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KET LEADER] “5년간 주식형 펀드 수익률 45개 운용사 중 1위 비결은…”
입력 2014-06-10 17:08:21
수정 2014-06-10 17:08:21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2조3000억 원의 자금을 굴리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은 지난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09.2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45개 운용사 중 1위를 기록했다. ‘가치투자의 대부’로 통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을 만났다.“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을 정도로 장기 투자할 수 있는 펀드를 선택해야 합니다. 단순히 과거 펀드 수익률을 따지기 전에 해당 운용사가 얼마나 확고한 투자 철학을 가지고, 꾸준한 성과를 내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가치투자의 대부’로 통하는 강방천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은 ‘좋은 펀드’를 고르는 요령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대부분 투자자들이 단순히 펀드 수익률을 보고 몰려드는 경향이 있지만 펀드 수익률은 기간을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좋을 수도 나쁠 수도 있어 ‘왜곡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현재 2조3000억 원의 자금을 굴리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이하 에셋플러스)은 중소형 자산운용사에 속한다. 지난 5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09.29%(에프앤가이드 집계치·4월 16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45개 운용사 중 1위다. 올 들어서도 코스피 지수가 0.95% 하락하는 동안 에셋플러스는 3.92%의 수익률을 거둬 선전하고 있다. 에셋플러스의 성과에 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지만 매년 펀드 성과가 좋았던 것만은 아니라는 게 강 회장의 얘기다. 2011년 말부터 6~7개월간 수익률이 저조해 전체 운용사 중 꼴찌로 추락한 적도 있었다.
그는 “당시 증시는 삼성전자(보통주)만 독주하면서 지수를 끌어올리던 상황이었다”며 “주로 우선주에만 투자하던 때라 삼성전자 역시 우선주만 담고 있다 보니 에셋플러스 펀드의 성적은 하위권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우량 기업들의 우선주가 보통주 대비 3분의 1 수준 가격에 거래될 정도로 저평가 상태로 1999년 투자자문사 시절부터 강 회장은 지금까지 우선주 투자를 선호한다. 삼성전자 보통주만 올라가면서 수익률이 부진한 탓에 일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에셋플러스에서 자금을 빼는 수모를 겪기도 했지만 일관된 운용 철학으로 꿋꿋하게 우선주 투자를 고집한 덕분에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강 회장은 또 “당시 트렌드에 따라 인기 있는 펀드를 줄줄이 내놓는 운용사보다는 소수의 펀드를 오랜 기간 운용하는 회사에 주목할 것”을 강조했다. “관리할 펀드가 많아지면 그만큼 운용 역량을 집중하기 힘들 수밖에 없다”며 “같은 운용사의 펀드라도 성과 편차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에셋플러스가 운용하는 펀드 수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은 편이다. 크게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에셋플러스코리아리치투게더’, 중국 주식형 펀드인 ‘에셋플러스차이나리치투게더’, 글로벌 주식을 담고 있는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등 3개의 주식형 펀드와 롱쇼트펀드인 ‘에셋플러스드림투게더’까지 합쳐 네 가지로 구분된다.
강 회장은 “앞으로 4개 펀드를 운용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며 “더 이상 추가로 내놓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3개 주식형 펀드를 통해 국내, 글로벌, 중국 등 전 세계 주식에 분산투자를 할 수 있고, 나머지 롱쇼트펀드로는 주식의 변동성 위험으로부터 방어할 수 있어 이 정도 상품 구성이면 자산 배분 차원에서도 충분하다는 얘기다.
2012년 수익률 꼴찌에서 부활
그는 “펀드의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뉘지만 투자 테마는 한줄기에서 출발한다”고 귀띔했다. 특정 매니저에 의존적인 펀드라면 매니저 판단에 따라 수익률 기복이 심해질 수 있지만 20명의 에셋플러스 매니저가 일관된 운용 테마를 잡아 종목을 선별하기 때문에 모든 펀드들이 한결같이 일정한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3개 펀드 수익률을 보면 모두 상위 3% 이내에 든다. 그는 “내가 죽고 시간이 흘러도 이 같은 투자 방식은 변하지 않을 것”이란 점도 강조했다.
이들 펀드가 담는 기업은 한 가지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 중국 기업, 한국 기업 중에서 건강하고,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보유한 일등 기업에 투자한다는 철학이다. 이 같은 기업은 오랜 기간 이익을 지속할 수 있고, 향후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주식투자는 단순히 주식을 사는 게 아니라 영속 가능한 기업의 주주가 되기 위한 행위,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사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이어 “미래에도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을 선별해 담아야 한다”는 조언을 덧붙였다. 노키아, 닌텐도, 코닥처럼 미래와 연결되지 않는 비즈니스라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며 시장에서 이를 검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투자 테마로는 우선 중국 소비 관련 기업을 꼽았다. 강 회장은 “중국 투자 중심의 경제성장 속에서는 조선, 해운, 철강 기업들이 성장을 주도했지만, 앞으로 그런 환경은 결코 오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까지 내수 소비를 통한 경제성장이 예상된다며 수혜주를 분석 중이다.
그는 모바일 생태계 변화에도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하드웨어 기업들이 국내 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다면 향후 소프트웨어 기업이 디지털 네트워크 환경에서 성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다. 그는 “구글러에 주목해야 한다”며 “정보기술(IT) 융합형 기업과 산업에서 경쟁력 있는 기업을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셰일가스, 전기차 등 그린혁명 테마에서도 이 같은 유망 기업들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는 “지난해 부각됐던 셰일가스, 전기차 관련 기업들이 지난해 부상했는데 이는 잠깐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현상이 아니라 이제 시장이 커지는 테마주란 분석이다.
강 회장은 롱쇼트펀드인 ‘에셋플러스드림투게더’는 줄줄이 출시되고 있는 다른 롱쇼트펀드랑 다르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대부분 저평가 기업을 사고(롱), 고평가 기업을 파는(쇼트) 개별종목 롱쇼트 매매로 운용되고 있지만, 에셋플러스는 시장 평균보다 오를 종목을 사고(롱), 시장 평균을 파는(지수선물 매도) 지수 롱쇼트전략을 구사하는 게 다르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개별종목 롱쇼트펀드 대비 수익률은 낮을 수 있어도 변동성에 대한 위험은 덜하다는 게 그의 얘기다.
강 회장은 펀드에 투자할 때는 과거 수익률이 좋은 개별 펀드를 보기 전에 운용 성과가 꾸준한 운용사를 찾아 투자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는 “주식을 살 때는 해당 기업의 재무제표 등을 보면서 펀드에 투자할 땐 운용사를 안 쳐다보는 경향이 있다”며 “안정적인 운용 성과가 뒷받침되는 운용사의 펀드를 골라야 성과도 부침 없이 꾸준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증시에 대해서는 “코스피는 크게 빠지지도, 오르지도 않는 박스권 장을 지속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가총액을 결정하는 것은 상장기업의 이익과 주가수익비율(PER)인데 삼성전자, 현대자동차를 비롯해 국내 주요 상장기업의 이익이 크게 늘지는 않을 것이란 게 그의 예상이다. 주가가 박스권을 탈출하기 위해서는 일부 기업들이 사상 최대 이익을 내야 하는데 그런 기업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익의 지속성은 확보되고, 변동성은 줄면서 이익은 늘어야 한다”며 “하지만 긍정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지수의 하단 역시 기관 수요가 받쳐 주면서 크게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따라서 종목 선정 능력에 따라 펀드 성과가 크게 갈릴 수 있다는 게 강 회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기존 펀드 투자자들에게 기대 수익률은 낮출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에셋플러스도 과거 수익률은 코스피 지수를 연평균 16%포인트 웃돌았다. 과도하게 높은 수준으로 향후 이 수준을 지킬 자신은 없다는 게 그의 얘기다. 다만 주식형 펀드는 시장 지수를 연간 5%포인트가량 웃도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절대수익 추구형 상품인 롱쇼트펀드는 연 6~9%를 목표 수익률로 운용 중이다.
강 회장은 외환위기 때 1억 원을 투자해 150억여 원을 벌어 1999년 에셋플러스를 창업했다. 지난해 스웨덴 자산운용업체인 맨티코어캐피털로부터 존 템플턴, 마크 모비우스 등과 함께 ‘세계 최고의 투자자 99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연초 에셋플러스는 경기도 판교에 리치투게더 사옥을 짓고 전체 사무실을 이전했다. 대부분 운용사들이 여의도 증권가에 둥지를 틀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다. 그는 “각종 정보는 언제 어디서든 실시간으로 접할 수 있어 어느 지역에 있든 상관이 없다”며 “펀드매니저는 풍부한 상상력과 남다른 해석이 필요한데 오히려 여의도보다는 각종 벤처기업들이 포진해 있는 판교가 낫다”고 설명했다.
죽을 때까지 펀드를 운용해 보겠다는 게 강 회장의 포부다. 그는 “외국 운용사들은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들이 매니저로 활동하는 사례를 볼 수 있지만 국내 시장은 너무 일찍 펀드매니저 수명이 끝나는 게 안타깝다”며 “내가 없더라도 에셋플러스의 투자 철학은 고스란히 이어지면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물려줄 수 있는 펀드로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강방천 회장은…
1960년 전라남도 신안 출생.
1987년 한국외국어대 경영학과 졸업.
1989년 쌍용투자증권 주식부 펀드매니저.
1999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 설립.
2004년 에셋플러스투자자문 회장.
2008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현).
안상미 한국경제 기자 saramin@hankyung.com│사진 서범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