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월세 연체와 상가 임대차 해지

상가건물을 둘러싼 임대인과 임차인의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월세 연체로 인한 소송이 적지 않은데, 최근 의미 있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할 경우 임대인이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을 알아봤다.



상가 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3회 이상 월세를 연체하지 않으면 임차인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지 못하나, 갱신된 경우에도 갱신 시점을 전후에 월세를 2회 이상 연체했다면 임대인은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는 첫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A씨는 2008년 12월 자신의 상가를 B씨에게 보증금 1000만 원과 월세 80만 원을 받고 임대했다. A씨는 계약 기간이 2010년 12월로 만료됐다며 건물을 돌려달라고 소송을 내면서, B씨가 임대차 계약이 2010년 12월 갱신됐다고 항변하자, B씨가 2010년 11월, 2011년 1월분의 차임(借賃)을 연체했기 때문에 임대차 계약을 해지한다고 주장했다. 과연 A씨의 주장대로 B씨와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을까.

핵심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먼저인가 민법이 먼저인가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은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해 민법에 대한 특례를 규정해 국민 경제생활의 안정을 보장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으므로, 상가건물 임대차에 관해 법이 규정하고 있는 사항에 대해서는 민법의 적용이 배제된다.

그런데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10조 제1항 제1호는 임대인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이 만료되기 6개월 전부터 1개월 전까지 사이에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거절하지 못하나, 임차인이 3회 이상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민법 제640조는, 건물 기타 공작물의 임대차에는 임차인의 차임 연체가 2회 이상일 경우 임대인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연체 차임이 2회분일 경우, 임차인이 갱신을 요구하면 임대인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해 갱신을 거절할 수 없는 것인가. 아니면 민법에 따라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것인가.

하루라도 빨리 임차인에게 명도를 청구하고 싶은 임대인들에게는 월세를 2회만 밀리면 바로 명도를 청구할 수 있는지, 3회 연체 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해 판례는 다음과 같은 논리로 2회만 연체되면 해지권을 인정하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규정의 취지는 상가건물의 임차인에게 계약 갱신 요구권을 부여해 권리금이나 시설투자 비용을 회수할 수 있도록 임차권의 존속을 보장하되, 임차인이 종전 임대차의 존속 중에 3회 이상 차임을 연체한 사실이 있는 경우에는 당사자 사이의 신뢰를 기초로 하는 임대차 계약 관계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본다. 따라서 임대인이 임차인의 계약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그러한 경우에까지 임차인의 일방적 의사에 의해 계약 관계가 연장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러한 대법원 판결은 차임 연체로 인한 해지에 대해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이 특별법이 될 수 없음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다. 특히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의하면 이 법의 규정을 위반한 약정으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으나, 차임 연체로 인한 해지에 대해서는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규정돼 있지 않으므로 임차인에게 불리하다고 해도 효력이 있다는 점에서 임대인 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판결이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차임 연체는 통산 2회 이상
임대차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 차임의 연체가 연속돼야 하는 것은 아니며, 통산 2회분이면 족하다. 그리고 해지하겠다고 미리 통지할 필요도 없다. 다만, 건물 등의 양도로 임대인이 교체된 경우, 새로운 임대인은 연체 차임 채권을 양수받지 않은 이상 임대차 계약 승계 이후의 연체 차임액이 2회분 이상인 경우에만 비로소 임차인과의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음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

한편, 임대인이 바뀌지 않고도 임대차 계약이 임차인의 갱신 요구에 따라 갱신될 경우에도 임대인이 계약을 해지하기 위해서는 갱신 이후의 연체 차임액이 2회분 이상이어야 하는지 문제될 수 있다.

대법원은 상가건물의 임차인이 갱신 전부터 차임을 연체하기 시작해 갱신 후에 차임 연체액이 2회분에 이른 경우에도 임대인은 갱신된 임대차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성실하게 차임 지급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임차인을 보호하는 것은 임대인 보호와의 형평에 어긋난다는 점에서 이 판결은 타당하다고 할 수 있다.



현재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대상이 되는 상가건물은 임대보증금을 기준으로 지역에 따라 제한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상가 임대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현행법의 비현실적인 적용 범위와 조항 등으로 사회 곳곳에서 고통받는 임차 상인들이 계속 양산되고 있으므로, 영세한 소액 임차인에 대한 보호를 보다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으며, 실제로 국회에서도 관련 법률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상태다.

차임 연체로 인한 해지권에 대해서도 대법원 판결을 계기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새로운 규정을 추가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대법원 판결은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해당 규정이 없기 때문에 민법의 규정이 적용된다는 취지이므로,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에 해당 규정이 신설될 경우 민법의 해당 규정이 배제될 수 있다.

임대차 관계에서 차임 연체로 인한 법적 분쟁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임대인의 보호는 민법에 따른 해지나 차임 청구 등에 그치고 있다. 반면에 임차인의 보호를 위해 주택 임대차보호법이나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등에서는 대항력, 최우선 변제권, 임차권 등기 명령, 계약 갱신 요구 등 보호 절차를 마련해 놓고 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의 개정이 이루어지더라도 차임 연체와 관련해서는 임대인 보호와의 형평을 고려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채희장 미래에셋생명 법무팀 변호사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