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NE STORY] 미국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의 제왕 CAYMUS vineyards

케이머스(Caymus)는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생일 와인으로 선정되면서 유명세를 탔던 와이너리다. 1972년 와인을 생산한 이래 카버네 쇼비뇽의 제왕이라는 호칭을 얻은 케이머스 와이너리의 역사와 철학을 들었다.


와이너리 설립 초기 척 와그너와 아버지 찰리 와그너.

오늘날 카버네 소비뇽의 제왕으로 불리는 케이머스 빈야드(Caymus vineyards)의 양조 역사는 프랑스 알자스 출신의 이주민인 와그너가(家)에 의해 시작됐다. 와그너가는 1906년 나파 밸리 러더퍼드(Rutherford)에서 농사를 시작했다. 1940년대 후반 주변 양조장에 포도를 납품하던 와그너가는 1972년 와인 양조에 특출한 재능과 신념을 지녔던 찰리 와그너(Charlie Wagner)에 의해 정식 와이너리를 설립했다.


3대에 걸쳐 이어온 가족경영 와이너리
당시 와그너가는 포도뿐 아니라 호두와 자두 농사도 겸하고 있었는데 그들이 만든 포도 품질이 특히 월등해 잉글누크(Inglenook) 등 유명 와이너리에 납품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찰리는 단순히 농사를 짓고 포도를 납품하는 것보다 대대손손 가족의 유산을 계승할 수 있는 와그너가의 와이너리를 만드는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더 나은 삶을 가져다줄 것이라 예견했다.



1971년 결단을 내린 찰리와 그의 아내 로나 벨 글로스(Lorna Belle Glos)는 당시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아들 척 와그너(Chuck Wagner)에게 와이너리 사업에 함께 뛰어들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만약 척이 그 제안을 거절한다면 자신들의 부지를 팔고 호주로 이주할 심산이었다. 그는 곧 운명 같은 제안을 받아들였고 와그너 가족은 다른 농사를 접고 새로운 와인사업에 모든 것을 올인하게 된다.

1972년 와그너가 마침내 그들의 첫 와이너리, 케이머스 빈야드를 설립했다. 와이너리 이름은 정부가 나파밸리의 첫 유럽계 미국인 망명자 ‘조지 욘트(George Yount)’에게 불하한 부지 이름 ‘랜초 케이머스(Rancho Caymus)’에서 착안했다.

러더퍼드에서 태어나고 성장한 와그너 부자는 당시 나파밸리 카버네 소비뇽 전문가로 유명하던 던 빈야드(Dunn Vineyard)의 랜디 던(Randy Dunn)에게서 양조 기술을 전수받고 1974년 첫 빈티지를 출시했다.

현재 1세대 찰리와 로나 벨 글로스 와그너 부부는 고인이 됐으며 척과 그의 두 아들 찰리(할아버지 이름과 동일)와 조셉(Joseph), 딸 제니(Jenny)가 100% 와그너가 소유의 와이너리를 함께 이끌고 있다.


다양한 테루아에서 재배한 포도 블렌딩
케이머스의 양조 철학은 실로 정직하면서도 혁신적이다. 와그너가는 자신을 와인 양조가 이전에 농부라고 말한다. 포도밭 재배에 정직하게 땀과 시간을 쏟는 것이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케이머스에는 여느 나파밸리 와이너리와 다른 혁신적인 양조 철학이 있는데 첫째로는 다양한 테루아의 블렌딩, 둘째로는 포도나무의 수령 관리다.

케이머스 빈야드의 대표 와인 ‘스페셜 셀렉션(Special Selection)’과 ‘나파밸리(Napa Valley)’ 카버네 소비뇽은 모두 16개의 나파밸리 세부지역 중 8개의 세부지역에서 자란 포도를 블렌딩해 만든다. 산악지역에서 자란 포도는 더 높은 타닌과 산도를 가지고 있지만 와인을 유연하게 만들지 못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약 75%의 포도는 계곡 평지 쪽 포도밭에서 조달하고, 약 25%는 경사가 높은 산악지역에서 조달한다. 척은 하나의 세부지역이나 싱글 빈야드에서 가지고 있는 하나의 캐릭터가 완벽하다고 평할 수 있는 품질을 부여한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오히려, 여러 세부지역의 블렌딩을 통해 더욱 복합미가 뛰어난 와인이 나온다고 믿는다.

또한 케이머스는 15년 주기로 포도나무를 재식해 질병 없고 건강한 포도를 생산한다. 케이머스의 오너 척 은 여러 실험을 통해 포도나무가 무조건 오래된다고 더 좋은 품질의 포도를 생산하는 것이 아니며 오히려 결함 있는 포도를 만들 수 있다고 확신한다.

그는 또한 캘리포니아 와인이 더 이상 구세계 와인을 벤치마킹할 필요 없이 자신만의 품질 기준을 정립했다고 자신한다. 그가 생각하는 나파밸리 최고의 카버네 소비뇽 와인은 과실미의 집중력와 응축력, 풍만하면서도 유연한 타닌, 그리고 종합적인 밸런스를 갖춘 와인이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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