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ALTH] 입시공화국의 아이들 건강 챙기기


직장생활을 하는 엄마 대신 외할머니 손에 자라던 아이는 밥 안 먹고, 늘 배 아프고, 감기를 달고 사는 전형적인 허약아의 모습으로 초등학교 4학년 때 처음 진료를 시작했다. 그때부터 매년 방학이 되면 주기적으로 내게 진료를 받으며 아주 작고 허약한 아이에서 점점 건강하고 멋있는 소년으로 성장해 내게 한의사로서의 보람을 선물했다. 작년 겨울방학에는 몰라보게 키가 자라고, 고등학생이 되기 전 열심히 공부할 거라면서 중학생 때는 볼 수 없었던 진지한 모습으로 학습 상담까지 하고 갔었다. 그러던 아이가 5월 어느 날 몇 달 전보다 너무나도 수척해진 모습으로 진료실에 들어섰다. 고등학교에 입학해 3개월을 보내면서 심한 스트레스로 체중은 5kg 이상 줄었고, 소화제를 먹어도 좋아지지 않는 만성적인 소화 장애와 변비, 설사를 반복하는 과민성 대장 증세, 심한 두통 등으로 학교생활이 힘든 상황이었다. 자녀를 둔 대한민국 대부분의 가정은 학년에 상관없이 가장 큰 관심사가 공부가 돼 버린 입시공화국에서 살고 있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이들이 아파하고 있다. 그중 아이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복통과 두통이다.

복통은 크게 과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의 과다 섭취 등으로 생긴 소화불량, 불규칙한 식사 시간, 스트레스로 인한 위산과다로 유발된 만성 위염, 위장 운동 장애나 복부 근육 긴장으로 가스가 많이 차고 복부 팽만감, 복통을 동반하는 물리적 소화 장애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소화불량은 음식물을 소화시키기 위해 많은 양의 혈액이 뇌 대신 위와 장에 운반돼야 하므로 두통이나 어지러움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한창 집중해 공부해야 할 학생들에게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 중 하나다. 이때 탄산음료를 습관적으로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탄산가스로 소화가 되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뿐이니 과식이나 인스턴트 음식을 피하는 게 좋다. 매실은 소화효소의 분비를 촉진하는 유기산이 풍부해 소화불량을 개선하기 때문에 매실액을 챙겨서 먹이기를 권한다.

위장 근육의 긴장으로 인해 가스가 많이 차고, 배꼽 주위의 복통, 변비와 설사 등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찬 음료나 과일 대신 따뜻한 생강차나 계피차로 속을 따뜻하게 데워 주어야 하고, 자기 전에 온찜질을 해 주거나 따뜻한 엄마 손으로 복부 마사지를 해 주면 많은 도움이 된다.

두통은 학생들이 많이 호소하는 증상이다. 무작정 진통제에 의존하기보다는 원인을 알고 치료해야 한다. 두통은 부위별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마 쪽의 앞머리가 아픈 것은 대부분 소화 장애가 원인이므로 진통제보다는 소화를 개선시키는 치료를 받아야 하고, 옆머리가 찌르듯이 아프면 긴장감으로 인한 혈관 수축이나 근육 긴장이 원인인 경우가 많으므로 긴장을 이완시킬 수 있는 향기 치료를 하거나 침 치료가 도움이 된다. 머리 전체가 아픈 것은 감기 등 열성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고, 뒷머리가 아픈 것은 성인들의 경우에는 혈압 등의 기저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지만, 어린 학생들의 경우에는 대부분 계속 고개 숙인 자세에서 오는 근육 긴장이 뒷머리까지 퍼져 생기는 근육 긴장성 두통인 경우가 많으므로, 한 자세로만 있지 말고 틈틈이 스트레칭으로 근육을 풀어주어야 한다. 심한 경우는 그 통증이 어깨나 등까지 퍼져 고개 돌리기까지 힘든 경우도 있으니, 이때는 한의원에서 침과 부항 치료 받기를 권한다. 집에서는 아침에 아이를 깨울 때 어깨와 뒷목 등을 마사지해 준다면 힘든 아이의 하루 시작에 힘이 되지 않을까 싶다.


박소연 연세한의원 원장·대한 여한의사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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