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자 요리와 가이세키 요리의 마술 같은 랑데부‘슈밍화’
자 요리와 가이세키 요리의 만남. 둘 다 생소한데 게다가 퓨전이란다. 레스토랑 취재를 하며 요식업에 줄곧 레이더를 세워 왔으며 자칭 미식가인 기자에게도 낯설다. 퓨전 요리의 메카 청담동에 둥지를 틀고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분자 요리에 도전한 ‘슈밍화(秀珉花)’에서 두 요리의 랑데부를 오감으로 확인할 수 있다.이제 어디 가서 미식가 소리 좀 들으려면 슈밍화에 주목할 것. 우선 이 집 요리는 먹어보기 전에 공부를 해야 한다. 분자 요리란 식재료의 성질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새로운 형태의 음식을 만들어 내는 조리 방법이다. 프랑스에서 시작돼 2000년 스페인에서 피에르 가니에르에 의해 대중화됐으며 현재는 유럽 전역의 미식 문화를 지배할 만큼 강력한 인기를 과시하는 중이다. 내년 3월께는 롯데호텔에 정통 분자 요리 식당이 오픈할 예정이다. 그리고 가이세키 요리. 쉽게 말해 일본의 궁중요리를 일컫는다. 요즘 요리 업계의 세계적 추세인 ‘일본풍 가미’에 따라 트렌디한 퓨전이 탄생한 것.도쿄 긴자에서 ‘쇼타이’란 고급 야키니쿠 식당을 운영하면서 한국에 제대로 된 일식집이 없음을 늘 아쉬워하던 제일교포 3세 김일수 대표는 ‘한국의 유일무이한 일식 레스토랑’을 위해 세계적 요리 트렌드인 ‘분자 요리’라는 코드를 덧입혔다. 일본의 유명 분자 요리 전문점인 ‘류긴’에서 수학한 신동민 셰프가 슈밍화의 파트너가 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슈밍화의 요리는 한마디로 ‘과학적 예술품’이다. 대표적 가이세키 요리인 ‘와규 다다키’를 살펴보자. 접시 위엔 고기와 코르크 마개, 그리고 숯 조각이 놓여 있다. 재미있는 건 이 세 가지를 다 먹을 수 있다는 사실. 코르크 마개는 우엉으로 만든 것이고, 숯 조각은 찐 고구마에 오징어 먹물을 입히고 숯불에 구워낸 것이기 때문이다. 이뿐만 아니다. 코코넛과 망고로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만들어낸 상큼한 디저트인 ‘온천계란’과 설탕 공예로 사과 모양 틀을 만들고 안에 사과 맛 가루로 속을 채워 넣은 ‘-196℃ 사과’도 인기 메뉴다. 하루에 20개 한정 생산한다는 사과는 안에 반지를 넣어 깜짝 프러포즈하기 좋아 젊은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 솜사탕으로 만든 물수건도 있다. 손을 닦으려고 집어 들었다 깜짝 놀라기 일쑤. 일명 ‘서프라이징 효과’는 엔도르핀을 샘솟게 해 식사를 더욱 즐겁게 만들어 주기도 한다고.혹자는 ‘음식 가지고 장난하나’라고 여길 수도 있을 터. “분자 요리를 맛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식재료 고유의 맛이 그대로 살아 있다고 감탄을 연발하죠. 일반 요리를 할 때보다 염도나 온도 등을 더욱 정확하게 계산해 맛의 질감을 최상위로 끌어올리기 때문일 겁니다. 새롭게 개발한 메뉴인 두부로 만든 치즈 케이크와 수박으로 만든 연어 알, 사과로 만든 캐비어 등은 여태껏 겪어보지 못한 환상의 요리 세계로 여러분을 안내해줄 겁니다. 이젠 음식도 3차원으로 체험하세요.” 일식을 전공하다 분자 요리에 푹 빠져 삼고초려 끝에 비법을 전수받은 신동민 총주방장의 분자 요리 예찬론이다.자고로 음식은 일단 먹어봐야 안다. 구구절절 설명을 듣기보다 ‘직접 세계적인 분자 요리를 맛보겠다’고 하는 사람들을 위해 슈밍화가 이벤트를 마련했다. 이미 10여 년 전에 분자 요리가 도입된 일본에서 으뜸가는 ‘류긴’ 레스토랑의 오너 겸 셰프인 ‘야마모토 세이치’가 내한해 슈밍화에서 프리미엄 디너를 선보인다. 야마모토는 스페인 분자요리학회에 일본 대표로 매년 참석하고 있으며 신동민 셰프의 스승이기도 하다. 일본에서 직접 공수한 재료와 스태프들이 만드는 디너는 9월 6일과 7일 양일간 진행되며 요리에 맞는 와인 코스를 포함해 1인당 30만 원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지만 올 초 내한했던 ‘분자 요리의 아버지’ 피에르 가니에르의 만찬 가격인 60만 원의 절반 수준인 셈. 야마모토를 통해 진정한 ‘요리 과학’의 시대가 열렸음을 온몸으로 체험해 볼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듯.1. 와규 다다키(일본식 스테이크) 질 좋은 와규와 우엉 코르크, 고구마 숯, 그리고 와인 소금이 어우러져 있다. 2. 온천계란 코코넛과 망고로 흰자위와 노른자위를 만들어 감쪽같이 반숙 계란 모양으로 변신한 과일 디저트. 3. -196℃ 사과 섭씨 영하 196도로 급랭, 분쇄기에 갈아 가루로 만든 사과 소스를 사과 모양 설탕 틀 안에 담아낸다.위치 서울 강남구 청담동 100-14 청담B/D 1층 전화 (02)516-0209 오픈 점심 11:30~15:00, 저녁 17:30~02:00(일요일 휴무) 가격대 점심도시락 3만 원, 저녁 슈밍화 코스 12만 원, 스시코스 6만~8만 원, 와인페어 3만5000~5만5000원 주차 Valet Parking글 김지연·사진 이승재 기자 jykim@moneyr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