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위기의 한국 금융 미래는?

개인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이 대안

한국 금융의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금융이 위기에 직면한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해답을 찾기 위해 머니는 제도 금융권 밖, 다양한 분야 전문가들의 목소리를 듣는 자리를 마련했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을 위기라고들 한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금융시장에서 금융 소비자와 금융 공급자, 감독기관 등 금융시장의 주체들은 이전의 모습과는 다른 행동과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들 금융 주체들은 과거 금융시장에서 누렸던 온갖 성과에 대해서 오늘날 과거를 그리워하면서 그때의 영광이 다시 나타나게 되리라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과거의 영광이 재현될 수 있을까. 혹시 재현되리라는 기대를 가지고 기존의 사고로 금융시장에 있다면 하루 빨리 과거를 기반으로 한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금융시장 참여자인 인간의 실체에 대한 본질 이해해야
2008년 금융위기가 단순한 경제 순환상의 문제가 아닌 과거 금융자본주의의 구조적 모순의 결과라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실물 산업과 연계되지 못한 금융 산업 자체의 내부 시장에서 벌어지는 머니게임식 금융 행위는 시장의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다는 교훈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그럼 이러한 금융 산업의 변화 속에서 금융 공급자들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대응해 나가야 할까.

우선 금융시장에서 금융 행위를 하는 고객이라는 인간의 실체에 대한 본질을 올바르게 이해해야 한다. 금융 이론에서는 금융 행위를 하는 인간을 매우 합리적이고 이성적이며 이기적이라고 가정하고 모든 이론을 전개한다. 대부분의 금융상품과 제도, 시스템 등은 이 같은 이론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과연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 고객인 인간이 합리적이며 이성적이고 이기적인 존재인가. 그 실체를 그냥 있는 그대로 봐야 한다. 정말 인간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존재인가. 금융시장에서 날마다 현실로 존재하는 고객을 있는 그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인간을 기존의 관념으로 정의한 고객을 토대로 금융 시스템을 만들어 관리해 오고 있지는 않았는지 깊이 성찰할 필요가 있다.

현재 진화생물학, 뇌과학, 행동경제학 등 다양한 학문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인간은 합리적이며 이성적이라기보다는 비합리적이며 감성적인 면이 더 강하다. 인간의 이러한 비합리성과 감성적인 속성이야말로 시장 정보에 대한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가져와 금융 행위라는 경제 행위를 하게 한 것이 아닌가. 즉 인간이 본질적으로 직면해 있는, 자신이 처해 있는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극복하기 위해 실물시장과 금융시장에서 경제 행위를 하게 된 본질적인 유인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아직도 금융시장에는 고객인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가 없고 또한 금융 소비자인 고객에 대한 욕구를 제대로 분석하지 못하고 있다. 예를 들어 현재 금융 산업이 직면한 고령화나 저금리 현상은 고객의 욕구가 아니라 금융 환경이 처한 환경일 뿐이다. 따라서 금융상품은 이러한 금융시장의 상황에 직면할 때 발현되고 요구되는 금융 고객의 욕망을 토대로 개발, 서비스돼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고객인 금융 소비자의 욕구를 반영해서 상품이 개발되지 않고 있다. 현재 존재하고 있는 숱한 금융상품과 제도 등 다양한 시스템 속에는 진정한 금융 소비자이며 고객인 인간의 본질적인 속성을 반영한 것이 빠져 있다.


금융시장 변화 주도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조해야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금융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금융 소비자에 대한 본질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고객 중심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금융시장을 변화시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매우 절실하다.

미국의 한 보고서에 의하면 칼 마르크스와 그의 자본론이 지금까지의 자본주의 세계를 가장 크게 변화시킨 인물이고 저서라고 한다. 자본론은 이데올로기를 떠나 학문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매우 의미 있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보다도 자신이 처한 현실의 구조와 메커니즘의 본질을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미에서 그렇다. 현재 우리 금융시장의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서비스를 위해서도 이러한 사고의 접근이 필요하다.

역사는 주변부가 중심부를 교체하면서 진화하고 발전해 왔다. 현재 금융시장은 금융 공급자의 성과가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고 고객인 금융 소비자의 이익은 주변에 머물러 있다. 이러한 금융시장의 구조 아래에서는 다가오는 산업과 사회 변화에 대응할 효과적인 금융 시스템을 구축할 수 없다. 따라서 실물 산업과 연계된 기반에서 금융시장의 구조 변화를 견인할 금융 소비자인 고객 중심의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 구축이 급선무다.

그럼 금융시장을 주도할 금융 비즈니스의 새로운 모델은 어떠한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할까. 무엇보다도 기존의 금융 생태계를 효과적으로 연계해 부분 최적화보다는 전체 최적화가 작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금융상품의 복합화와 융합화가 금융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돼야 한다. 지금까지 금융상품의 개발과 서비스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금융 공급자 중심이었다.

예를 들면 동일한 금융 그룹에서 자회사 간 유사 상품을 개발해 그룹 내 공급자 간 상호 경쟁을 통한 부분 최적화에 몰두한 나머지 금융 소비자의 선택 기회를 확대하거나 투자 효과성을 배가하는 소비자 중심의 성과지향적 전체 최적화를 간과하는 공급자 행위를 하고 있다.

둘째, 금융 소비자가 직면해 있는 상황에 기반을 두고 파생하는 고객의 욕구를 차별화하고 네트워크화하는 상품 개발과 고객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토대로 철저하게 고객이 획득하게 된 수익의 일부를 금융 공급자의 수수료로 부과하는 구조로 전환해 나가야 한다. 금융 공급자의 금융 행위 대행 자체가 공급자 이익의 근본이 돼야 한다는 사고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금융 공급자의 행위가 소비자에게 가치를 부여해 그 가치의 일부가 금융 공급자의 이익의 원천이 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셋째, 금융 공급자의 인력과 서비스는 유기적인 관계 속에서 전문화돼야 한다. 더 이상 전문화의 미명하에 단절된 특수한 모습으로 비춰져서는 안 된다. 부분이 아닌 전체적이고 유기적인 통합 체계 속에서의 전문 인력 육성과 서비스를 도모해 나가야 한다.

넷째, 모든 것이 정보기술(IT) 기반으로 시스템화돼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실시간으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때에 서비스 되도록 해야 한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볼 때 우리 금융시장의 새로운 금융 비즈니스 모델로 무엇이 적합할지 기존의 금융시장에 대한 성찰을 통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해봐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하나의 대안으로 현재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부분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개인 자산관리 비즈니스 모델을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연구·개발(R&D)해 확산시켜 나갈 필요가 있다. 한국의 미래를 열어갈 금융시장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 노먼 빈센트 필의 말을 인용하면서 이 글을 마치고자 한다.

“그가 온종일 생각하고 있는 그 자체가 그 사람이다. 당신이 다루어야 할 최대의 유일한 문제는 바른 생각을 선택하는 것이다. 인간은 자기가 스스로 생각하는 그런 자기가 아니며, 생각 그 자체가 자기인 것이다.”




고동록 현대모비스 인재개발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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