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고 PB센터] 세무·가업승계…맞춤 서비스로 승부

PB 업계 뉴 트렌드

금융 환경의 변화에 따라 프라이빗뱅킹(PB) 업계도 끊임없이 변모하고 있다. 외형적으로는 금융지주사를 중심으로 계열 은행과 증권사가 결합해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추세이고, 내부적으로는 단순 재무 설계를 넘어 패밀리오피스를 지향하고 있다. PB 업계에 불고 있는 새로운 트렌드를 취재했다.


은행 부문
종합자산관리로 진화하는 PB, 세무 서비스 부각
금융가 찬바람, 은행권 PB센터에도 예외가 아니다. 금융시장의 침체로 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이 줄어들면서 PB센터 역시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특히 초고액자산가들의 발길을 붙잡기 위해 서비스를 융합하고 세무 서비스를 강화하는 등의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흐름은 ‘융합’이다. 김인응 우리은행 압구정현대백화점 지점장은 “최근 고액자산가들의 경우 한 곳에서 모든 서비스를 해결하기 원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며 “예전에는 PB센터의 역할이 고객들의 자산을 증식하는 데 중점을 뒀다면 최근에는 투자 시장이 침체되면서 종합적인 자산관리(WM·Wealth Management) 전문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융합형 흐름의 대표 주자는 은행과 증권의 협업 모델을 구축해 시장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신한 PWM. 그외에도 씨티은행이 2013년 기존의 PB사업본부를 WM사업본부의 산하 부서로 통폐합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CPC(씨티 골드 프라이빗 클라이언트) 강남센터만 남겨둔 채 나머지 PB센터는 국내 200개 영업지점으로 옮긴 것이다. 한국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도 최근 PB, WM, PIB(Priority & International Banking) 등 3개 부분의 기능을 하나로 연계했다.

변재성 IBK기업은행 동부이촌동PB센터장은 “신한PWM 등의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은행권에서 융합형 모델을 시도하는 경우는 꾸준히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하드웨어적 융합을 넘어 소프트웨어적으로 서비스가 결합을 이룰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국내와 같은 금융시장 환경에서는 은행, 증권, 보험 등이 별개의 법인회사에서 관리되고 있어, 이를 하나의 회사에서 관리하는 해외의 융합형 모델과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그는 “최근에는 고객 정보 관리 등이 더욱 민감해지면서 같은 계열사 내부에서도 증권과 은행 등이 고객 정보를 공유하는 것조차 어려운 분위기”라며 “규제 완화가 뒤따르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전문적이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하나, PB센터의 ‘자산관리 전문성’이 강조되면서 특히 부각되고 있는 분야가 세무 서비스다. 김 지점장은 “초고액자산가들의 절대적인 관심사는 해외 채권 등 절세 상품이고, 이들이 PB센터를 찾는 이유 역시 절세가 큰 목적”이라며 “상속, 증여뿐 아니라 전체적인 세무 서비스가 전문화, 강화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흐름을 반영하듯 최근 몇 년 사이에 PB센터에서 전문 세무사를 고용해 고객들의 절세 상담을 맡기는 경우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실제 한국세무사회는 2009년 세무사법 개정 당시 은행 등의 PB센터의 세무 대리 업무에 강한 제동을 걸고 나서기도 했지만 이 같은 경향은 점점 더 강화되는 추세다.



변 센터장은 “지금은 금융시장의 경기가 둔화되면서 투자심리 또한 위축된 상황”이라며 “자연스럽게 PB센터의 역할 또한 투자 상품을 통해 자산을 증식하는 것보다는 현재의 자산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데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지금처럼 투자 침체기에는 고액자산가들을 위한 마땅한 금융상품 자체가 없는 상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따라서 각 은행 PB센터들의 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신상품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세무 서비스 등을 강조하는 것이 더욱 유리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지점장은 “더욱이 세무 서비스의 특성상 고객의 내밀한 사정까지 속속들이 알 수 있다는 점도 크게 작용한다”며 “고객과 오랜 신뢰관계를 구축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동안 PB센터들마다 세무 서비스를 특히 강조하는 분위기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증권 부문
HNWI 위한 패밀리오피스로 진화
증권사들이 PB 영업을 시작한 시기는 2000년대 들어서다. 은행들이 외환위기 직후 PB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으니 은행보다 몇 년 늦게 PB 영업을 시작한 것이다. 은행이 PB라는 이름을 쓴 데 비해 증권사들은 WM이라는 이름이 일반적이다.

증권사들이 PB 사업을 시작한 배경에는 개인 고객 중 HNWI(High Net Worth Individual)들이 중요한 요인이 됐다. 외환위기 이후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PB 점포를 확장한 것처럼 증권사들도 2000년대 초반 WM 점포를 경쟁적으로 냈다.

증권사들의 WM 점포는 HNWI들이 많은 강남을 중심으로 들어섰는데, 증권사별로 다른 이름의 WM점을 냈다. 2000년 삼성증권의 S&I클럽을 시작으로 2000년 현대증권 리치클럽, 2001년 대우증권 씨저스클래스, 동원증권 마제스티클럽 등이 그것들이다.

당시는 WM 도입기였기 때문에 ‘PB란 무엇인가’란 근원적인 질문을 하던 때였다. 자체적으로 모집한 웰스매니저(WM)들이 금융연수원 등지에서 연수를 했다. 증권사에 따라서는 2000년대 중반 스위스를 중심으로 PB 시장이 발달한 해외 PB센터를 견학하기도 했다.

2008년 스위스 UBS PB센터를 견학한 권이재 하나대투증권 WM본부 이사는 당시 제일 인상 깊었던 것으로 방대한 지원 조직을 들었다. WM에 해당하는 클라이언트 어드바이저를 지원하는 조직이 전체의 70%를 차지했고, WM은 키맨을 중심으로 육성하고 있었다.

당시만 해도 증권사들의 자산관리 서비스는 재무 설계(Wealth Management)를 벗어나지 못했다. 증권사들이 재무 설계뿐 아니라 세무, 부동산, 가업승계 등 보다 종합적인 서비스를 시작한 것은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다.

하나대투증권을 선두로 대형 증권사들이 일반 지점과 별도로 WM센터를 운영하며, 고객도 별도로 관리했다. 문제는 고객 확보였다. 미래에셋증권 WM센터처럼 일반 지점이 우량 고객을 넘겨준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WM센터 자체에서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고객 확보에 어려움은 있었지만 우량 고객 유치로 많은 수익도 낸 사례도 생겨났다. 고객의 니즈가 재무 설계를 넘어 세무, 부동산 등으로 확장되면서 종합적인 솔루션을 제공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종합적인 솔루션 제공에 WM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에 고액을 맡기는 고객도 늘었다.

최근 들어서는 PB 고객을 위한 맞춤 상품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증권 SNI의 랩어카운트 상품이나 신한 PWM의 사모펀드 등이 대표적이다. 저금리가 안착되는 분위기에서 맞춤 상품의 개발은 증권사별 차별화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있다.

많은 증권사들은 패밀리오피스를 궁극적인 PB의 지향점으로 본다. 삼성증권, 우리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등이 패밀리오피스가 제공하는 대부분의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으며, 신영증권은 아예 패밀리오피스를 표방하며 APEX패밀리오피스의 문을 열었다.

한국자본시장연구원의 최순영 박사는 “증권사들이 수수료 인하 등 달라진 금융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PB 사업을 확장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라며 “온라인 브로커이면서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이 높은 찰스 슈와브(Charles Schwab)를 벤치마킹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보험 부문
FP의 역량 강화로
종합자산관리 서비스 선도
보험사의 PB 서비스는 증권사, 은행과 차이가 있다. 고객이 객장을 찾아와야 하는 증권사나 은행과 달리 보험은 VIP 고객들도 파이낸셜컨설턴트(FC)들이 1대1로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보험사의 PB 서비스에 해당하는 파이낸셜플래닝(FP)센터는 상품 판매를 위한 영업 조직이라기보다 FC의 영업을 지원하는 것이 주된 역할이다.

상품과 서비스의 구성도 다르다. 증권사나 은행 PB센터에서 1~3년 동안의 단기 수익률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짠다면 보험사는 고객의 일생에 대한 포트폴리오에 관심을 둔다. 보험 업계가 고민 많은 자산가들의 니즈를 충족시켜 줄 FP센터 조직을 강화하는 이유다.

고객의 재무 현황과 니즈를 분석해 자산 증식과 승계 플래닝을 종합적으로 검토, 가장 유용한 맞춤 전략을 제안하기 위해서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으로 무장한 FP가 필요하다.

가령,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의 경우 기업 경영의 필수요소인 자금조달 및 운영, 인사·노무, 세무, 리스크 관리 등의 노하우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해 관련 컨설팅을 제공하는 식이다. 자체 보유 인력은 물론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노무사 등 외부 전문가들을 동원해 경영 관리, 가업승계, 상속·증여세와 법인세 절감, 법인 전환, 기업공개(IPO)에 대한 어드바이스 및 솔루션도 제공해 준다.

교보생명 노블리에센터는 세무나 법무는 자문 형식으로, 자사 고객이든 타사 고객이든 가리지 않고 필요한 경우 도움을 주고 있다. 김현석 교보노블리에센터 총괄센터장은 “최근 세제 환경이 급변하면서 일반 상담 고객에서 나아가 세금을 절약해 부를 이전하는 방법을 고민하는 자산가들의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오픈한 신한생명 빅 라이프(BIG LIFE)센터는 법률, 세무, 부동산, 유학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이 있으며, 금융지주사의 특성을 통한 은행, 증권 중심의 PWM과 결속력이 좋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해 조직 개편을 하면서 WM사업부 아래 FP센터와 패밀리오피스를 두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이처럼 보험사의 VIP 자산관리 서비스가 자산을 관리해 주는 것에서 나아가 가문 자체를 관리해 주는 패밀리오피스의 형태로 진화해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금융회사 소속의 PB들보다 싱글 패밀리오피스를 더 선호하는 분위기다. 현재 미국에서만 4000개 이상의 패밀리오피스가 있고 스위스에는 독립된 PB 부티크만 6000여 개가 넘는다. 가문의 가치와 철학, 노하우까지 세대를 넘는 장기적인 관점으로 서비스해 일반 FP센터와는 비즈니스 관점이 다르다. 부동산 관리나 보장 자산관리, 세무 관리 등 재정적 자산부터 가족 구성원 교육, 자녀 금융 교육, 공익재단 설립과 운영 등 인적 자산에도 관여하며 가문위원회 서비스, 기부 컨설팅 및 기부 신탁관리 등 사회적 자산까지 전체적으로 아우르기 때문이다.


신규섭·이정흔·이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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