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의 맨해튼, 도시 계획을 하는 사람들은 여의도를 이렇게 부른다. 1968년 밤섬의 돌과 흙을 가져다 조성한 여의도는 남북 12개 대로, 동서 156개의 길이 교차하며 2028개의 블록을 이루고 있다. 이처럼 계획된 격자형 공간 구조는 수직으로 뻗은 12개 애비뉴와 수평으로 뻗은 152개 스트리트로 이뤄진 뉴욕 맨해튼을 빼닮았다.맨해튼이 도심 중앙에 센트럴파크를 갖고 있는 것처럼 여의도에는 남북으로 가로지르는 여의도공원이 있다. 맨해튼 동쪽과 서쪽을 따라 각각 이스트강과 허드슨강이 흐르고, 여의도에는 남쪽과 북쪽으로는 샛강과 한강이 자리하고 있다. 또 도심 곳곳에 빼곡히 들어선 금융 업무 시설은 맨해튼 월가의 마천루를 떠올리는 데 부족함이 없다.맨해튼에는 센트럴파크나 허드슨강이 내려다보이는 목 좋은 곳에 3.3㎡당 2억 원이 넘는 AOL타임워너센터나 트럼프월드타워와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즐비하다. 여의도 일대에도 최근 초고층 주상복합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고 있다. 아파트 값은 3.3㎡당 2000만 원 안팎 수준으로 맨해튼에 비해 크게 처지지만 아파트 분양에 수만 명의 청약자들이 몰려들곤 한다. 특히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주상복합 아파트는 매물만 나왔다 하면 금세 동이 날 만큼 인기가 높다.아직도 여의도에는 초고층 아파트를 지으면 돈더미를 안겨줄 목 좋은 땅들이 남아 있다. 이들 사업지 일부는 상업 업무 시설로, 또 일부는 노후 아파트가 차지하고 있다. 이 가운데 노른자위는 단연 주거지역에 들어선 아파트 단지다. 일반 상업지역 업무 시설이나 아파트 단지에 비해 대지가 넓고 한강변, 지하철역 등을 끼고 있어 사업성이 높은 단지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그리고 이들 노후 단지는 여의도 고밀도아파트지구 개발계획의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 고밀도아파트지구 개발계획이 이 지역 아파트의 상품성을 저울질하는 데 키워드인 셈이다. 여의도에는 주상복합을 제외하고 16개 단지 7543가구의 아파트가 들어서 있다. 이들 단지는 일반 상업지역과 일반 주거지역에 들어서 있는 단지로 나뉜다. 일반 상업지역에는 서울, 공작, 수정, 진주, 초원아파트 등 5개 단지 1427가구가 들어서 있다. 일반 상업지역에 들어서 있던 백조는 롯데캐슬 엠파이어로 거듭났고, 미주와 한성이 있던 자리에는 현재 주상복합이 세워지고 있다. 이들 일반 상업지역 내 아파트는 4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로 대지면적과 지분이 작은 게 흠이다. 그러나 일반 상업지역에 들어선 데 따른 높은 개발 기대 심리는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재료가 되고 있다.여의도 일반 주거지역에는 목화, 삼부, 한양, 대교, 장미, 화랑, 삼익, 은하, 시범, 광장, 미성 등 11개단지 6323가구가 들어서 있다. 여의도 고밀도아파트지구(이하 여의도지구)란 바로 이들 11개 단지를 말한다. 이들 아파트는 지난 1976년 8월 21일자로 지금은 사라진 주택건설촉진법 20조, 22조에 의해 아파트지구로 묶여 관리돼 왔다.여의도지구는 다시 4개 주구로 나뉜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에서 63빌딩으로 이어지는 여의동로를 따라 △목화, 삼부(1주구) △한양, 대교, 화랑, 장미(2주구) △삼익, 은하, 시범(3주구) 등이 들어서 있다. 또 지하철 5호선 여의도역과 샛강 생태공원 사이에는 △광장, 미성(4주구) 아파트가 있다.시가 지난 2005년 공람 공고한 여의도지구 개발계획에 따르면 이들 4개 주구는 남북을 축으로 탑상형 아파트를 짓도록 돼 있다. 개발 밀도는 모두 층고 제한이 없는 3종 일반 주거지역(용적률 230%)으로 각각 계획돼 있다. 서울시는 대지면적의 5%가량을 도로, 공원, 학교 등으로 내놓을 경우 250%까지 용적률을 높여준다는 방침이다. 시는 또 샛강에서 한강으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의 효율성을 살리기 위한 초고층 아파트 건립도 허용한다는 방침이다.1주구에 들어선 삼부와 목화 아파트는 4개 주구 가운데 입지가 가장 뛰어난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5호선 여의나루역이 걸어서 3분 거리이고, 한강시민공원을 앞마당처럼 이용할 수 있다. 또 10층 이상부터 펼쳐지는 한강의 모습은 강남이나 동부이촌동에서 보이는 한강 조망과 차원을 달리할 만큼 뛰어나다.삼부는 또 단지 내 조경이 뛰어나고, 주차 공간도 넉넉해 거주 측면에서도 손색이 없다는 평가다. 아울러 기존 용적률이 150%대로 대지 지분이 크다는 장점도 향후 재건축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란 기대다. 이 아파트 89.24㎡형 대지 지분은 49.91㎡로 인근 목화아파트 89.24㎡형에 비해 9.92㎡ 정도 넓다. 그러나 정부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 아닌 건축법을 따라 재건축을 추진할 경우 사업부지 소유자라도 주택의 우선 공급권을 주지 않기로 함에 따라 재건축 사업이 불투명해진 상태다.이에 따라 지난해 말 일부 주민들을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하자는 의견이 솔솔 새 나오고 있다. 실제 삼부는 지난해 말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구성한 이후 적극적으로 리모델링 사업에 나서고 있다.이 같은 주거 여건 개선에 대한 기대 심리는 가격에 그대로 반영돼 올해 들어서만 전 평형에 걸쳐 5000만 원가량 값이 치솟았다. 여의도 일대 아파트 값이 지난해 고공행진을 접고 소폭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현상이다.삼부와 나란히 놓인 목화(49.29~89.26㎡, 312가구)는 기존 용적률이 215%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대지 면적을 학교나 공원용지로 내놓아 상한용적률 250%를 받아도 개발 이익을 내기가 녹록하지 않은 상황이다. 삼부에 비해 단지 규모가 작고, 주차 공간이 좁은 것도 흠이다. 그러나 이 아파트는 삼부보다 한강 조망이 뛰어난 장점을 갖고 있다.여의도 초, 중교가 들어서 있는 2주구에는 한양, 대교, 장미, 화랑 등 4개 단지 1520가구가 들어서 있다. 이 가운데 한강변에 놓인 장미(224%)와 화랑아파트(219%)의 인기가 높다. 현재 용적률이 재건축 기준용적률(230%)에 근접하지만 단지가 중대형으로 구성된 데다 한강 조망이 뛰어난 게 장점이다.2주구 내 아파트 가운데 대지 지분이 가장 작은 한양아파트는 2005년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시공사 선정까지 했다가 중대형 아파트 주민들의 반대로 사업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단지 용적률이 250%로 재건축 기준용적률을 크게 웃도는 상황이지만 리모델링을 할 경우 165.29~189.35㎡형 주민들의 평형 증가분이 크지 않은 게 걸림돌이 됐다. 또 대형 평형 입주민 대부분이 7000만~1억 원 정도를 들여 이미 내부 리모델링을 마친 상태다.3주구에는 삼익, 은하, 시범 등 3개단지 2304가구가 들어서 있다. 특히 24개동 1584가구 대단지로 들어선 시범아파트는 삼부아파트와 더불어 이 지역 주택 시장을 이끄는 쌍두마차로 꼽힌다. 단지 전체 용적률은 140%선으로 118.98㎡형 대지 지분이 69.82㎡로 삼부 127.30㎡형 아파트와 비슷한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