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바람 부는 럭셔리 주택 시장] 젊은 부자 선호…수익성은 잊어라

도심 속 ‘비밀의 궁전’ 고급 빌라

도심 속에 위치해 있지만 그 내부는 꼭꼭 닫혀 있다. ‘아무나 가질 수 없는 집, 아무나 들어갈 수 없는 장소.’ 대한민국 상위 0.1% 부유층이 고급 빌라를 찾는 이유다.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스타들과 재벌가들이 이웃하며 살고 있는 최고가 고급 빌라 ‘톱5’는 어디일까.


대한민국 최고가 고급 빌라로 유명한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스타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동네. 다름 아닌 서울 청담동이다. 그중에서도 도산대로와 명품 거리 뒤쪽, 한강변에 위치한 고급 빌라촌이 대표적이다.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와 2차, 대우멤버스카운티, 마크힐스, 동양파라곤 등 고급 빌라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곳들이 위풍당당하게 늘어서 있다. 2월 10일 기자가 찾아간 이곳은 역시나 삼엄한 경비를 한눈에도 느낄 수 있었다. 높은 철제 담장으로 둘러쳐진 정원은 굳은 철문으로 잠겨 있었고, 잘 가꿔진 정원 뒤로는 화려한 빌라 건물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강 조망권·편의시설 강점
“저기가 조영남이 사는 곳이잖아요. 연예인 집값 1위라고 하는 그곳이요. 내부에 영화관도 있고, 스크린골프장도 있어서 거의 모든 생활이 가능하다니까요.”

국내 최고가 고급 빌라로 알려져 있는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인근 부동산중개사무소에 들어서자마자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연예인들의 이름이 적잖이 쏟아진다. 상지리츠빌카일룸 2·3차만 하더라도 최지우, 한채영, 송윤아, 비 등 한류스타들이 거주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해 5월 소녀시대의 막내 멤버 서현이 청담 대우멤버스카운티 5차를 구입한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삼성동 SK아펠바움과 같은 고급 빌라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다. 장동건·고소영 부부를 비롯해 이휘재, 장근석 등이 거주 중이다.



연예인들뿐만이 아니다. 재벌 2세를 비롯한 최고경영자(CEO)나 기업가들도 적잖이 거주하고 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대상의 맏딸 임세령을 비롯해 재벌 2세들이 청담동의 고급 빌라를 많이 찾는다”고 귀띔했다. 주로 대기업 회장을 비롯해 50대 이상의 1세대 CEO들이 개방성을 강조한 타운하우스나 단독주택을 선호하는 것과는 비교된다. 그는 “30~40대 젊은 부자일수록 아파트형 구조에 익숙하기도 하고 짧은 동선 안에서 편의시설을 이용할 수 있는 빌라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전했다.

재미있는 것은 이들 연예인들이 거주하는 고급 빌라들이 대한민국 상위 5위 고급 빌라와 거의 일치한다는 거다. 최근 거래되고 있는 부동산 매매가격으로 따졌을 때, 현재 국내에서 가장 값비싼 빌라는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 최고가 거래를 기준으로 했을 때 85억 원에 달한다. 2위는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2차로 65억 원, 3위 삼성동 SK아펠바움 50억 원이다. 그 뒤로 도곡동 로덴하우스가 45억 원, 청담동 마크힐스가 40억 원, 논현동 SK아펠바움이 40억 원에 거래 중이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부동산 시장이 나쁘다고 하지만 이 동네와는 상관없는 얘기”라며 “세대수가 적기 때문에 대기 수요도 많고 문의도 꾸준히 들어오는 편이다”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높은 담 둘러쳐진 그들만의 요새
이처럼 연예인과 재벌 2세들이 많이 찾는 고급 빌라의 특징을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폐쇄성’이다. 도심에 위치하면서도 사생활 노출에 대한 걱정 없이 빌라 내부에서 취미생활부터 건강관리까지 해결이 가능하다. 최첨단 지능영상감시 시스템(CCTV)을 설치해 놓은 것은 기본이다. 곳곳에 경비 인력을 배치해 이중, 삼중으로 사생활 보호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고급주택 전문 컨설팅업체 럭스리알토의 김용수 이사는 “보안이 철저해질수록 관리비 역시 어마어마하게 올라가게 된다”며 “하지만 한 달에 몇백만 원의 관리비를 내더라도 보안을 우선순위에 두는 이들이 대부분이다”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위치나 전망도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다. 청담과 삼성에 고급 빌라촌이 형성된 것 역시 조망권과 관계가 깊다. 상지리츠빌카일룸 3차를 포함해 삼성 SK아펠바움 등이 모두 한강변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위치해 있어 대한민국 최고의 한강 조망권을 자랑한다. 대표적으로 조영남의 경우만 하더라도 과거 인터뷰를 통해 “재테크는 하나도 모르지만 한강이 잘 보이는 곳을 고집했더니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고 밝혔을 정도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진입이 쉬운 위치적 조건도 유리하다.

거주자들의 품격을 나타내는 건물 디자인과 내부 인테리어도 중요한 기준 중 하나다. 최근에는 화려하고 요란한 인테리어보다는 자연스러우면서도 은은한 고급스러움을 추구하는 곳들이 대세다. 샹들리에 하나를 달더라도 가격은 2000만 원에서 3000만 원 정도에 달하지만 디자인은 심플하고 모던한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김 이사는 “부유층일수록 디자이너의 이름을 보고 주거지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표적으로 아펠바움 시리즈만 하더라도 최근 배대용 디자이너가 실내 인테리어를 모두 맡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고 전했다.



전문가 전망
‘오를 만큼 올랐다’ 투자보다 실거주 우선

이승혁 럭스리알토 대표

“투자 목적으로 고급 빌라를 구입하시는 분들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됩니다. 대부분은 좋은 환경에서 살다가 자식에게 상속하는 걸 목적으로 하는 경우가 많죠.”

향후 고급 빌라의 투자 전망을 묻는 질문에 대한 이승혁 럭스리알토 대표의 답이다. 가격 자체가 워낙 고가인 만큼 수요층이 한정돼 있는 데다, 고급 빌라의 특성상 세대수가 워낙 적기 때문에 거래 가격에서도 크게 변동이 없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실제로 청담동과 삼성동 등 대표적인 부촌 지역의 고급 빌라 몇 곳을 제외하고는 경기 침체로 미분양된 곳들이 적지 않다”며 “특히 경기도 안산과 평택 등지에 위치한 고급 빌라들은 미분양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10~50% 정도 떨어진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청담동과 삼성동의 고급 빌라촌은 이 같은 전체적인 시장의 분위기와는 따로 봐야 한다는 것이 이 대표의 설명이다.

그는 “상지리츠빌카일룸과 SK아펠바움 등 청담과 삼성 일대 고급 빌라는 이미 가격이 오를 만큼 다 올랐기 때문에 수익형 부동산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며 “기본적으로 땅값 자체가 높은 데다 꾸준히 수요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에 향후에도 가격대 변동이 없이 지금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정흔 기자 verdad@hankyung.com│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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