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분, 또는 한국 놈

리나라 사람들은 본래부터 돈을 멀리해 왔다. 청렴한 선비의 삶은 곧 고귀함이었다. 성철 스님의 삶이 그 좋은 본보기이며,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많은 사람들이 그분의 ‘무소유의 삶’을 기리며 슬퍼했다. 예로부터 조정의 청백리는 존경의 대상이었으며 돈과 가까운 사람은 장사치였고, 현재도 부자를 부패의 대명사쯤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과연 우리에게 자본주의는 졸부의 서재에 꽂힌 장식용 브리태니커 백과사전쯤인가. 여기에는, 우리의 청빈 사상이 지도층의 부패나 가진 자의 불투명성과 충돌하면서 야기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이러한 현상은 아직도 사회 갈등을 유발하고 문제를 잉태하는 경우가 주변에 허다하다.교육자의 학력 위조, 재벌의 폭행 사건, 노조의 점거 농성 등 언론의 붓은 오늘도 분주하다. 어떤 사건이어서가 아니라 개인이나 조직의 힘이 법을 무시하는 공동체의 질서 문란 행위는 용서받을 수 없다. 이 수치스러운 현상은 당사자의 책임이나, 우리에게도 얼마간의 원죄가 숨어 있다. 일제의 식민통치는 우리 전통문화와 정체성을 심하게 훼손했다. 또한, 광복 후에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 듯 친일파들을 요직에 특채한 것이 잘못된 시작이었으며 이들의 건재함은 정상적 인간의 가치 기준에 혼선을 야기했다.사람은 환경의 지배를 받게 마련이라, 현실과 타협하고 알게 모르게 부패에 길들여진다. 용기 있는 자가 앞장서면 ‘그래, 나 원래부터 그런 사람이다 왜!’라며 대들거나, 가장은 ‘도둑이면 어때? 기왕지사 잘 살아나 보자!’라며 가족이라는 명분을 내세우고 ‘안녕하세요!’라는 반가운 인사말은 돈 봉투가 대신하고 그 봉투는 즉시 겉봉만 바꾸어 다시 사용되는 시대가 있었다.‘돈’이라는 거대한 영웅이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중요성이 금전적 가치에 의해 재단되는 세상이었다. 전통적 가치관은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권력과 학력이 가짜며 어둠에서 번 돈이 배만 채울 뿐이라면 이미 존경의 대상이 아니다.우리는 잘못된 시작과 잘못된 과거, 그리고 이질적인 자본주의와의 결합이라는 역사적 아이러니를 극복하고 부정의 대물림, 가치관 혼돈의 시대를 털고 적법한 생활 규범과 지성의 사회적 책임, 당당한 경쟁 사회와 투명하고 정의로운 사회 구현을 위해 모두가 앞장서야 한다. 돈과 권좌도 정당한 능력으로 인정되고 존경받는 순기능의 사회가 우리들의 진정한 살맛 나는 사회다. 사실, 자본주의 원조 격인 미국에서는 돈과 권력도 존중을 받는다. 그네들은 돈을 깨끗하고 소중하게 다루며 항상 펴서 지갑에 넣고, 접더라도 정확하게 반을 접어 클립으로 끼워서 가지고 다닌다. 또 그들은 능력으로 성공한 사람을 자랑 중 가장 큰 자랑으로 여기며 백만장자는 존경의 대상이다.우리도 해낼 수 있다. 거의 세계 최빈국에서 한 세대 만에 경제 규모 세계 10위권에 올랐으며 외환위기를 2년 남짓 만에 벗어난 유일한 나라이고 월드컵을 1승도 못하다가 세계 4강을 후딱 해치워 버린 민족이다. 이제 과거의 잘못과 원죄가 영광의 밑거름이 돼 기형적 잘못은 우리 대에서 끝내고 찬란한 미래를 후손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과감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수치와 결점을 알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다. 아무리 말해도 과거를 반성 못하는 일본이 될 것이냐. 아니면 후손들에게 자신들의 부끄러움을 가르치는 독일이 될 것이냐. 후세에 세계인이 우리를 한국 분으로 부를 것인지 아니면 못난이 한국 놈으로 부를 것인지는 우리의 몫이다.하중호칼럼니스트한국투자자문 대표 역임성균관 유도회 중앙위원(현)www.cyworld.com/kenc
상단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