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UBS자산운용 정준하 매니저
들어 코스닥 열풍이 뜨겁다. 만회는 하고 있지만 손실이 지속되고 있는 펀드에 실망한 투자자들이 펀드를 환매해 직접 시장에 뛰어들면서 코스닥 시장이 크게 오른 데 따른 것이다. 여기에 녹색성장주 등 정부 정책 테마주까지 발동이 걸리면서 ‘작은’ 종목들이 민감하게 반응한 것도 한몫 거들었다.그렇다면 열풍이 불었던 직접 투자가 펀드보다 수익률이 좋았을까. 물론 케이스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올 들어서만 70%가 넘는 수익을 내고 있는 주식형 펀드도 국내에 있다는 점이다. 펀드를 환매하고 직접 주식 투자에 나서 코스닥 종목을 산 투자자도 이 같은 수익을 낸 경우는 극히 드물 것이다.하나UBS자산운용의 ‘코스닥주식E-1’ ‘새천년코스닥S-1’ ‘새천년코스닥S-2’ 펀드들이 그 주인공이다. 1999년 12월에 차례로 설정된 이 펀드들의 연초 이후 5월17일 기준 수익률은 모두 7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코스닥주식E-1’은 수익률이 무려 75%가 넘는다.같은 기간 설정 잔액 10억 원 이상의 705개 국내 주식형펀드의 평균 수익률(23%)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상승률이 높았다는 코스닥지수 상승폭(63%)보다 월등히 높은 수익률이다.이에 따라 ‘코스닥주식E-1’의 경우 1년 수익률만 -4.85%로 손실을 유지하고 있으며, 2년 수익률(30%)과 3년 수익률(137%)도 시장 대비 월등히 높아 졌다.이같이 높은 수익률을 내고 있는 펀드들을 모두 같은 자산운용사의 한 매니저가 운용하고 있다. 인기 TV쇼인 ‘무한도전’에 출연중인 한 개그맨과 이름이 같은 정준하 매니저(39·사진)다. 정 매니저는 이 펀드들의 높은 성과 뒤에는 작년 말 짰던 포트폴리오 전략이 주효했다고 입을 열었다. 정 매니저는 “작년 9월 세계적인 투자은행이었던 리먼 브러더스가 뉴욕 지방법원에 파산 보호 신청을 한 리먼브러더스 사태를 계기로 증시가 한동안 침체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었다”며 “이에 따라 보유 종목을 정부 정책의 수혜를 많이 받는 종목들 위주로 조정을 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리먼 브러더스의 파산 보호 신청은 2000년 ‘IT(정보기술)버블’ 이후 8년간 세계적인 저금리 현상과 중국의 낮은 물가의 덕으로 살아온 유동성 랠리의 끝을 의미한다고 봤다는 설명이다. 한 은행의 파산으로 간단히 끝날 것이 아니었다는 얘기다.그는 “이렇게 되면 증시는 폭락하겠지만, 펀드는 자금이 있기 때문에 어쨌든 지속적으로 운용을 해 나가야 한다”며 “금융위기로 실물 경제까지 타격이 오면 각 정부는 경기 부양책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고, 이런 상황에서는 정부 정책 수혜주들이 가장 방어력이 좋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이런 판단에 포트폴리오를 조정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이들 펀드가 보유한 종목에서 풍력 태양광 자전거 등 녹색 성장주의 비율이 높아졌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올 초 증시가 조금씩 살아났고 녹색 성장주들은 코스닥 바람을 일으킨 중심축으로 떠오르면서 주가가 급등해 자연스럽게 수익률이 다른 펀드보다 월등히 앞서는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이 펀드의 운용 방식처럼 정 매니저의 투자 철학은 시장 전체를 보는 데서 시작한다. 중소형주 위주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지만, 정보 매매나 매출 증가 등 단기적인 실적만으로 투자 기업을 정하지는 않는다는 얘기다.산업이 앞으로 어떻게 재편되고 나아갈 것인지 살핀 다음 해당 산업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종목을 편입하는 방식이다. 1990년 대 말 휴대폰이 나오자 한국이동통신(지금의 SK텔레콤) 주식 등에 1억 원가량을 투자해 156억 원을 만든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방식과 유사하다.정 매니저는 “정보에 따라 주가가 급등락이 심한 중소형주 특성상 정보를 듣게 되면 정보의 한 가운데 있는 펀드 매니저라도 뇌동매매에 빠지기 쉽다”며 “때문에 정보는 아예 듣지도 않고 유망 산업을 먼저 파악하고 그 산업에서 시장 지배력이 높은 기업에 탐방을 통해 분석한 뒤 투자하는 게 철칙”이라고 강조했다. 이렇다 보니 중소형주 특성상 많을 땐 일주일에 5~6개 기업의 탐방을 다녀오기도 한단다.대신 정 매니저는 자신이 틀렸거나 시장에 돌발 변수가 등장해 의미가 없어진 종목을 정리할 때는 일거에 보유주식을 정리하는 방식을 사용한다고 전했다. 작년 하반기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자 투자 종목들 가운데 키코(KIKO·통화옵션상품)에 가입한 회사들이 속출한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그는 “키코 사태가 불거지자마자 회사 이익에 비해 크지 않은 손실이거나 합리적인 경영 과정의 일환이라고 본 회사를 제외하고 보유한 주식을 모두 정리했다”고 말했다.정 매니저는 “주식을 정리할 땐 매입 가격은 생각하지 않았다”며 “기업 탐방 시 키코라는 상품에 대해서 일절 들어보지도 못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자에 가장 중요한 신뢰성에 문제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고 설명했다.정 매니저는 경제학을 전공하고 교수 추천으로 1994년에 대한투자신탁에 입사하며 증권업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99년 말 사내 운용전문인력 시험에 합격한 뒤부터 매니저 생활을 하고 있는 정 매니저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자신이 잘 아는 종목에 투자를 집중할 것”을 당부했다.그는 “자신이 관심이 있는 분야엔 자신이 전문가”라며 “개인 투자자들은 매니저와 같이 전문 운용인력처럼 기업 탐방과 자료 등에 뒤쳐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신이 제일 잘 알고 관심이 많은 분야를 한정해 시장 흐름을 읽고 투자해야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록밴드 활동도 했고, 영화감독이 꿈이었다는 그도 그러한 이유로 자신의 펀드 내에 CJCGV와 미디어플렉스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하나 USB자산운용 정준하 매니저글 김재후 한국경제신문 기자·사진 이승재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