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 ‘알까기 골프’ 저자 윤선달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골프공 골프장갑 모자 마스크 팩 등 각종 골프용품들이 가득하다. 라운딩할 때마다 동반자 또는 캐디에게 줄 선물이다.어를 공부할 때 연관되는 단어를 계속 공부하다보면 실력이 금방 늘지요. 인맥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사람들을 서로 소개시켜 주는 ‘알까기’를 해보세요. 인맥이 훨씬 풍성해집니다.”‘알까기 골프’의 저자 윤선달(본명 윤복현) 삼성와이즈 대표의 인맥관리론이다. 윤선달은 대동강 물을 팔아먹은 김선달처럼 재치가 넘치고, 약방의 감초처럼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뜻으로 개그맨 전유성씨가 붙여준 이름이란다.윤 대표는 삼성화재에서 25년간 근무하면서 경리 인사 감사팀 등 내근직만 거쳤다. 경력만으로 봐서는 광범위한 인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그는 약 3000여명의 사람들과 꾸준히 교류를 하고 있다,그의 이런 광범위한 인맥은 천성적으로 타고난 것도 있지만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는 지금도 11개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대부분 회원이 수천 명에 달하는 큰 모임이다. 간사 경력도 짧은 것은 5년, 긴 것은 22년이나 된다. 그는 지금도 지인들과 모임을 갖고 나면 반드시 모임 후기를 쓴다. 술을 마시고 오더라도 꼭 잊지 않고 메모를 해서 다음 날 참석 대상자 모두에게 이메일로 소식을 알려준다. 그래야 참가하지 못한 사람도 마치 참가한 것 같은 느낌을 갖고 다음 모임에서 소외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삼성화재 부장 때였습니다. 모임이 너무 많다보니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습니다. 교통비 회비 경조사 비용 등이 월급쟁이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올라갔으니까요. 마침 주변에서도 이제 임원 달려면 대외활동을 줄이고 회사 일에 몰두해야 한다고 권유하더군요.”그러나 윤 대표는 고심 끝에 모임을 그만두는 대신 회사를 그만뒀다. 아예 종합금융 컨설팅 맨으로 독립한 것이다.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하면 병이 나잖아요. 그 때 제게 사람들과의 모임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달았습니다.” 독립 후 그의 모임 활동은 훨씬 활발해졌고 인맥도 더 풍성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윤 대표의 알까기 모임의 핵심 매개는 골프다. 윤 대표는 골프를 통해 지인들을 서로 맺어준다. 원칙은 서로 도움이 되도록 멤버를 구성하는 것이다. 그는 “인생에서 영원한 갑도 영원한 을도 없다”며 “만남을 통해 서로 무언가 얻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모임 유지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그가 지인들과의 골프 모임에 쏟는 정성도 극진하다. 항상 만나기 전에 분위기를 어떻게 만들까,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분위기 속에서 골프를 칠까 고민한다. 핵심은 본인이 잘 치는 것보다는 팀 분위기를 끌어올려서 모두가 더 나은 플레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이를 위해 그가 활용하는 것이 간단한 골프용품들이다. 그의 사무실 한켠에는 골프공 골프장갑 모자 마스크 팩 등 각종 골프용품들이 가득하다. 라운딩할 때마다 동반자 또는 캐디에게 줄 선물이다.“골프에서 적은 비용으로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는 게 시상식입니다. 그러나 참가상 등 명분 없는 상을 만들지는 않습니다. 안되면 우정상 등 뭔가 참가자들이 기분이 좋아질 수 있도록 상을 만들면 됩니다. 또 하나 캐디를 존중해야 분위기를 좋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골프는 4명이 아니라 5명이 치는 것이라는 게 제 생각입니다”그가 ‘알까기 골프’ 라는 책을 펴낸 것도 골프 모임에서 출발했다. 조크는 라운드의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윤 대표가 재밌는 얘기를 하나 둘 풀어놓으니 주변에서 아예 책을 쓰라는 요청이 빗발쳤다. 윤 대표는 이미 ‘알까기 일본어’라는 책을 쓴 경험이 있었다. 책으로 내는 건 그리 큰 문제가 안 됐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캐디들도 많은 도움을 줬다.알까기 골프의 한 내용. 어떤 청년이 예비 장인과 첫인사로 골프를 함께 쳤다. 청년의 스코어가 무척 좋자 예비 장인이 말했다. “젊은이 골프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일은 하지 않고 골프만 쳤나 보군.” 다급해진 청년이 재빨리 둘러댔다. “아닙니다. 어르신을 바로 쳐다보기 어려워 고개들 들지 못하고 쳤더니 그리 됐을 뿐입니다.”그에게 알까기란 어떤 상황과 연결된 조크가 나오고 그 조크가 또 꼬리를 무는 것이다. 책은 예상보다 큰 반응을 얻어 이미 7쇄까지 들어갔단다.윤 대표는 지난 2007년 600억 원어치의 펀드를 판매해 삼성증권 투자권유 대행인 중 1위를 했다. 2006과 2007년에는 삼성화재에서 퇴직보험금 유치 1위를 했다. 물론 윤 대표의 광범위한 인맥 덕분이다. 그렇다고 윤 대표가 영업을 위해 인맥을 활용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그는 “보람이 있기 때문에 그 일을 하는 것이지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내가 정성을 다하다 보면 내가 아는 사람들도 스스로 뭘 도와주면 될까를 생각하게 된다”고 말한다. “주는 즐거움, 베푸는 즐거움을 생활화하다 보면 남에게서 자연스럽게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의 인맥관리론의 핵심이기도 하다.그는 지금도 11개 모임의 간사를 맡고 있다. 대부분 회원이 수천 명에 달하는 큰 모임이다.글 김태완·사진 이승재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