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 제 성격과 딱 맞아요”

년 2월 5일 모 공중파 음악 프로에선 가요계의 기념비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신세대 트로트 가수 장윤정이 부른 ‘어머나’가 발라드계 신성 이수영의 ‘꽃들은 지고’를 누르고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잠깐 그러다 말겠지’ 싶었던 ‘어머나’는 불과 몇 주 만에 가요판을 뒤흔든 태풍의 눈으로 자리 잡았다. ‘어머나’와 장윤정의 등장은 가요계의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중파에서 트로트가 댄스, 발라드를 누른 것은 12년 전 김수희의 ‘애모’가 서태지의 ‘하여가’를 누른 이후 처음이었기 때문이다.그로부터 3년이 흐른 지금, 장윤정은 당당히 대중가요 스타로 동방신기, 수퍼 주니어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모 TV에서 트로트계의 대부 태진아가 ‘강력한 라이벌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송대관 현철 나훈아 설운도가 아닌 ‘장윤정’을 지목했다는 것은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그러나 반대로 생각해보면 20대의 젊은 가수가 떠안기에는 엄청난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정작 본인은 어떤 심정일까.“주변에서 하도 많은 기대를 하다 보니 사실 부담이 큰 게 사실이에요. 선배 가수들이 가끔 어깨를 두드리며 ‘너 잘해야 한다. 너한테 대한민국 트로트의 운명이 달려 있다’는 소리를 할 때면 엄청난 중압감으로 다가오죠. 전례가 없다는 게 가장 힘든 것 같아요.”트로트는 삶의 애환이 담겨 있는 노래다. 일본 엔카와 비슷해 일본 문화의 변형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로트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노래에 담긴 애환과 설움, 사랑 때문일 것이다. 간드러지게 넘어가는 노랫가락 속에 일반 서민들의 삶이 투영된다는 것이 바로 트로트의 인기 비결이다.이 때문에 많은 대중 가수들은 트로트는 목이 아니라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라고 말한다. 그런 노래를 20대의 젊은 가수가 부른다? 장윤정의 등장에 가요계가 처음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가창력이 떨어져서라기보다 인생을 몰라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과적으로 장윤정은 보란 듯이 스타 가수 반열에 올랐다. 왜 그랬을까. 사람들은 그의 성공이 단순히 연예기획사의 기획력에 의한 것으로 치부하지만 그녀는 성공 실패 가난 등 40~50대가 경험해야 할 것들을 비교적 일찍 체험했다. 가슴으로 노래를 불렀다는 얘기다.1999년 MBC 강변가요제 대상이 그녀에게 성공을 가져다줬다면 이후 소속사의 부도는 그녀를 끝 모를 실패로 이어지게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던 아버지가 빚보증을 잘못 서 하루아침에 길거리에 나앉을 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어머니는 생활 전선에 뛰어들었다. 한순간 불어 닥친 시련은 그녀에게 스트레스와 신장염이라는 질병까지 안겨줬다.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꿈꾸던 젊은이에게 세월은 상처만을 남겨줬던 것이다.쇠는 두드릴수록 강해진다고 했던가. 바닥으로 떨어질수록 장윤정은 강해졌다. 한마디로 말해 가슴으로 노래 부를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가요계에서 볼 때 장윤정의 등장은 트로트의 영역을 40~50대 장년층에서 20~30대 젊은층으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던 노래가 힙합, 댄스로 대표되는 20대들에게 어필하고 있다는 점에서 장윤정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그녀는 때때로 친구들로부터 ‘조숙하다’는 소리를 듣곤 한다. 장윤정을 나타내는 단어는 ‘독종’ ‘깍쟁이’ ‘새침데기’ 등이다. 검소하게 생활할 뿐만 아니라 자기 관리가 철저해서다. 트로트 가수여서 지방 공연이 많기 때문에 차에서 10시간 이상을 보내는 게 다반사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힘들 수밖에 없다.“왜 힘들지 않겠어요. 하루 4~5곳의 행사장을 다니다 보면 체력적으로 지칠 수밖에 없죠. 그래도 무대 위에 서면 항상 힘이 나곤 해요. 모두 저를 보러 오셨는데 힘든 내색을 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한마디 한마디에 똑 소리가 난다. 이 때문인지 그녀는 재테크도 잘할 것 같다는 소리를 듣는다. 실제로 장윤정은 얼마 전 모 음악 사이트가 회원 1864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 조사에서 ‘재테크를 잘할 것 같은 가수’ 1위에 뽑혔다. “주변에서 저를 보고 ‘생활력이 강해 보인다’, ‘재테크를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 사실 지금까지 재테크라는 것을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하지만 관심은 많아요. 책을 보며 공부한 뒤 시작할 생각입니다.”그녀의 재테크 지론은 ‘허튼 곳에 쓰지 말고 가급적 아끼자’다. 반지 목걸이 귀고리 등 자신의 치장을 위해 돈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신 저축, 예금 등 통장만 10여 개가 넘는다. “전 원래 꾸미는 데는 별로 관심이 없어요. 화장도 가수 활동을 하면서부터 시작했죠. 그러다보니 돈 쓸 일이 별로 없더군요. 특별히 술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어떤 때는 3만 원으로 한 달을 보낸 적도 있어요.”(웃음)최근 그녀는 재테크로 또 한번 화제에 올랐다. 부모님을 위해 장만한 원주의 전원주택이 몇 달 사이 크게 오른 것.“서울에서 가까운 곳이 어딜까 찾아보다가 발견한 곳이 원주였어요. 건축가 이창하 씨에게 쾌적한 전원주택을 지어달라고 부탁했는데, 그게 올랐어요. 사실 처음 제가 살 때만 해도 부지 위에 묘지가 하나 있었는데 막상 건축할 때가 되니까 후손들이 묘지를 이장하더라고요. 그래서 땅값이 올랐나 봐요.”전원주택은 연예인 활동하기 전부터 그녀가 가슴속에 간직해 온 꿈이었다. 자연과 함께 하는 집을 지어 부모님께 선물하고 싶다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그녀는 악착같이 돈을 벌었다. 아니 벌었다기보다는 악착같이 아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전 시골에서 태어나 자라서 그런지 고층 아파트에 사는 것이 싫어요. 사람은 땅을 밟고 살아야 한다고 생각해서인지 전원주택과 잘 맞는 거 같아요. 이창하 씨에게도 별다른 주문을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주변 경관과 어울리게 건물을 짓되 대신 집 안에 찜질방 하나만 설치해 달라고 했죠.”요즘 장윤정은 ‘어부바’로 한창 상한가를 기록 중이다. 댄스 트로트풍인 ‘어부바’는 그녀가 3집 타이틀곡으로 쓰려고 망설였던 곡이다. ‘어머나’, ‘짠짜라’, ‘이따 이따요’ 등 장윤정식 트로트의 계보를 잇는 ‘어부바’는 발표와 동시에 각종 가요 차트의 상위권에 랭크됐다.“어려서부터 주현미 김지애 선배님의 노래를 잘 불렀는데, 그분들 노래가 다 애환이 있는 곡들이잖아요. 아무래도 가사의 뜻보다는 멜로디에 충실해 불렀다고 봐요. 댄스 트로트풍보다는 애절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어떠냐는 충고가 많은데 아직은 애절한 노래를 소화할 능력이 안돼요. 앞으로 세월이 흐르면 저도 그런 노래를 부를 수 있겠죠.”장윤정에게 2007년은 매우 중요한 시기다. 지금까지 주로 TV, 라디오 등 방송 매체 출연을 위주로 활동했다면 올해부터는 콘서트를 좀 더 많이 열어 팬들에게 한걸음 더 다가갈 생각이다. 그녀는 “기회가 되면 리듬 앤드 블루스(R&B) 등의 음악을 해보겠지만 당분간은 장윤정식 트로트에 전념할 생각”이라면서 “연기를 전공(서울예대 방송연예과)해서 그런지 연기자로의 변신을 권유하기도 하지만 당분간은 노래하는 가수에 더 치중하고 싶다”고 말한다. 대신 그녀는 자신이 받은 사랑을 팬들에게 돌려주는 사회봉사 활동에 더욱 많은 시간을 할애할 계획이다.지난해 장윤정은 모 공중파의 프로그램 1년 치 출연료 전액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기탁했고 봄 가을엔 소아암환자 위문 공연을 가졌으며 현재 한국복지재단의 홍보대사를 맡고 있다. 모든 수입은 어머니가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는 그녀는 그래서 금융 상품 하나를 가입할 때도 꼭 부모님과 상의해 결정한다. “지난해 적립식 펀드에 가입했는데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다는 설명에 믿음이 갔습니다. 아무래도 제 성격과 잘 맞는 상품 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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