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투자는 ‘기술’ 아닌 ‘철학’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한다. 투자 종목을 고를 때 어떤 점을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 하는가를. 우리는 투자를 고려할 때 특정 기업의 단기적인 성과보다는 그 기업의 경영진 분석에 제일 많은 노력을 할애한다. 주식을 오래 들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실망한 것이 있다. 주식에 대한 잘못된 인식, 부정적인 인식이 만연해 있다는 점이다. 장기적으로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젊은 사람들이 주식을 외면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투자에 회의적이다. 주위에 주식으로 큰 손해를 본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가끔 TV 드라마를 봐도 주식으로 망했다는 자조적인 대사가 자주 나온다. 대부분의 손실은 주식에 대한 이해의 부족으로 인한 것이지 주식투자 자체가 잘못된 것이 아니다.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위험한 자산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자산이다. 시간이 흐를수록 주식가격이 잠재돼 있던 기업 가치에 수렴하기 때문이다. 물론 어떤 기업의 주식을 갖고 있느냐 하는 전제조건이 따르기는 하지만.

주식투자의 성공 여부는 어떤 주식을 오랜 기간 동안 보유하는가에 달려 있지 마켓 타이밍에 있지 않다. 마켓 타이밍이라는 것은 주식의 본질적인 가치보다는 시장 상황 예측에 의존해 주식을 사고파는 행위인데 한두 번 맞출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 도박과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주식을 구입한다는 것은 기업의 일부분을 갖는 것이다. 즉 동업자가 되는 것이다. 여러분들이 친구들과 동업으로 어떤 사업을 시작했다고 가정하자. 사업이 성공적으로 운영된다고 해서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20%나 30%의 이익만을 남기고 팔 것인가? 10년 후 10배, 100배의 가치로 팔아야 하지 않을까. 주식투자도 마찬가지다. 기업의 운영과 지속적인 수익 창출에 문제가 없다면 매도할 이유가 전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매수한 순간부터 매도 가격을 저울질한다. 가격에 상관없이 나는 크게 두 가지 이유로 주식을 매도한다. 첫째는 주가가 기업의 잠재 가치보다 지나치게 오른 경우다. 테마주다 뭐다 하며 유행을 타고 과도하게 주가가 올랐을 때 매도를 망설일 이유가 없다. 둘째는 지배구조의 심각한 변화 등으로 기업의 주식을 장기적으로 보유할 이유가 없어진 경우다. 기업의 운영 구조가 심각하게 손상된 경우가 아니라면 매각할 이유가 없다. 나는 1991년부터 2005년까지 15년 동안 해마다 전체 자산의 15% 미만으로 주식을 사고팔았다. 주식 보유 기간이 평균 6년에서 7년이었다. 주식을 자주 사고팔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주가지수 대비 매년 평균 10% 이상의 초과 수익을 냈다. 반면 몇 년 전에 들은 얘기로는 한국 기관투자가들의 매매회전율이 250% 이상이라고 한다. 한국은 아직도 단기투자가 대세인 것 같다.

장기투자의 장점을 알아도 사람들이 단기투자에 집착하는 것은 너무 많은 뉴스와 정보 속에서 주관적으로 생각할 여유가 없고, 기업에 투자하면서도 기업을 보는 것보다는 주식 시세의 흐름만 보는 습관에서 기인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미래가 밝은 기업을 어떻게 찾아낼 것인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공짜 점심은 없다. 하지만 마켓 타이밍에 쓸데없는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충분한 노력을 들여 어떤 기업을 고를 것인가를 고민한다면 이미 주식투자의 절반은 성공한 것이다.

기업을 분석하는 일이 어렵거나 시간이 없다면 펀드에 가입하는 것도 방법이다. 특히 적은 금액으로 일정한 금액을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분산투자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펀드를 고를 때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해당 펀드매니저가 장기투자 철학을 갖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주식투자는 기술이 아니다. 철학이다. 이것은 많은 인내를 요구한다.


존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