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예일대와 컬럼비아대가 전 세계 133개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6환경수행지수(EPI)’ 결과에 따르면 말레이시아는 9위에 올라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10위권에 포함됐다(한국 42위). 아시아 국가 가운데 가장 쾌적한 자연환경을 갖고 있으며 가장 성공적인 환경 정책을 펼치는 국가로 말레이시아가 선정된 것이다. 치안 부문 점수도 높다. 유엔 마약 및 범죄사무소(UNODC)는 인구 1000명당 3.5명의 경찰을 배치한 말레이시아를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안전한 나라로 꼽고 있다.말레이시아는 남한의 3배 남짓 되는 큰 땅을 갖고 있으며 인구는 3000만 명이다. 북쪽에 베트남과 태국, 남쪽에 인도네시아를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서로 분리된 두 개의 땅덩이가 하나의 국가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말레이반도로 알려진 서말레이시아와 보르네오섬 북단의 동말레이시아가 남지나해를 사이에 두고 600km 정도 떨어져 있다.말레이시아로 은퇴 이민을 떠나겠다고 마음먹었다면 ‘말레이시아 마이 세컨드 홈(MM2H:Malaysia My Second Home)’ 프로그램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 MM2H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자국에서 생활하고자 하는 외국인 중에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한 사람들에게 최소 10년간 생활할 수 있도록 보장해 주는 프로그램이다. 특정 국가만을 대상으로 운영됐지만 4년 전부터 모든 국가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MM2H는 말레이시아에서 정부의 고용 허가 없이 취업할 수 없다는 것과 한국 정부로부터 해외동포 대신 내국인 대우를 받는다는 점을 빼면 말레이시아 영주권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말레이시아 공항에서 입국 수속도 말레이시아 내국인용 부스를 통해서 진행한다. MM2H로 비자를 받으면 자동차 구입 시 면세 혜택을 주기도 한다. 되팔거나 폐차할 때 결국 세금을 내야 하지만 초기 구입 비용 절감 효과는 꽤 짭짤하다. 도요타의 캠리는 보통 4000만 원선이지만 면세 혜택을 받으면 2400만 원 정도면 장만할 수 있다.비자 만료 기간은 10년이나 무한정 갱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평생이나 다름없다. 의무 거주일이 없으며 자신이 원할 때 언제든지 해지할 수도 있다. 비자가 나온 뒤 바로 말레이시아로 떠나야 하는 것도 아니어서 은퇴를 수년 남겨 놓고 신청하는 사례도 많다.MM2H 프로그램에서 언급한 ‘일정한 조건’이란 재정 능력을 뜻하는 것으로 50세 이상의 경우 4000만 원(15만 링깃) 정도를 말레이시아 현지 은행에 입금해 두거나 월평균 250만~270만 원의 소득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면 된다(추후 입금액이 늘어날 가능성 있음). 50세 미만 신청자는 예치금이 2배(30만 링깃)이며 월소득 증명 방법은 적용되지 않는다. 1년이 지나면 1600만 원 정도만 남겨두고 부동산 및 증권 투자, 자동차 구입, 교육, 의료 등에 사용할 수 있다. 렝캅 사트리아는 2005년 말부터 2007년 3월 현재까지 204가족이 MM2H를 통해 말레이시아로 떠났다고 밝혔다. 현지에서 사업을 하고 싶거나 취업했다면 워킹 비자로 전환하면 된다. 대행 수수료는 4인 기준 350만 원이며 한 명이 더해질 때마다 35만 원이 늘어난다.MM2H 비자 획득 소요 기간은 3~4개월이다. 관련 서류를 제출하면 이민국에서 조건부 입국 승인을 내 주는데 이때 말레이시아에 가서 민간 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신체검사와 인터뷰를 마치면 절차가 끝난다. 관광회사 등에서는 은퇴 이민을 겨냥해 현지 답사 상품을 판매하고 있으므로 이민을 결정하기 전에 한 번쯤 다녀오는 것이 좋다.말레이시아에서 은퇴생활을 생각하는 한국인에게 가장 인기가 많은 곳은 단연 쿠알라룸푸르다. 인천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타고 남서쪽으로 6시간 40분을 날아가면 기내 방송에서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세팡공항)에 도착했다는 안내와 함께 ‘정원의 도시 쿠알라룸푸르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말이 따라 붙는다.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지어 준 별명이라는 ‘정원의 도시’는 조경이 잘 돼 있고 청결한 쿠알라룸푸르의 모습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이 때문에 쿠알라룸푸르에는 말레이시아 거주 한국인의 50%(1만여 명)가 살고 있다.쿠알라룸푸르에서도 한국인이 많이 사는 지역은 다시 암팡과 몽키아 등 2곳으로 나뉜다. 암팡 지역은 쿠알라룸프루의 동쪽에 있는데 한국 사람들에게는 ‘서울의 강북’으로 알려져 있다. 말레이시아 주재원들이 초기에 정착한 곳으로 한인타운이 형성돼 있다. 암팡이 ‘강북’이라면 몽키아는 ‘강남’이다. 신흥도시로 주변 경관이 빼어나고 몽키아라 국제학교, 가든 국제학교 등 톱3 학교 중 2개가 몽키아에 있다. 집값 차이도 크다. 암팡 지역은 50평형 콘도미니엄(아파트)이 8000만~9000만 원선이고 몽키아 지역은 2배나 비싸다. 방갈로(단독주택)는 방사지역이라는 고지대에 많다. 전망이 좋고 고급 주택들이 모여 있어 쿠알라룸푸르의 베벌리힐스라고 불리는데 300~400평(대지 포함)짜리 방갈로가 7억~30억 원에 매매된다.말레이시아에서는 주택을 2채까지 구입할 수 있다. 담보 대출은 신용도에 따라 60~80%가 가능하며 30%인 양도세는 구입 후 5년이 지나면 5%(법률비 2% 포함)로 떨어진다. 양도세 부과 시점은 입주가 아니라 계약 시점이어서 콘도미니엄을 분양받을 경우 공사 기간 3년을 감안하면 완공 2년 만에 5%의 양도세율로 되팔 수가 있다. 쿠알라룸푸르의 임대 수익률은 7~8%선이다.물가는 서울의 60% 수준이다. 생활비는 집값을 제외하고 월 200만 원 안팎이 든다(3억5000만 원짜리 집을 임대하면 생활비가 나온다). 날씨가 따뜻해서 난방비 등 관리비가 적게 들고 휘발유 값이 리터당 400원 정도로 저렴하다.가정부의 한 달 임금은 10만~15만 원, 운전사는 40만~50만 원 선이다. 4~5개의 골프장을 이용할 수 있는 회원권은 300만 원부터 판매된다. 의료보험제도가 없어서 사보험에 들어야 한다. 보험료는 1년에 30만~35만 원선이다. 대형 병원에는 한국어 통역이 있으며 의료시설도 한국 못지않다는 게 현지 주민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