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儒學)에 담긴 웰빙 정신

거리에서 혹은 언론에서도 요즘 웰빙(well-being)이란 말이 유행이다. 웰빙은 마음과 몸의 안녕과 행복을 추구함을 의미한다. 산업의 고도화는 인간에게 물질적 풍요를 가져다 주는 반면 정신적인 여유와 안정이란 소중한 것들을 앗아가는 측면이 있다. 이제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이냐의 문제는 특정 계층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들 모두의 화두가 되고 있으며, 진정한 행복과 아름다운 삶에 대한 견해도 각자의 관점에 따라 웰빙이라는 트렌드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다양하고 의견이 분분하다.웰빙이란 용어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2000년 이후다. 웰빙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육체적인 건강뿐만 아니라 직장이나 공동체에서 느끼는 소속감이나 성취감의 정도, 여가 생활이나 가족간의 유대, 심리적 안정 등 다양한 요소들을 척도로 삼는다. 그냥 잘사는 것이 아닌 어떻게 잘사느냐가 진정한 의미이며 모두가 그것을 찾고자 한다.이렇게 최신 유행인 웰빙은 몇 천 년 전 공자가 말한 ‘예(禮)’나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라는 명제의 유학사상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다. 많은 세월이 지났고 다양한 역사적 과정과 문명의 흥망성쇠를 겪은 현대 디지털 시대에서 잘살고자 하는 방법이 고리타분하고 구시대의 산물이라는 느낌의 유학과 맞아떨어진다면 조금 의아해 할 수 있다. 왜 유학이 웰빙과 맞물리는가.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유학(儒學)’이라고 하면 보통 충효와 조상숭배와 같은 단어를 떠올린다. 개인주의며 핵가족이 유행인 요즘 젊은 세대의 일부에서는 이에 대한 기피 경향이 더러 있고, 아울러 유학사상은 보수적이고 권위적인 봉건시대의 유물로 간주해 현대적 가치 기준에 맞지 않는 것으로 치부하기도 한다. 이는 유학의 본질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이다. 유학은 비록 공자가 창시했다지만 ‘옛것을 조술(祖述)했을 뿐 창작하지 않았다’는 공자 자신의 말처럼 그의 독창적인 것이 아니라 여러 사상들을 정리한 것이다. 그러나 정리 차원을 넘어 인간의 도덕적 자각과 실천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또 교육을 통해 이를 보편적 진리로 널리 알리고자 했다.개인의 집합이 공동체라면, 개인은 공동체의 조화를 파괴해서는 안 된다. 생활공동체 서로간의 배려와 존중이 중심인 유학의 예(禮) 정신은 절제되지 않은 자유, 책임을 전제하지 않은 자유를 극복할 수 있게 한다. 이 같은 유학사상은 오랜 역사적 전래로 알게 모르게 우리 생활에 깃들어져 삶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오늘의 웰빙은 나만의 건강, 나만의 풍요로 공동체를 훼손하는 경우가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웰빙이고 바른 삶인가’ 하는 명제는 인간의 자각을 통해 스스로 해결해야 할 몫이다. 공자는 이를 통해 혼란스러웠던 춘추시대 상황을 해결하고자 노력한 것이다.유학사상은 현세의 윤리도덕을 강조한다. 정신세계와 모두의 공동체를 중시하며 자신에 대한 옳고 그름이라는 기준으로 타인과도 서로 도우면서 더불어 살아가자는 것이다. 유학의 핵심은 인(仁·사랑)이며 예(禮)와 도리가 나의 내부로부터 가족으로, 더 나아가 나라로 퍼져간다면 주변의 많은 어려움들을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이렇듯 유학은 우리에게 멀리 있거나 과거로의 단절된 것이 아닌 현재의 웰빙 트렌드와 상응할 수 있는 보편성을 가지고 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가. 상술의 편승 속에 함몰돼 가는 나만의 홀로서기 풍요만이 아닌 주변과 나누는 마음의 풍요 또한 중요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웰빙이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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