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분산 투자 원칙 꼭 지켜야

스피지수가 1700선을 돌파한 뒤 글로벌 증시가 조정 기미를 보이자 투자자들의 고민이 만만치 않다. 증시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세 상승기가 2~3년 지속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그동안 주가가 너무 올라 ‘이제 와서 무슨 펀드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말 혹은 올해 초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은 “조정을 대비해 환매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에 사로잡혀 있다. 그동안 이렇다 할 펀드 투자를 하지 못한 투자자들은 “지금 들어가 봤자 얼마나 먹겠나” 하는 의구심에 시달리고 있다.해외 펀드의 경우에도 문제는 간단치 않다. 글로벌 증시가 요동치고 있어 리스크가 높아지고 있는 데다 새 상품이 쏟아져 나오면서 도대체 어떤 펀드를 선택해야 할지도 쉽게 판단이 서지 않는다. 증시 전문가들은 요즘 같은 증시 상황에서는 ‘정석에 기반한 투자’를 고수하라고 충고하고 있다. 장기 투자, 분산 투자라는 원칙을 굳건히 세워둔 뒤 자신에게 맞는 전략을 선택하란 얘기다.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 펀드 잔액은 6월 5일 현재 57조556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57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주식형펀드 설정액은 39조763억 원으로 집계됐다.이처럼 증시에 돈은 넘치지만 정작 투자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기관이나 법인과 달리 개인 투자자들은 펀드 가입 시점을 잡지 못해 속병을 앓는 사례가 적지 않다.한 자산운용사 마케팅 관계자는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기관투자가들 중에서는 지수 1700선에서 대거 환매한 뒤 주가 조정 후 다시 펀드 가입을 염두에 두는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에 반해 개인 투자자의 경우 지수가 1400~1500선에선 적극적으로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라고 권했지만 대부분 기회를 놓쳐 주가가 오르고 있는 지금은 공격적인 펀드 가입을 권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가장 큰 고민은 이익 실현 시점을 언제로 잡느냐다. 최대 수익률을 내려면 물론 조정장 직전에 펀드 자금을 환매해 이익을 실현한 후 저점에서 다시 펀드에 가입하면 가장 좋다. 하지만 주가 향방은 ‘신(神)도 모른다’. 이럴 때는 환매도 분산하는 방법을 고려할만하다.한국펀드평가의 신건국 대리는 “주가 지수가 장기적으로 상승할 경우 일시적인 조정장에서 흔들리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시장이 다소 유동적인 만큼 여러 해 동안 장기적으로 펀드에 가입해 높은 누적 수익을 낸 투자자라면 한번쯤 이익 실현을 시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그는 또 “그러나 장기적으로 지수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환매를 하더라도 전부 환매하기 보다는 50% 안팎을 환매해 차익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했다. 절반가량을 남기고 나머지 현금을 유망 주식에 투자할 경우 수익률 제고와 분산 투자의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최근 일부 업종에 집중 투자하는 섹터 펀드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삼성증권에 따르면 올 들어 5월 말까지 섹터·테마 펀드에 몰린 돈은 2조5700여억 원에 달했다. 단기간에 지수가 급등했다는 부담감이 커지면서 주식형 펀드와 상관관계가 다소 낮은 펀드를 찾고자 하는 수요가 많았기 때문이다. 수익률로만 보면 섹터 펀드 가운데 인프라 펀드가 가장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5월 25일 기준으로 3개월 수익률이 최대 17%까지 나오고 있다.하지만 섹터 펀드 중 상당수는 실물이 아닌 특정 영역에 투자하는 해외 기업 지분을 사들이는 펀드들임을 감안할 필요가 있다. 겉모습은 테마·섹터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여느 주식형 펀드와 다를 게 없는 경우가 많다는 얘기다. 아울러 고수익을 내 온 일부 펀드는 그만큼 위험도가 높다는 점도 따져봐야 한다.한국펀드평가 관계자는 “섹터 펀드는 분산 투자 차원에서 위험을 회피하는 전략으로 사용하는 게 좋다”며 “아울러 자신의 투자 목적이나 기간, 자산 배분 현황에 부합하는 상품인지 먼저 검토하고 가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작년 중국 펀드 열풍을 이어받아 올해에는 일본, 유럽 등 선진 시장 펀드가 유망할 것으로 추천됐지만 최근 이 같은 전망은 다소 힘을 잃어가고 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이머징 마켓의 강력한 성장세에 비해 이들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상대적으로 성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펀드평가사 제로인 집계에 따르면 5월 29일 기준 중국 투자 펀드의 3개월 수익률은 15~20%, 베트남 펀드 수익률은 9~13%까지 나오고 있지만 일본 투자 펀드와 서유럽 펀드 수익률은 3~6%대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이머징 시장이 유망하다고 해도 투자의 제1원칙인 ‘분산 투자 원칙’은 잊지 말아야 한다. 특히 단순히 국가별로 투자 비중을 나누기보다 상품별 연관성이 적은 펀드를 나눠 가입하는 것도 요령이다. A사의 중국 펀드, B사의 친디아 펀드에 모든 자금을 쏟아 붓고 충분히 분산 투자했다고 생각해서는 곤란하다는 의미다.해외 부동산 투자처로 각광받는 지역은 단연 북미 지역이다. 투자 금액 100만~200만 달러 정도면 미국과 캐나다 등 선진국에서도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을 살 수 있다. 최근에는 동남아 지역과 호주·뉴질랜드·중동 지역에까지 관심 지역이 넓어지고 있다.부동산에 직접 투자하기엔 자금이 부족하거나 경험이 없다면 리츠 등 부동산 펀드에 투자하는 방법을 활용하면 된다. 리츠(REITs)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서 부동산 개발이나 임대사업에 투자하는 부동산 투자신탁.최근 해외 투자가 확산되면서 글로벌 리츠 펀드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으나 글로벌 증시 하락과 함께 수익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변동성이 큰 리츠 투자는 분산 투자로 접근하는 것이 올바른 투자 방법이다. 수익률만 보고 ‘묻지마’식 투자를 자제해야 하는 것은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리츠 투자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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