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을 나는 초특급 호텔이 온다

2010년 6월 30일 오전 11시 20분. 김은미 씨는 결혼 15주년 기념 여행을 위해 남편과 함께 인천발 LA행 대한항공 A380 비행기에 탑승했다. 남편은 특별한 여행을 선물한다는 의미로 퍼스트 클래스를 예약해 김은미 씨를 더욱 설레게 했다. 비행기에 오르자 화려한 조명으로 장식된 계단이 눈앞에 보였다. 2층에 올라가 퍼스트 클래스 객실로 들어섰다. 고급 직물 시트와 가죽 팔걸이로 치장된 1등석은 버튼을 누르니 침대처럼 펼쳐졌다. 어젯밤 짐을 챙기느라 잠을 설친 터라 자리에 누워 눈을 붙였다. 개운한 낮잠을 청한 후 김 씨는 선물도 살 겸 기내 면세점에 들렀다. 각국의 명품이 다양하게 구비돼 있고 무엇보다 시간에 쫓기지 않고 여유롭게 물건을 둘러볼 수 있어 여자들에겐 더없이 좋은 쇼핑 공간이었다. 남편을 위해 구두와 넥타이를 고르고 여행에서 쓸 화장품을 구입한 그녀는 약간 출출해졌다. 2층에 있는 스낵바로 걸음을 옮겨 간단히 요기를 마치고 헬스클럽으로 향했다. 1시간 정도 땀이 나게 운동한 후 샤워를 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았다. 남편은 이 시간 카지노에서 게임을 즐겼다. 미니 와인바에서 만난 부부는 와인을 즐기며 담소를 나눈 뒤 객실로 돌아가 편안하게 잠을 청했다.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비행’이었다.·퍼스트 클래스 6석 안팎·비즈니스 클래스 12석 안팎·이코노미 클래스 480석 안팎창공을 나는 5성급 호텔이라 불리는 초대형 비행기 ‘에어버스 A380’이 2010년부터 대한항공을 통해 한국 고객들을 맞이하게 된다. 대한항공이 하이엔드 마케팅의 일환으로 이 비행기를 들여오기로 결정한 것. 좁고 답답한 비행기에 대한 고정관념을 멀리 날려버리는 이 명품 비행기는 벌써 세간에 화제다. 이 비행기에는 면세 쇼핑센터와 헬스클럽, 와인바 등이 있다. 흡사 고급 호텔을 이용하는 것처럼 편안하다. 이제 비행기 여행을 기피하거나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졌다. 하늘 위 궁전 A380기의 가장 큰 특징은 럭셔리한 내부 구조. 기내의 일부만 2층인 기존 항공기와 달리 동체 전체가 2층 구조다. 기내 곳곳에는 24시간 셀프 서비스 주방, 면세 쇼핑코너, 스낵바 등이 들어서 있으며 항공사의 주문에 따라 이 공간을 카지노 회의실 샤워실 헬스클럽 등으로 개조할 수 있다. 총 555석이지만 편익시설을 없애고 모두 좌석으로 채울 경우 최대 840석까지 늘어난다. 지난 40년간 ‘최대 항공기’란 명성을 누려온 보잉 747(420석)에 비하면 좌석수가 35% 많은 편이다.좌석도 비즈니스 클래스까지 180도 수평으로 펼쳐지는 침대형 좌석을 갖췄다. 1등석은 개인용 칸막이로 주변 승객과 완전 분리된 공간을 만들어 호텔 수준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다. 이 퍼스트 클래스 공간에는 캡슐형 좌석이 설치돼 있으며, 2m가 넘는 캡슐 안에는 침대와 접이식 책상, 의자, 컴퓨터 등이 갖춰져 있다. 취침할 때 캡슐 뚜껑을 덮을 수 있고, 식사 시간엔 친구를 초대해 같이 먹을 수 있을 만큼 좌석 공간이 넓다. 비즈니스석은 2개 좌석씩 붙어 3쌍으로 설계돼 있으며 뒤로 젖히면 평면 침대로 변한다. 또한 의자를 돌리면 비즈니스 파트너끼리 상담도 할 수 있다. 2층까지 가득 찬 이코노미석은 기존 좌석보다 1인치(2.54cm)가량 공간이 더 주어져 덩치 큰 유럽의 성인 남자 2명이 앉아도 어깨가 거의 닿지 않을 정도다. 이코노미석의 앞뒤 거리는 기존 비행기와 비슷하고, 특히 양끝 좌석은 창쪽으로 여유가 많다.A380 여객기는 크기에서도 기존의 비행기를 압도한다. 길이 73m, 날개 폭 79.8m, 꼬리 높이가 24.1m로 웬만한 학교 운동장을 꽉 채우고도 남는 크기다. 그동안 세계 최대로 통했던 보잉 747-400(길이 70.6m, 날개 폭 64.4m, 높이 19.4m)을 뛰어넘는다. 양쪽 날개는 승용차 70대를 올려놓아도 끄떡없도록 강하게 만들었다. 항속거리는 1만4816km로, 한 번 연료를 넣으면 인천공항에서 런던 히드로공항을 왕복할 수 있다. 보잉747이 ‘점보’라면 A380은 ‘슈퍼 점보’인 셈이다. 대당 가격은 2600억~3000억 원 수준. 이 비행기는 에어버스가 10여년간 약 12조 원을 투입해 개발했다.A380은 로하스 개념을 도입한 ‘자연친화형’ 비행기이기도 하다. 거대한 몸집의 비행기를 띄우기 위해 에어버스는 첨단기술을 적용해 최대한 무게를 줄였다. 동체가 첨단 소재인 탄소강화섬유로 만들어져 소음은 기존 여객기보다 5㏈(데시벨) 적고 연료도 17% 절약된다. 대한항공은 2008년부터 2010년까지 A380 항공기 5대를 건네받아 여객 수요가 가장 많은 유럽 및 미국 서부 노선에 우선 투입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이 항공기 도입을 검토 중이다.글 김지연 기자 jykim@moneyro.com·사진 에어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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