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열 ‘물방울’ 100만 달러 낙찰
해마다 5월이면 미술 애호가들의 시선이 홍콩으로 쏠린다.아시아 최대 미술 장터인 ‘아트 바젤 홍콩’(15~18일), ‘홍콩 크리스티’ (24~25일) 등 대규모 경매 행사가 잇따라 열리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K옥션이 싱가포르 라라사티, 홍콩 AAAA옥션과 3개국 연합경매 행사인 UAA(United Asian Auctioneers)를 가졌으며(17일), 서울옥션도 홍콩 세일(26일)을 치렀다. 그야말로 ‘미술 쇼핑’의 천국으로 변한 셈이다.
K옥션이 참여한 3개국 연합경매 UAA는 홍콩에서 열린 미술 옥션 중에서도 특색 있는 행사로 주목받고 있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한국, 홍콩, 싱가포르의 경매사들이 각국의 작품을 선보였다. 올해로 11회째를 맞은 K옥션은 이번 행사에 ‘물방울 화가’로 잘 알려진 김창열 화백의 작품을 필두로 박서보, 하종현 등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해외에서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김아타, 최영걸 화백 등의 작품도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 중 최고가에 낙찰된 작품은 김창열 화백의 ‘물방울(Waterdrops ENS 8019·100×100cm)’. 낙찰가는 100만 홍콩 달러를 기록했다. 우리 돈으로 약 1억300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김 화백은 40여 년 동안 물방울 작품을 고집하며 동양 정신을 현대미술로 승화시킨 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다. 이 작품은 1980년 작으로 물방울 형태의 다양화와 얼룩의 등장으로 강한 인상을 심어 준다.
단색화 작가로 최근 해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박서보 화백의 작품도 두 점 출품됐다. 그중 1999년 작인 ‘묘법(Ecriture No. 991018·91×117cm)’은 22만 홍콩 달러(약 3000만 원)에 낙찰됐다. 박 화백은 1950년대 문화적 불모지였던 한국 미술에 추상미술을 소개한 화가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가장 핵심적인 인물 중 한 명이다. 한국 고유의 종이인 한지를 풀어 물감에 갠 것을 화폭에 올린 다음, 연필이나 자로 수없이 긋고 밀어내는 방식으로 제작하는 묘법 시리즈를 통해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최영걸 화백의 ‘설악산의 여름 풍경(Summer in Mt. Seorak· 2011년 작·49.5× 73cm)’은 53만 홍콩 달러(약 7000만 원), 이진주 화백의 ‘맨들(ManDle·2012년 작·130×163cm)’은 46만 홍콩 달러(약 6000만 원)에 낙찰됐다. 최영걸 화백은 중국 컬렉터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작가다. 우리나라 산하 곳곳의 사계절 풍경을 사실적으로 포착해 전통적 화법에 현대적 감각을 가미하며 독특한 매력을 발산한다. 이진주 화백은 전통 채색법인 천에 동양 안료로 이질적이나 감성적인 풍경을 담아내는 작가다. 그 외에 아시아 주요 작가의 작품으로는 야요이 쿠사마의 작품 ‘온 더 오션(On the Ocean)’이 80만 홍콩 달러(약 1억 원)에 낙찰됐다.
서울옥션 역시 홍콩 세일 행사를 통해 김창열, 김환기, 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 대표 작가들과 중국 근현대 미술계를 이끄는 주더췬, 장샤오강 등의 작품 총 77여 점을 선보였다. 이우환 화백의 1970년대 선, 점 시리즈 중 1975년작 주홍색의 ‘선으로부터’는 100호 크기(162×130cm)의 대작으로 추정가만 10억 원에서 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외에 박서보, 하종현, 윤형근 등 한국 현대 추상미술을 대표하는 모노크롬 작품들을 아시아 시장에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