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곡점과 주도주의 달인…골드존 김기준
곡점(變曲點) 찾기의 귀신.’ ‘주도주 투자의 달인.’ 한국경제TV 등에서 ‘골드존(Goldzone)’이란 이름으로 활약했던 사이버 애널리스트 김기준(51) 씨의 별명들이다. 그는 벤처 경기가 최고조(1999년 말~2000년 상반기)에 달했던 시기에 폭락 장세를 정확히 예측, 일약 ‘재야 고수’로 떠올랐다. 보유 주식을 무조건 처분하라는 그의 ‘대매도’ 권고는 당시 증권가의 내로라하는 전문가들의 견해와는 정반대였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의 발달로 인한 ‘새로운 세기의 패러다임 변화’로 증시 상승이 끝없이 이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팽배한 때여서 그의 주장은 그저 터무니없는 것으로 일축됐다.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예상은 정확하게 들어맞았다. 이후 주가는 몇 년간 곤두박질쳤고 고점 대비 반 토막 내지 10분의 1 토막 나는 종목이 속출했다. 당시 김 씨가 주가가 고점에 달했다는 ‘대천장론’과 이를 근거로 한 ‘대매도론’을 주장한 것은 속된 말로 우연히 ‘때려 맞힌’ 것이 아니었다. 치밀한 국내외 시장 상황 분석을 통해 정확히 변곡점을 찾아낸 결과였다. 이때부터 골드존은 ‘변곡점 찾기의 귀신’으로 불리면서 일약 증권가의 스타로 부상했다. 유명세를 타면서 골드존은 운영 중이던 투자 동호회 카페를 정리하고 증권 분석을 본업으로 하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로 변신했다. “주식 투자 성공의 지름길은 변곡점을 얼마나 잘 찾아내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하락장에서 상승장으로의 변곡점도 중요하지만 상승장에서 하락장으로 바뀌는 변곡점이 더 중요합니다. 하락장에서 매도 시기를 놓치면 큰 손실을 피할 수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동안 어렵게 벌었던 돈이 ‘꽝’이 되는 것이죠.”골드존이 변곡점이라는 시장 변화와 리스크 관리에 집중한 것도 그의 아픈 경험에서 기인한다. 성균관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학 시절 자연스럽게 증권 투자를 접했다. “경영학 과목 중에서도 투자론에 재미를 느껴 증권 투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 들었다”는 그는 졸업 후 경제적인 여유가 생긴 1992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에 나섰다.그러나 초기에는 증시 메커니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손실을 많이 봤다. “당시만 해도 PC 통신이나 인터넷이 보급되기 전이어서 일반인들의 정보 수집 능력이 매우 빈약했다”며 “기관투자가들에게 일방적으로 끌려 다니다 보니 수익을 내기가 어려웠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외환위기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꿔 놓았다. 그는 그동안의 손실을 만회하고자 1997년 유망해 보이던 종목에 돈까지 빌려 ‘몰빵(한 종목에 전액을 투자하는 것)’을 했다. 갑자기 닥친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보유 주식을 깡통으로 만들었고 그 여파로 자신이 운영 중인 회사마저 부도났다. 이후 2년 동안 오기 반 집념 반으로 주식 공부에 전념했다. “실패를 인정하기 싫어 반드시 증권 투자로 재기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시련을 겪으면서 좀 더 깊이 알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어 증권 분야 서적을 탐독했습니다.”이렇게 터득한 투자 방법론의 핵심은 ‘벌은 꽃이 피는 동안만 열심히 날아다닌다’는 것과 ‘같은 꽃도 시장의 관심을 받는 꽃이 더 비싸다’는 것. 이른바 ‘투자 시기론’과 ‘주도주 투자론’이다. “주식시장에도 동면의 시기가 있습니다. 상승기에는 활동을 해야 하지만 하락기에는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좋습니다. 개미들을 보면 1년 내내 쉬지 않고 매매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렇게 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습니다. 설령 시기가 좋을 때도 시장의 흐름을 이끌 수 있는 주식에 투자해야 합니다.”그는 자신이 몸소 체득한 투자론을 바탕으로 벤처 바람이 불던 1999년 주위에서 마련해 준 종자돈 5000만 원을 투자, 몇 개월 만에 600%의 수익을 올렸다. 팍스넷 등 인터넷 증권 사이트에서도 이름이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특히 1999년 말~2000년 초 ‘대매도’론은 재야 고수로서의 그의 입지를 굳힌 계기가 됐다.그는 개미들에게 늘 조언하는 말이 있다. 먼저 시장 상황과 자신의 실력을 고려하라는 것이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시장 환경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주가를 형성하고 있는 주변 상황, 즉 지금이 봄인지 여름인지 시장 상황부터 살펴야 합니다. 또 자신이 지금 얕은 목욕탕에 있는지 망망대해에 떠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봄이라면 개나리를 찾아야 하고 바다에서 항해 중이라면 비교적 안전한 대형주에 투자하는 것이 유리합니다.”다음으로는 투자하는 기간과 쉬는 기간을 명확하게 구분하되 투자하더라도 되는 종목을 사라고 조언했다. 물론 상승기에도 늘 상승하지 않듯이 하락기에도 늘 하락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다만 상승기에는 상승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고 하락기에는 하락 기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는 것일 뿐. “따라서 늘 같은 전략만으로 맞서서는 곤란하며 상승기에는 적극적이고 공격적인 전략을 취하고 하락기에는 반대의 전략을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그렇다면 골드존은 요즘의 증시 상황을 어떻게 볼까. 다른 전문가들처럼 그 역시 향후 몇 년간 대세 상승 시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다만 박스권 등락을 거친 후 본격적인 지수 2000 시대를 열 것이란 단서를 달고 있다. 골드존은 “장기적으로 대세 상승장이 펼쳐지지만 모든 종목이 큰 폭으로 오르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도주와 비주도주 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고 신고가 시대엔 핵심주로 압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증시가 상승할수록 업종 내 1·2등주 등 주도주 중심으로 매수해야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그러면 주도주는 어떻게 찾고 어떤 시점에 매입해야 할까. “주도주란 결국 시장의 흐름”이란 것이 그의 지론이다. 또 시장에서 너무 앞서지도 않고 반 발 정도 먼저 나가는 주식을 찾고 좋은 주식이라도 사는 시점을 잘 잡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주도주를 찾더라도 수급 상황을 살펴야 합니다. 올 1, 2월 연초 조정을 거치고 3월 주가 반등 직전에도 주도주였던 조선, 해운, 화학 업종 주식 거래가 갑자기 증가했지요. 흐름에 맞는 주식이라면 변화의 포인트를 주시해야 하고, 이런 국면 변화는 수급으로 판단하면 됩니다.” 그는 또 “매수와 매도 에너지의 흐름에서 어느 쪽이 강하게 작용하느냐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며 “어떤 에너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그는 요즘 예전보다 더 많은 시간을 주식 공부에 투자하고 있다. “주가라는 것은 정보가 반영되는 과정인데 인터넷이 활성화하면서 정보가 빠르게 적용돼 주가 변동이 굉장히 심해지고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신문과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고 장중에는 시장을 지켜보고 장이 끝난 뒤에는 내일의 전략을 구상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다 간다”고 말했다.그는 개미에겐 리스크 관리를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증권 투자는 수익과 위험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를 잘 인식하지 못하는 투자자들이 많은 것이 안타깝다고 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손실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며 “손실을 줄이는 손절매를 철저하게 지키는 것이 수익을 크게 얻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로 인터뷰를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