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 시절 여름철만 되면 냇가든 계곡이든 그 어떤 곳에서든 물가에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을 누구나 가지고 있다. 옷이 젖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물가에서 정신없이 친구들과 놀다 보면 어느덧 해가 기울고 집에 돌아갈 시간이 된다. 집에 돌아와 어머니의 꾸중을 듣지만 물놀이의 피곤함 때문인지 꾸중은 귓가를 스쳐지나가고 아침이면 아이들은 또 다시 물가를 찾는다. 폴 세잔(1839~1906)은 어린시절 엑상프로방스에서 친구 에밀 졸라와 함께 여름만 되면 강가에서 목욕하면서 놀았다. 강가에서 친구들과 뛰어 놀면서 이성에 대한 환상으로 가슴 뛰던 기억은 세잔의 말년에 강가에서 목욕하는 주제로 나타난다. 야외에서 여자들이 목욕하는 주제는 그가 30여 년을 매달려 온 작품의 주제다.는 세잔이 말년에 엑상프로방스에 있는 화실에서 은둔하면서 여성의 누드가 있는 풍경을 다룬 작품 중 하나다. 세잔은 자신의 작업 방식을 인식시키기 위해 푸생이나 루벤스 등 고전 회화에 뿌리를 두고 작업을 했다.여인의 누드가 가지고 있는 부드러움이나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멀게 물감을 여러 겹 칠해 여체를 거칠게 표현했다. 이 작품 속의 자연과 누드는 단순한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단순한 구조로 되어 있는 이 작품은 그 당시 인상주의가 휩쓸고 있는 프랑스 화단과 거리가 멀었다. 여체와 자연을 이상적으로 결합한 이 작품은 세잔이 죽은 이후 1907년 파리의 살롱 도톤에서 열린 회고전에 처음 전시됐고 당시 을 그리고 있었던 피카소에게 영향을 주었다.세잔이 어린 시절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환상으로 물놀이 작품을 제작했다면 조르주 피에르 쇠라(1856~91)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물놀이를 즐기는 사람들을 표현했다.는 수많은 데생과 유화 습작을 거쳐 완성된 쇠라의 초기 기념비적 작품이다. 1884년 살롱에 출품됐으나 낙선했고 다음해 앙데팡당전에 전시됐다. 1800년대 평범한 파리 시민들은 여름이면 센강을 즐겨 찾았다. 파리에서 자란 쇠라에게 그것은 매우 친숙한 풍경이었고 그는 아침 일찍부터 아니에르를 다니면서 사람들의 모습과 풍경을 스케치했다. 그는 현장에서 스케치한 것을 바탕으로 화실에서 구도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그렸다. 쇠라는 점묘기법(선을 배제하고 형태를 철저히 색점으로 분해해 표현하는 것)이라는 새로운 기법을 활용해 아니에르 풍경을 표현했다.쇠라의 이 작품은 평범한 일상을 그린 작품으로서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이 너무나 부자연스럽다. 등장인물이나 사물들이 인형처럼 움직임이 전혀 없다. 물 위에 떠 있는 배도 마찬가지다. 마치 사진의 한 장면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화면 오른쪽 손으로 뱃고동 소리를 내고 있는 소년이 이 작품에서 유일하게 한 여름의 정적을 깨고 있다. 이 작품은 쇠라가 처음 그린 대작이면서 첫 번째 실험작이다. 그는 서른두 살이라는 짧은 생애 동안 7점의 중요한 작품을 남겼다.여름에 자연을 느끼면서 물놀이를 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에는 동네 수영장도 천국이다. 수영장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가 데이비드 호크니(1937~)다. 캘리포니아 전원에서 수영과 일광욕을 즐기며 쾌락을 추구한 그는 스냅 사진을 이용해 많은 수영장 장면을 그렸다. 호크니의 는 화가의 개인적인 생활을 담은 작품이다. 제목에 나오는 닉과 피터는 호크니의 절친한 친구들이다. 그는 자신의 사생활을 작품 소재로 많이 활용했다. 이 작품에서 조각상 같은 완벽한 몸매를 뽐내고 있는 남자가 수영장에서 나오고 있다.현대적이고 도시적이며 마치 만화 같은 느낌을 주는 이 작품은 수영장에서 나오는 남자의 움직임 때문에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결이 화면의 단순함을 없애주고 있다. 젊은 남자의 건강함과 안정된 세계를 보여주는 단순한 건물, 그리고 쏟아지는 햇살을 선명한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호크니는 그의 감성보다는 이성적이고 질서정연함을 추구해 왔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화풍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박희숙화가. 동덕여대 졸업. 성신여대 조형산업대학원 미술 석사.저서 ‘그림은 욕망을 숨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