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의 닮은점과 차이점

자들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흥미롭다. 그중에서도 세계 제1·2위의 부자 빌 게이츠(560억 달러)와 워런 버핏(520억 달러)의 이야기는 언제 들어도 재미있다. 버핏과 단 한 번 점심을 같이 먹는 값이 62만 달러이고, 최근에는 36조 원을 굴릴 후계자를 찾는다고 공개 발표한 사실 등은 참으로 놀랍다.잘 알려진 바와 같이 빌 게이츠는 1955년 워싱턴 주 시애틀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폴 앨런과 컴퓨터 프로그램 언어인 베이직을 개발했고 하버드대를 중퇴, 스무 살의 나이에 마이크로소프트(MS)사를 창업했다. IBM에서 PC 운영체제 프로그램(DOS)을 개발하며 기초를 다진 후 ‘윈도즈’를 출시, 드디어는 포브스가 선정한 세계 제1의 갑부가 되어 지금은 MS 회장으로 있으면서 세계 최대 자선단체인 ‘빌앤드멜린다게이츠재단’을 운영하고 있다.한편 워런 버핏은 1930년 네브래스카 주 오마하에서 증권회사에 근무하던 하워드 버핏의 아들로 태어나 일찍이 10세 때부터 주식 시세판에 주가를 기록하는 일을 도우면서 주식 투자에 관심을 가졌다. 1956년 자신의 돈 100달러로 주식 투자를 시작해 1965년 투자전문회사인 벅셔해서웨이를 인수했고 세계 2위의 부자 자리에 올랐다.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세계 최고의 부자로서 쌍벽을 이루면서 여러 측면에서 상징적으로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게이츠가 진보·속도를 중시한다면, 워런 버핏은 보수·안정을 중시한다고 할 수 있다.현대 투자론에서 고려해야 할 핵심적 두 축은 수익률과 위험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면 누구나 수익률이 높은 것을 선호하고 위험이 큰 것을 싫어한다. 수익률을 높이려면 가격을 올려야 하는데, 경쟁 상태에서는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고 신기술에 의한 독점 상태에서만 가능하므로 누구나 그 지역으로 가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런 지역으로 가는 길은 매우 위험하고 비용도 많이 든다.언제나 새로운 미래를 추구하며 ‘기술’을 강조한 빌 게이츠는 ‘소비자를 보호하고 새로운 상품을 생산하며 그 상품에 혁신을 불러오는 것’이 경제 법칙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핵심으로 가는 과정에서 위기의식을 극복할 수 있을 만큼의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이츠의 기술 정신은 ‘인도로 가는 새 뱃길’을 찾으려는 꿈을 안고 두려움과 호기심 속에서 위험한 항해를 감행했던 콜럼버스의 개척정신과 흡사하다. MS사가 최근까지 15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약 40%를 기록할 정도로 초고속 성장을 거듭한 것은 바로 이런 기술적 독점 때문이었다.이에 비해 워런 버핏은 좀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고급 물고기를 발견할 수 있는 안목만 가지면, 그리고 성능 좋은 독특한 어군 탐지기를 가지고 분석할 줄만 안다면 큰 위험 없이도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일찍이 벤저민 그레이엄 교수가 쓴 ‘현명한 투자자(The Intelligent Investor)’에서 ‘내재가치(Intrinsic value)’의 의미를 발견했다. 즉 어떠한 자산이든 결국에는 그 고유한 펀더멘털을 능가하는 가치를 가질 수는 없으며, 궁극적으로 가격과 가치는 완전한 상관관계를 이루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주가는 시간이 걸릴 뿐 반드시 기업의 내재가치로 회귀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버핏은 내재가치가 높아 성장 잠재력이 있으면서 지금 낮은 가격에 형성된 주식을 찾아내는 것이 가장 훌륭한 투자법이라는 것이다.언론은 그가 첨단 기술 시대에 어울리지 않는 진부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며, 고의로 기술주를 회피하고 있으므로 버핏의 시대는 이제 끝났다고 비난하기도 했지만 버핏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했다. 그는 빌 게이츠의 MS주가 아니라 질레트나 코카콜라 등의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서 40년간 연평균 25%라는 전무후무한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1999년 빌 게이츠는 ‘생각의 속도(Business@The Speed of Thought)’라는 책을 냈다. 특이하게 책 이름에 애트 마크(@)를 넣어 ‘정보화’를 상징하기도 했지만, 이 책의 서문에서 게이츠는 1980년대가 ‘질의 시대’, 1990년대가 ‘리엔지니어링의 시대’라면 2000년대는 ‘속도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그는 일찍이 ‘모든 사람의 책상 위에 컴퓨터를 놓을 것’을 꿈꾸어 왔고, 그 컴퓨터를 신경조직처럼 구축해 모든 정보를 ‘생각’처럼 빠르게 전달한다는 것이다. 현대 기술 사회에서 속도는 매우 중요하다. ‘빨리 빨리’가 국민성처럼 되어 버린 우리나라에서 IT 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이에 비해 워런 버핏은 다르다. 오마하의 버핏 사무실에는 아직도 컴퓨터가 없다고 한다. 그는 컴퓨터 사용도 능숙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계산기도 사용하지 않으며, 장이 마감되기 전에 주가를 일일이 확인하지도 않는다고 한다. 워런 버핏의 투자 철학은 ‘기다림’이다.버핏은 투자자들이 1년 미만으로 보유하다가 매도한 주식에 대해서는 정부가 100% 자본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농담을 한 적이 있다. 그는 “10년 동안 보유할 주식이 아니라면 단 10분간이라도 보유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워런 버핏의 가치 투자 전략’을 쓴 티머시 빅은 워런 버핏의 이러한 기다림의 투자는 미국의 전설적인 야구선수 테드 윌리엄스의 타법에서 배운 것이라고 한다.테드 윌리엄스는 평생 521개의 홈런을 기록하고 동시대의 다른 선수들보다 포볼 출루가 가장 많았고 평균 타율이 3할 4푼을 기록한 대선수였다. 그는 자신이 가장 힘을 실어서 칠 수 있는 위치로 공이 들어올 때만 마음껏 방망이를 휘둘렀다.버핏도 투자의 스트라이크 존을 설정하고 완벽한 공이 들어올 때까지 끈질기게 기다렸다. 버핏은 “자신이 좋아하는 공이 들어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려야 한다”고 말한다. 주가가 기대하는 수준까지 다다르기 전까지는 절대 방망이를 휘두르지 말라는 것이다. 버핏은 1998년 6억4500만 달러어치의 은을 사들였다. 그는 은 시장에 대해 30년 이상 연구했으며 이때가 650년 만에 최저점에 다다라 자신이 원하는 매력적인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두 사람은 또 그들의 인생에 영향을 끼친 사람이 자신의 부모와 부인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관심을 끄는 것은 둘 다 나눔과 베풂을 인생의 궁극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포브스에 따르면 미국 역사상 1억 달러 이상을 자선단체에 기부한 부자는 21명이었는데, 그중 최고는 워런 버핏의 435억 달러(40조8900억 원)이고 2위가 빌 게이츠 부부의 300억 달러(28조2000억 원)였다. “자원은 그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의 손에 들어가야 합니다. 하지만 그 자원을 이용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후에는 다시 사회로 환원해야 한다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됩니다. … 저는 제가 가진 모든 것의 99%를 사회에 되돌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가족과 제가 평생 동안 누려온 모든 것들이 여기에 포함됩니다.이렇게 말하는 워런 버핏과, 2008년에는 경영에서 손을 떼고 자신과 버핏이 기증한 재산으로 오로지 자선 사업에만 몰두할 것이라고 선언한 빌 게이츠는 얼마나 멋있는 부자인가!전진문 영남대 경영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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