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RE THAN BRAND] “성장보다 ‘바른 방식’이 먼저, 기업의 새 역사 쓰겠다”

조용노 파타고니아코리아 대표의 실험 혹은 도전

시각에 따라 누군가에는 무모한 도전으로 보일 수도 있고 또 누군가에는 혁신적인 실험으로 보일 수도 있다.

어찌됐건 맥락은 같다. 기존의 것을 답습하지 않는다는 사실. 제품을 사지 말라고 광고하면서 연 50%의 성장을 이뤄 낸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가 국내에 상륙, 본격적인 행보를 시작했다. 스포츠 업계에서 오래 몸담은 경험으로 파타고니아의 성공 가능성을 알아본 조용노 파타고니아코리아 대표가 그 중심에 있다.


조용노 대표는… 한국외국어대 졸업, 고려대 경영대학원 졸업. 1990~1995년 코오롱스포츠 해외사업부를 거쳐 2000년까지 스프리스 마케팅을 총괄했으며, 이후 TAF(The Athlete’s Foot) 코리아 한국 지사장, 글로벌스포츠(뉴발란스코리아)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09년부터 패션 브랜드 유통업체인 네오미오의 대표를 맡고 있으며, 지난해 말부터 파타고니아코리아 대표를 겸하고 있다.

“우리는 최고의 상품을 만들되 그로 인한 환경 피해를 유발시키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사업을 이용한다.”

설립 40여 년이 된 미국의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의 기업 사명이다. 실천이 담보되지 않는 사명쯤이야 아무려면 어떠냐고 누군가 반문할 수도 있겠으나, 그럼 이건 어떤가. 자신들이 만든 제품 사진에 ‘이 재킷을 사지 마라(Don’t buy this jacket)!’라고 써놓고 버젓이 광고하는 기업. 새 제품을 사기보다 오래 입고 수선해 입고 재활용할 것을 권하며 적극 후원하는 기업. 수익과 성장만큼이나 사회적 가치의 실현이 중요한 기업. 이 모든 것을 아울러 기존의 관점대로라면 기업일 수 없는 ‘이상한 기업’이 바로 파타고니아다. 흥미로운 사실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연 50%의 성장을 이뤄냈다는 점.

1973년, 이본 쉬나드가 론칭한 친환경 아웃도어 브랜드 파타고니아는 설립 초기 아웃도어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었다. 그러나 이처럼 착하고 건강하고 미래지향적인 가치관과 기업 정신으로 세계 3대 아웃도어 브랜드 반열에까지 올라섰다. 물론 좋은 가치가 전부는 결코 아니었으니 ‘덜 사되 좋은 걸 사자(Buy less, buy better)’는 파타고니아의 슬로건 안에 정답이 있다.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도록 하되 더 좋은 제품을 구매해 오래오래 지속적으로, 다기능 용도로 활용케 하는 것. 그것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해 파타고니아는 최상의 품질과 기능을 자사 제품의 목표로 삼았고 브랜드력을 만들어 냈으며 충성고객의 영역을 확장해 갔다.


불필요한 소비를 요구하지 않는 기업
지난해 말 설립된 파타고니아코리아는 이러한 파타고니아의 행보를 잇고 있다. 잔스포츠, 버켄스탁 등 글로벌 브랜드 10여 개를 국내 유통 중인 네오미오와 파타고니아 본사의 조인트벤처 형태인 파타고니아코리아는 파타고니아가 지향하는 브랜드 가치를 공유하면서도 국내 환경에 맞는 브랜드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높여 나간다는 계획. 이미 포화상태를 넘어 꺾이기 시작한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서, 그것도 친환경이라는 가치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에서 무모한 도전쯤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태반이지만 브랜드에 대한 조용노 대표의 믿음과 가능성에 대한 직관은 확고하다.

사실 파타고니아코리아가 가능했던 건 8할이 조 대표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네오미오의 대표를 맡고 있는 그는 코오롱스포츠를 시작으로 미국의 스포츠용품 전문 유통회사인 TAF코리아 지사장, 뉴발란스를 국내에 안착시킨 글로벌스포츠(뉴발란스코리아) 대표를 지내는 등 명실상부 스포츠 업계의 산증인이다.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조 대표가 선택한 브랜드라는 점에서 파타고니아코리아의 성공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이를 뒷받침하듯 브랜드 가치를 알아본 충성고객들이 늘고 있고, 외형적, 내적 성장에 시동을 걸고 있다.


파타고니아코리아 설립 배경이 궁금합니다.
“2011년 3월에 일본 도쿄에 갔습니다. 하라주쿠에서 시부야로 가는 길에 오래된 파타고니아 매장이 있었어요. 그 이전에도 그곳을 지나갔고 그땐 그냥 지나쳤는데 어쩐 일인지 당시엔 들어가 보고 싶더군요. 이미 알고 있던 브랜드였지만 그날따라 더 좋았어요. 이 브랜드를 한번 해 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했고 한국에 돌아와 본격적으로 알아봤죠. 잔스포츠 설립자인 지인이 소개해 줘 그해 8월, 지금은 은퇴한 파타고니아 전 최고경영자(CEO)를 만나 한국 시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레 시작하게 된 겁니다.”



파타고니아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을 갖고 있었던 거군요.
“그때도 이미 국내에 파타고니아가 브랜드 파트너 형태로 들어와 있었는데 잘 알려지지 않은 상태였어요. 본사 측에서도 한국 아웃도어 시장이 크다는 것만 알고 있지 다른 정보는 다 차단된 상태였죠. 이런 저런 이유로 새로운 포맷을 찾고 있었더군요. 파타고니아가 조인트벤처 형식으로 진출한 건 우리가 처음이에요. 다른 나라에는 직진출 또는 파트너 형태로 들어가 있지요. 조인트벤처를 제안한 건 접니다. 물론 이익은 절반으로 줄지만 본사와 힘을 합쳐 장기적으로 브랜드를 키워 나가는 게 좋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우리와 협상이 진행되던 중에 국내 대기업 여섯 군데가 제안을 했는데 결국 우리 손을 들어준 것도 조인트벤처 형태가 주효했죠.”


최근 사업설명회를 여는 등 본격적인 행보를 하고 있습니다만, 그래도 국내 상황을 감안하면 더딘 속도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한국은 모든 사업의 속도가 빠르니 그에 비하면 늦다고 볼 수도 있지만 미국 파타고니아가 사업과 유통을 전개하는 방식에 비하면 엄청나게 빠른 속돕니다. 미국에는 파트너 매장까지 100여 개 매장이 있지만 1973년 이후 40여 년간 이뤄낸 것이고, 일본 역시 20여 년간 매장 21개를 냈어요. 반면 우리는 9개월 동안 13개의 매장을 오픈해 운영 중이에요. 국내 환경을 감안하면서 파타고니아의 속도에 맞춰서 가고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연말까지 30개, 2015년까지 50개, 2016년에는 100개의 유통망을 갖춰 시장에서 영향력과 장악력을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밝혔습니다. 전략이 있습니까.
“우선 국내 아웃도어 시장에 대한 설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제가 코오롱스포츠에서 일하던 1990년대, 아웃도어 전체 시장규모가 1000억 원이 안 됐어요. 그러던 것이 2000년대 이후 5000억이 됐고, 현재는 7조 시장입니다. 14년 동안 14배나 성장한 건데 이 속도는 전 세계를 통틀어 전무후무한 일이죠. 좀 더 들어가면 아웃도어 중에서도 고어텍스 시장은 우리나라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문제는 집중력이 좋고 단기 성장과 성과는 빨리 이루는데 그만큼 빨리 내려간다는 점입니다. 우리의 정책은 성장을 위한 성장이 아닙니다. 쉬나드 회장 또한 환경을 파괴하는 성장 위주의 정책과 성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CEO가 물러나는 메커니즘을 문제로 지적하면서, 성장 드라이브 일변도였던 미국은 ‘이제 끝났다’고 표현했어요. 우리의 전략은 시장이 수요하는 만큼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수요를 만들어 내는 건 우리의 몫이지요. 소비를 위한 소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교육하고 앞장서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매장 100개를 구축하면 더 이상 확대하지 않겠다는 방침도 그 맥락인가요.
“그렇죠. 무한정 확대 정책을 쓰지 않겠다는 거죠. 무한정이 되면 목표가 과하고 마케팅이 과하고 결국 소비자에게 과한 요구를 할 수밖에 없어요. 파타고니아는 그런 회사가 아닙니다. ‘불필요하게 우리 재킷 사지 말라’고 하고, 대를 물려 사용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홍보 영상으로 만들어 자랑하는 기업이에요. ‘새로 살 거면 입던 걸 반납해라, 우리가 팔아 줄게’ 그러는 회삽니다. 근본이 다르지요.”



옳은 방식으로 좋은 일을 넓혀 간다
이처럼 파타고니아코리아는 본사와 본질적으로 같은 길을 가고 있지만, 그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다른 면도 분명 있다. 매출의 최소 1%를 환경보호를 위한 단체들에 기부하는 등 미국 본사가 전면에 환경을 내세운다면 파타고니아코리아는 그보다 라이프스타일에 초점을 맞추면서 그 안에서 자연스레 친환경이 실천되도록 하는 식이다. 구체적 액션은 다를지 몰라도 ‘옳은 방식으로 좋은 일을 넓혀간다’는 근본은 같은 셈.


국내 환경에서도 파타고니아의 방식이 통할까요.
“물론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지난 몇 달간 ‘파타고니아 방식이 통할까’라는 질문이 내부에서도 많이 있었어요. 100명 중 99명은 어려울 것이라고 이야기했죠. 그런데 우리는 ‘통한다, 다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그래서 새로운 마케팅을 할 겁니다. ‘리브 심플리(Live Simply)’ 캠페인인데 파타고니아 방식을 한국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지요. 우리는 아직 ‘환경’이라는 메시지에 대해 자각이 덜하기 때문에, 환경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현실적인 메시지로 다가설 계획입니다. 물론 환경단체와 진행 중인 얘기도 있습니다만, 환경 자체만 갖고 하기엔 시간도 오래 걸리고 어려움이 많을 수밖에 없어요.”


앞서 국내 아웃도어 시장규모를 언급했습니다만, 현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년 대비 매출이 처음으로 떨어지기 시작했는데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봅니다. 상위 몇 개 브랜드는 올해, 그리고 내년 얼마만큼 덜 떨어지느냐가 관건인 듯해요. 우리나라 인구가 5000만인데 7조를 5000만으로 나눠도 1인당 수치가 너무 높아요. 고기능이 필요 없는 사람들에게도 ‘이게 아니면 안 된다’라는 식의 생각이 퍼져 있으니 당분간은 조정을 거치겠죠. 그런데 트레일 러닝, 캠핑, 아동 등 스포츠웨어 개념의 라이프스타일 아웃도어는 더 분야가 넓어질 것이고 시장도 커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파타고니아 역시 아웃도어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제품 매출 중 전문 기능성보다 스포츠웨어로 불리는 라이프스타일 제품이 더 많아요. 미국 본사에서도 그런 제품이 훨씬 더 많이 팔리고 있고요.”


아웃도어 제품이 고가라는 점에서도 비판을 받곤 했습니다. 파타고니아 제품도 가격이 싸진 않던데요.
“싸지는 않지만 원가에 비하면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면제품을 예로 들면 우리는 100% 유기농 면을 씁니다. 어떤 제품에 ‘유기농’이라고 돼 있더라도 많아야 50%에 불과해요. 만일 유기농을 자처하고 있다면 몇 %인지를 따져봐야 하지요. 신체에 무해한 100% 유기농 면을 생산하기 위한 단가가 높을 수밖에 없어 제품 가격이 싸지 않은 거죠. 그런데 원가 대비 이익률을 따지면 파타고니아가 제일 낮아요.”


착한 브랜드를 좋아하시는 군요.
“착한 브랜드는 생각과 행동이 일치하면서도 진정성이 있는 브랜드라고 생각하는데, 그게 저하고도 잘 맞는 것 같아요. 제 개인적인 목표가 존경받는 경영자입니다. 일하는 동안은 물론이고 죽은 뒤에도 저를 ‘배울 만한 사람’으로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죠. 물론 돈도 벌고 싶지요. 바르게 노력한 것만큼 벌고 싶지만 그게 궁극의 목표는 아닙니다. 경영을 잘하면 이익은 따라오고, 그 혜택은 우리 직원들을 비롯해 관계자들이 함께 누린다고 생각해요.”



파타고니아코리아의 궁극적 목표가 있다면 무엇입니까.
“파타고니아가 추구하는 방식, 철학, 이념에 가장 가깝게 하되 미국적인 방식이 아닌 우리만의 방식으로 하면서 바른 방식으로 해도 기업이 성공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습니다. 사회에도 기여하고 환경에도 기여하고 기업이 해야 하는 의무와 책임을 다하면서도 돈을 버는 기업으로 본보기가 되고 싶은 거지요. 파타고니아코리아 먼저 그렇게 하고 네오미오도 그런 방식으로 가고 싶어요.”


인터뷰가 끝나고 촬영을 위해 들른 인근의 잠실점 매장은 다른 파타고니아 매장들과 전혀 공통점이 없었다. 매장 콘셉트에서부터 인테리어까지 하나의 스타일로 통일한 여느 브랜드와는 달랐다. 이유인즉 가능한 재료를 재활용하고, 점주의 취향과 기호를 적극 반영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몇 년마다 한 번씩 의무적으로 해야 하는 불필요한 리뉴얼은 파타고니아코리아에서는 생각할 수도 없는 일. 하나부터 열까지 뭔가 달라 보이는, 이 신선한 ‘실험’과 ‘도전’은 많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었다.


박진영 기자 bluepjy@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장소 협조 파타고니아 잠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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