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NEY PB FORUM 2014] 1000원 뚫린다…금리 정책 조정해야
입력 2014-07-02 13:12:43
수정 2014-07-02 13:12:43
강의 2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 ‘한·중·일 환율전쟁의 전망과 파장’
제1회 한경 머니 PB포럼에서 두 번째 강연을 맡은 오정근 아시아금융학회장은 한국은행 외환연구팀장과 통화연구실장을 거쳐 현재 한국경제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아시아금융학회장을 맡고 있는 ‘금융통’이다. 그는 프라이빗뱅커(PB)들을 향해 “새로운 금융 시대에는 PB들은 지금보다 훨씬 발 빠르게 새로운 전략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앨빈 토플러가 30년 전에 “나중에는 전화, 컴퓨터, 인터넷이 하나로 합쳐진다”고 했다. 그때만 해도 겨우 퍼스널컴퓨터(PC)가 나오던 때로, 나는 당시 해외에 거주했는데 ‘286 컴퓨터(16비트 방식인 인텔 80286 CPU를 사용한 PC)’가 나온 걸 본 기억이 난다. 토플러는 그 30년 전에 지금의 시대를 내다본 것이다.
이처럼 금융도 혁신이 필요한 때다. 저금리 시대는 과거처럼 ‘저축하라’는 말만으로는 되지 않는다. 새로운 금융 시대에는 PB들도 시대를 내다보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 결코 과거에 연연해서 고객을 대하면 안 되며,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나와야만 한다. 금융이라는 것은 1초만 느려도 돈을 못 버는 것이다. 서로가 정보를 교환하면서 해야 된다.
국내 금융 업계에 실망스러운 점이 있다. 나는 한국은행 근무 시절 해외에서 10년, 국내에서 20년 근무했는데, 외환국장, 통화정책팀장 했을 때 싱가포르나 홍콩에서 일하는 금융전략가들이 한국에 오면 여러 기관을 찾아다닌다. 찾아와서 금리가 어떻게 변동할 것인가 물어본다. 물론 이야기를 하면 안 되지만, 견해를 물어보는 것이다. 그렇게 남보다 앞서 금리 변동을 예상하고 투자를 하기 때문에 돈을 버는 것이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채권 가격이 (0.25%포인트의) 30~40배 오른다. 그런데 한국의 금융인은 금리 변동에 대해 아무도 물어보지 않는다. 도대체 한국의 금융회사들이 돈을 어떻게 버는건지 모를 정도다. 한국은행에 근무하는 동안 금리에 대해 물어보는 사람은 외국계 해외 투자은행(IB) 한국 지점에 나와 있는 사람뿐이었다. 그때부터 금융은 정보라는 점을 후배들에게 늘 강조하고 있다.
엔화·위안화 강세에 샌드위치 신세
본론으로 들어가 지금 환율이 난리다. 2012년 6월부터 원화가 절상(환율은 하락)되기 시작해 올 5월 15일 당국이 개입하기 시작했다. 지금 상황은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고 인식했기 때문이다. 또한 일본 엔화와 중국의 위안화는 올해 들어 가치가 절하되고 있는데, 한국은 절상되고 있어 엔화, 위안화에 대해서도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샌드위치 신세다. 즉, 미국 시장뿐 아니라 중국, 일본 수출도 위협을 받고 있다.
최근 원화 가치가 오르는 이유는 주식·채권 시장에서 외국인 순매수가 늘고 있고, 미국의 실업률 때문에 달러 약세 기조가 지속되는 것과 당국의 외환시장 개입의 어려움 때문이다. 당국이 시장에 개입하기 어려운 이유는 한국이 불황형 흑자, 즉 수입, 수출이 동시에 줄면서 성장률은 감소하는 반면 흑자는 늘어나 외화가 많아진 데다 4월 미국 재무부 환율보고서, 6월 국제통화기금(IMF) 대외부문 평가보고서 발표 때문이다.
환율 개입 움직임이 보고서에 올라가면 공식화되므로 눈치를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을 알기 때문에 환 투기 세력이 과감하게 원화 절상에 베팅하면서 절상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본다.
외국인 순매수가 지속될 경우 코스피 지수가 2050까지 올라갈 것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되면 환율은 1020원 아래로 내려가 1010원도 돌파할 가능성이 있다. 코스피가 2100에까지 도전할 경우 환율은 1010원을 뚫고 1000원을 위협할 수도 있다. 1000원은 한국 경제가 유지할 수 있는 최저 수준이므로 중요한 변수인데, 이때는 당국의 경계감도 커지는 시점으로 외국인도 환차손의 우려감 때문에 주식을 팔고 자금을 회수하려 할 것이다. 외국인 입장에선 비싸진 주식과 원화를 한꺼번에 팔아서 주가 차익, 환차익을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현재 시나리오로는 3분기에 1000원 가까이 환율이 내려간 뒤 4분기에 반등 가능성을 조심스레 예상해 볼 수 있다.
1985년 플라자합의로 일본의 엔화가 순식간에 절상되면서 1995년 역플라자합의까지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이라고 불릴 정도의 오랜 불황을 맞은 바 있다. 미국의 무역적자가 너무 쌓였던 것이 이유였다. 최근 미국 재무부의 환율보고서에서는 ‘신글로벌 통화전쟁’을 예고하고 있는데, 그에 따르면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이 되는 나라로 독일, 중국, 한국, 일본이 명시됐다. 이에 따르면 원화는 2~8% 저평가돼 있고, 외환보유액이 과다하며, 외환시장 개입은 자제되고 있으나 개입 내용은 공개해야 한다고 언급됐다.
독일의 경우 유로화를 쓰고 있는데, 그리스 등 남유럽 상황 때문에 급격한 유로화 가치 상승이 어렵다. 일본의 경우는 미국이 중국을 견제하는 확실한 전략적 파트너라는 점에서 최근 아베노믹스와 엔화 가치 하락을 용인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 위안화의 기축통화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가치 절상을 해오다 최근 절하된 측면이 있고, 엄격한 관리통화제도를 쓰는 데다 자본의 이동도 통제되고 있어 쉽게 요구하기 어렵다. 결국 한국이 신환율전쟁의 피해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올해 하반기 원화 가치 절상에 따른 수출 증가율 둔화 현상이 나타나고, 신글로벌 통화전쟁의 가능성도 높아지는 데다 경기 회복 기조가 견고하지 못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적정 수준의 금리와 환율 정책조합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고 예측된다. 따라서 단기 대책으로 원화 가치의 추가적 절상을 막는 적절한 정책 추진이 중요하고, 신흥시장의 금융 불안에 따른 외화 유출에 대비한 충분한 외화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 중장기적으로는 환율제도, 자본이동관리제도를 재검토하고 국제 금융 외교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