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병에 2억8800만원…세계 최고가 경신

이제는 와인투자 시대…샤토 무통 로쉴드 1945

계 와인 경매 가격의 신기록이 경신됐다. 보르도의 샤토 무통 로쉴드(Chateau Mouton Rothschild) 1945 빈티지 한 병이 지난 2월 말 열린 뉴욕 소더비 경매에서 사상 최고가인 31만700달러(2억8800여만 원)에 낙찰된 것이다. 종전 기록은 1985년 런던 크리스티 경매에서 낙찰된 샤토 라피트 로쉴드 1787 빈티지가 기록한 15만 달러(1억3900여만 원)였다.와인 한 병이 어째서 이렇게 비싼 걸까. 이유는 단순하다. 외국에서 와인은 골동품처럼 희소성이 커 투자 대상으로 분류된다. 와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와인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런 와인들은 경매장에서 주로 거래된다. 이번 뉴욕 경매에서 신기록을 세운 와인은 종전 신기록 와인과 사촌간이라 더 주목을 끌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고 하던데 정말 그랬을까. 무통 로쉴드는 일찌감치 샤토를 매입했다. 라피트 로쉴드보다 앞서 매입한 것이다. 1855년에는 나폴레옹 3세가 무통 로쉴드를 2등급으로 분류했다.한편 라피트 로쉴드는 1868년 샤토 라피트를 매입해 개명한 양조장인데, 등급은 1등급이었다. 샤토 투자를 먼저 한 무통 로쉴드는 2등급, 뒤따라 투자한 라피트 로쉴드는 1등급을 받았다. 당연히 무통 로쉴드는 개운치 않았을 것이다. 결국 무통 로쉴드는 품질 향상을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단행했으며 결국 1세기 이상이나 계속된 등급 상향 신청이 지난 1973년에 받아들여져 1등급으로 도약하는 감격을 맞봤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두 샤토는 힘이 넘치는 와인으로 알려진 프랑스 포이악 마을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있다.그러면 최고가 기록 경신의 이유를 살펴보자. 우선 무통 로쉴드 1945는 20세기 최고의 와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훌륭한 와인이다. 영국의 와인 전문지 ‘디캔터’는 죽기 전에 꼭 마셔야 할 와인으로 무통 로쉴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세계적인 와인 평론가 로버트 파커 역시 백 점 만점에 백 점으로 평가할 정도다. 그는 향후 40년 이상 숙성될 잠재력을 지녔다고 평가했다.사실 고급 와인 가게에 가끔씩 이 와인이 진열된다. 하지만 보통 1만 달러 정도면 흥정이 가능하다. 그런데 30만 달러는 해도 너무한 고가다. 자세히 경매 책자를 보면 그 용량이 일반과는 다르다. 표준 용량의 6배인 4.5리터다. 750ml로 환산해도 5만 달러에 이르니 여전히 다섯 배 증가한 가격이다. 자, 그렇다면 지난 100년을 통틀어 최고의 와인으로 꼽히는 와인 한 병이 대략 1만 달러라고 하자. 그런데 왜 다섯 배 가격에 낙찰됐을까.첫 번째 이유는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으나, 출품 와인이 진품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말이냐고 반문하겠지만 사실은 사실이다. 아주 값비싼 와인은 거의 관상용이라 품질이 들통 날 염려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가짜 와인을 제조, 유통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문제 와인들의 거래에 굴지의 경매회사 소더비, 크리스티도 자유롭지 못해 가끔 가격 거품의 대상이 된다.진품 논쟁을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양조장 와인을 경매하는 것이다. 이번 경매 역시 마찬가지. 경매 위탁자는 바로 무통 로쉴드의 성주인 로쉴드 남작 부인이다. 1945년 추수한 포도로 와인을 담그고 병에 채운 그 진짜 와인을 60년 동안 샤토 지하 셀러에 저장한 것이다. 이보다 더 확실한 보증서가 어디 있겠는가. 애호가들이 가슴을 설레며 입찰에 열중한 것도 이러한 출처의 투명성에 기인한 측면이 강하다.둘째, 와인이 한 번도 이동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와인이 소비자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운송과 움직임이 발생한다. 배를 타고, 차를 타고, 또 차를 타고, 이 창고에서 저 창고로, 이 가게에서 저 가게로. 와인은 개개인이 사고팔 수 있는 나라에서는 수도 없이 움직인다. 와인은 이동이나 움직임이 적을수록 자연스럽게 숙성된다. 따라서 이번 와인은 최고의 조건에서 저장된 일등품이다.셋째, 출품된 와인은 엄격한 시음을 거쳐 품질을 확인한 것이다. 경매를 주관한 세리나 서클리프에 따르면 참으로 싱싱한 와인이었다고 한다. 샤토의 지하 셀러에 보관했기 때문에 큰 부담 없이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물론 맛보기로 인해 소진한 용량은 제대로 채워 4.5리터로 정확하게 새로 담았다. 특히 이 병은 대용량인지라 그 신선함이 훌륭했다는 후문이다. 와인 용기가 클수록 천천히 숙성되기 때문에 그렇다.끝으로 코르크를 새로 갈았다. 코르크는 참나무 줄기의 겉껍질인 순도 100%의 자연산이라 20~30년 정도 지나면 삭는다. 코르크가 삭으면 밀봉에 문제가 생겨 와인을 산화시키는 주범이 된다. 이번 경매 출품을 위해 새로운 코르크로 깔끔하게 재밀봉 했다.이번 경매는 큰 의미가 있다. 새로 세워진 최고가 기록은 종전의 경우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시절의 최고 와인은 사실 마실 수 없는 와인이었다. 제퍼슨의 소유로 추정돼 골동품 반열에 오른 희소 와인, 즉 박제된 와인으로서의 존재 가치였다.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살아있는 와인, 마실 수 있는 와인이다. 바야흐로 진정한 와인 투자의 시대가 다가왔다.조정용 아트옥션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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