 술로 당시 국내를 뒤져 겨우 두 병을 구했다는 일화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로얄 살루트 21년산은 엘리자베스 2세의 대관식에서 발사된 21발의 예포를 상징하여 네이밍을 로얄 살루트(Royal Salute : 왕의 예포)로 명명하였다. 또한, 기존 스카치 위스키와 달리 일반 유리병이 아닌 19세기 초엽의 전통적인 형태의 문양을 수공으로 새겨 넣은 도자기병에 넣어 출시됐다. 이 도자기병은 고급스러우면서 전통의 느낌을 그대로 담고 있어 로얄 살루트 21년산의 가치를 더욱 높여주고 있다.디자인을 통해 유명해진 술로는 앱솔루트 보드카도 빼놓을 수 없다. 보드카는 사실 별 다를 게 없는 술이나 앱솔루트 보드카는 순수하고 깨끗한 이미지를 투명하면서 현대적 곡선 라인이 돋보이는 병에 담아 무색, 무취의 제품 특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초기에는 이 병 디자인이 큰 호응을 얻지 못 했지만 병 디자인을 형상화한 지속적인 광고 캠페인 전략과 맞물리면서 ‘아트 보틀(Art Bottle)’로 자리를 굳혔다.하이스코트에서 수입, 판매하고 있는 하이스코트의 프리미엄 스카치 위스키 킹덤은 감각적이면서 고급스러운 디자인으로 위스키 시장의 변화된 디자인 양상을 보여주고 있다. 왕이 머리에 왕관(캡)을 쓰고 어깨에 망토를 걸친 형상을 기본 디자인으로 부드럽게 곡선미를 강조했고, 각 연산 별로 레이블 컬러와 곡선 등에 차별화를 둬 중후한 이미지를 풍기고 있다. 여기에 12년산에는 남작(Lord), 17년산에는 백작(Count) 그리고 21년산에는 공작(Duke) 등 각 연산별로 작위를 별칭으로 부여한 점도 이채롭다. 특히 킹덤 위스키의 경우 리처드 헤네시나 레미마틴 같은 코냑 병처럼 부드러운 곡선을 강조해 기존의 단조로운 스카치 위스키 병의 전형을 탈피했다. 이 밖에 셰리 오크통을 닮은 크리스탈 디캔터에 술을 담은 맥캘란 라리끄, 등도 보는 즐거움을 안겨준다.이렇게 수많은 위스키 브랜드가 디자인으로서 소비자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적은 투자비용으로도 막대한 효과를 산출할 수 있는 것이 바로 디자인의 힘이기 때문이다. 디자인으로 창조된 가치는 브랜드와 기업의 운명을 바꾸기도 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디자인 파워를 가진 브랜드들이 등장하여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장병선 하이트-진로그룹 하이스코트 상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