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외국계 펀드 눈독…입지·효율성 관건

부동산 시장의 블루오션, 물류센터

외국계 펀드들이 국내 물류센터 매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국내에는 아직 낯설지만 물류센터는 연 7~8%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부동산 시장의 블루오션이다. 새로운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는 국내 물류센터 시장의 현재를 취재했다.


e커머스 시장 확대, 수출입 물동량 증가 등으로 물류센터 수요가 늘고 있다.

올 초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국부펀드 싱가포르투자청(GIC)은 국내 부동산 펀드를 통해 경기도 이천 덕평리에 신축 중인 덕평 물류센터를 1500억 원대에 선매입했다. 앞서 GIC는 2010년 글로벌 물류회사 프로로지스의 6개 물류센터를 일괄 매입한 데 이어 2012년에는 남양주 화도 물류센터를 사들였다. 최근에도 GIC는 경기도 광주와 이천의 물류센터를 연달아 매입했다.

GIC와 함께 싱가포르 양대 국부펀드인 테마섹도 국내 물류센터 매집에 적극적이다. 테마섹은 부동산 투자 전문 자회사인 메이플트리(Mapletree)를 통해 국내 물류센터를 사들이고 있다. 최근까지 메이플트리가 투자한 물류센터는 이천의 오크라인서인천을 비롯해 경기도 안성의 현대종합물류와 중부제일냉동 등 모두 8개, 투자 규모는 4000억 원에 달한다.

윤원섭 쿠시먼앤웨이크필드 상무는 “GIC와 테마섹이 국내 물류센터 투자에 적극적인 이유는 연 7~8% 내외의 고수익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부동산 투자 업계도 하루 빨리 물류센터 투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오피스 시장 투자 과열·e커머스
시장 확대 등으로 수요 급증
물류센터는 최근 급격히 증가하는 e커머스(e-commerce) 시장과 아웃도어 의류 및 용품 시장의 확대, 수입 자동차 증가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이후 활발한 수출입 물동량의 증가 등으로 새로운 부동산 투자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e커머스의 선두 주자인 아마존이 미국 전역에 걸쳐 대대적으로 물류센터 확장에 투자하고 있어서 최근 신규로 개발되는 상업용 부동산의 상당 부분이 물류센터에 집중되고 있다.

투자용 부동산은 전통적으로 주거용 부동산, 상업용 부동산 등으로 분류된다. 그간 국내외 부동산 기관투자가들은 상업용 부동산 중에서 가장 안정적이고 시장규모가 큰 대형 오피스 시장에 중점적으로 투자해 왔다. 그러다 기관들의 오피스 투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국계 투자자들은 이익을 실현하고 이 틈새를 국내 기관투자가들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외 투자자들이 산업용 부동산 중 물류센터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선 것은 2004년부터다. 국내 기관들도 투자에 가세했는데, 삼성생명이 2004년 앞장서 다수의 물류센터를 매입했다. 2005년부터는 외국계 물류센터 전문 투자자들이 국내 시장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물류센터는 연 10%대의 장기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 주는 상품이었다. 그러나 이후 화재 등 돌발사고와 개발의 어려움,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한 수익 저하로 1세대 투자자들은 한국 시장을 떠났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부실한 건축물 구조에 따른 위험성으로 한때 하향세를 걷기도 했으나, 최근 물류센터에 대한 관심이 다시 살아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오피스 시장의 투자 과열이 자리하고 있다. 과열 경쟁은 수익률 하락으로 이어졌고, 그 대안으로 물류센터가 부상한 것이다.

물류산업 선진화에 따른 대형 신축 물류센터의 증가와 안정적 물류 수요의 증가로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오피스 투자 상품을 대체할 수 있는 상품으로 외국계 투자자는 물론 국내 기관투자가들의 구애도 늘고 있다.

군인공제회의 오산 물류센터 매입을 필두로 소방공제회가 화도 물류센터를, 엠플러스자산운용은 로지스밸리를 인수했다. 이 밖에도 KTB자산운용과 하나다올자산운용이 각각 안성 홈플러스 신선센터와 안성 홈플러스 공산품센터 등에 투자했다.

외국계 기관들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앞서 언급한 싱가포르 테마섹의 물류 전문 자회사인 메이플트리는 국내 물류센터 9개를 보유하고 있으며, GIC는 10개의 물류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독일계인 도이치자산운용과 알파인베스트먼트 등도 물류센터 투자에 적극적이다.

기대수익률은 예전보다 못하지만 다른 투자 상품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7~8%를 보이고 있다. 저금리에 따른 레버리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고, 오피스 대비 여전히 매력적인 수익률과 장기 안정적인 임대차 계약이 장점이다.


수도권 현대식 물류센터 선호
대부분의 투자 대상 물류센터는 대부분 장기 임대가 용이한 수도권에 위치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현대식 시설로 화재 등의 위험을 줄이고 신용도 높은 우량 임차인을 확보한 2만~3만㎡, 상온 신축 물류센터를 선호한다.

이런 곳은 수익률이 8~9%에 이르기도 한다. GIC가 약 1500억 원에 선매입한 덕평 물류센터의 연간 임대료는 12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고, 약 855억 원을 투자한 화도 물류센터의 연간 임대료는 78억 원에 달한다.

최근에는 부지를 매입해 직접 개발하거나 상온 물류센터 이외에 냉동냉장 물류센터까지도 투자 범위를 넓히고 있다. 이처럼 물류센터에 대한 투자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우수한 임차인을 사전에 확보한 물류센터를 준공 이전에 선매입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다만, 물류센터 투자는 지역별, 건축 형태별 선호도가 뚜렷이 구별되는 만큼 입지 선정과 효율적인 물류센터 디자인, 그리고 안전 설비 확보가 향후 가치를 결정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신규섭 기자 wawoo@hankyung.com│사진 한국경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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